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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 Feb 14. 2023

#04 황소자리에 있을 너에게

4.20~5.20

너의 우주는 나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


며칠 전 한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거기에 출연한 한 수의사가 한 말이 기억에 남더라. 어제는 아주 오랜만에 일기를 썼어. 너를 데려올 때부터, 분리불안을 교육하고, 기억에 남는 일들을 기록하는 용도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내 인생을 담게 되는 것 같아. 끄적였던 글씨를 다시 살펴보니 미안함과 더불어 애틋함 그리고 형용하기 어려운 여러 감정들이 녹아있는 것만 같더라.


너의 우주는 어때? 아마 이곳보다 훨씬 넓고 크겠지? 문득 나는 내 인생을 마주하게 되면서 새롭게 얹게 되는 마음들이 있는데 그게 엄청 무거울 때가 많거든? '이게 바로 어른의 무게이구나.'라는 순간이 잦고 말이야. 그런데 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너의 인생에서 나는 참 많고, 큰 부분을 차지했던 사람이었겠다. 한시도 너의 눈에서 좀처럼 떨어지는 날이 없었을 테니까.


누군가의 전부가 되는 일은 참 값지면서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 사실 나는 너를 처음 안고 집으로 오는 길에서 이렇게나 큰 책임감과 다양한 감정들이 뒤따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었어. 너로 인해 배워가는 것들이 여전히 많다.





나 이제 너와 여행 다니려고 해. 늘 이런저런 이유로 멀리 했었는데, 네가 조금이라도 삶을 건강하게 바라볼 수 있을 때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어. 우리는 그래도 꽤나 잘 맞는 여행메이트니까. 문득 너무 피곤하고 고된 날이면 아무것도 신경 쓰기 싫어서 너와 함께 동행하는 여행을 포기하곤 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지나가는 너의 친구들을 보면 '너와 함께 왔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떠나질 않더라. 나는 너에게 좋은 사람은 아니어도 사랑하는 사람만은 되고 싶다. 가끔 너는 참 나를 단단하고 뿌리 깊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해. 가장 소중한 게 생기면 그게 참 큰 약점이 된다고 하지? 내 가장 큰 약점은 아마 네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부분도 참 모순이야. 소중해서 약점이 된다는 말 말이야. 아마 그 원인이 결론에 도달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에서는 이별이 전제되어 있는 건 아닐까?


오늘의 황소자리에서는 길운이 가득 하대! 문득 별자리를 걷다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을 발견하는 하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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