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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홍 Oct 19. 2024

토닥토닥

달려라. 하늬.

어릴 적 나는 오빠와 싸우거나, 엄마나 아빠께 혼이 나거나 해서 울음이 터지면 '꺼이꺼이'

숨 넘어갈 듯 눈물을 쏟아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는 개구리마냥 울대를 부풀리고 딸꾹질을 해댔다.

서러움에 하소연하는 말들은 계단을 튀어 오르듯 몰아쉬는 숨 따라 올랐다가 내쉬는 숨에 휘리릭 토해냈다. 가장 크고도 강렬하게 내 뱉었던 "엄~마~"라는 이름. 당시 '엄마'는 나에게는 의태어, 의성어와도 같았다.


어릴 적 엄마에 대한 기억이 많지는 않다. 동네의 몇몇 공장에서 일을 했고 가끔 늦게까지 일을 하셨다. 위로 거친 오빠만 둘이 있던 나는 툭하면 놀림의 대상이 되었고, 사소한 다툼 끝에 크게 싸우는 일도 빈번했다. 싸움이야 늘 있는 삼 남매였지만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내 편이 아닌 오빠의 편을 들고 나서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이 집에 내편은 아무도 없는 것 같고, 이 넓은 지구에 난 혼자라며 상처 입은 마음을 붙들고 '꽁~'해있다가 집으로 들어서는 엄마를 보는 순간 터지는 울음. "엄마~~~"

꺼이꺼이 들썩이는 나를 달래는 토. 닥. 토. 닥.

진정될 때까지 내 등을 다독이고, 내 머리를 쓸고, 콧물 섞인 눈물을 훔쳐주던 다정한 손길.

엄마가 돌아가시고, 입학을 하고 졸업을 했다. 직장을 다니고 결혼식을 올리고 아이도 낳았다.

엄마가 다독인 시간이 14년이고, 홀로 다독인 시간이 30년이다.

화가 나도 잘 참는 편이지만, 외로움 앞에서는 무너진다. 친구도, 자식도, 어쩌지 못하는 냉기는 때로 공허함에 숨을 상자를 찾는다.

그럴 때 나는 '토닥토닥' 발을 굴린다. 일부러 좋아하는 공원까지 가서 조용한 숲길을 달리기도 하고, 어릴 적 뛰어놀던 해변가 모래사장을 가볍게 달리기도 한다. 타인의 위로보다 내가 스스로 전하는 위로가 때로는 진실로 나를 어르고 달래는 '엄마'가 되기도 하더라.

나의 친구가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 나와 밀당하는 송도해수욕장 파도가, 지겹게 따라다니는 봉래산 너머 달빛이, 웃음 헤픈 대저생태공원의 나팔꽃이 나에게는 최고의 절친이다. 여름을 장렬히 보내고 떨군 능소화를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달리며 나는 '엄마' 대신 내이름을 부른다.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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