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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깐 KKan Apr 07. 2019

미연시의 티오피

[스팀] 기적의 분식집



분식집 경영 시뮬레이션이라기에는 캐릭터 일러스트가 너무 글래머러스해서 분식집 경영을 빙자한 평범한 미연시겠거니 생각하고 스킵했던 '기적의 분식집'. 기대하고 있는 4월 말출시 게임들이 주어지기 전까지 하고 싶은 타이틀이 마땅히 없던 요즘, 방송을 보시는 분들께 게임 추천을 부탁드렸더니 그 분식집이 리스트에 올랐다. 걸렀던 게임이기는 하지만 장르 게임인데도 굉장히 평이 좋고 DLC도 마침 딱 나왔으니 해봐도 좋을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게임이 맞기는 했다. 분식집은 허울만 있을 뿐 딱히 경영에는 의미가 없었던 것. 연애의 배경 장소가 분식집인 것과 주인공 자설화의 별 볼 일 없는 배경 스토리 정도로만 쓰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영업 일수와 매출이 게임을 전개시키고 엔딩의 시점을 결정 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하지만,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무엇보다도 분식집인데 메뉴는 빙수 뿐. 빙수집이라고 부르면 위화감이 없었을 것 같다. 듣도 보도 못한 데다 맛을 상상할 수도 없는 빙수들이 즐비하다는 건 다른 문제지만.





그럼 빙수집이라고 불러야 할 분식집에서 무얼 하는가 하면, 진행 과정에서 액션을 선택해 두 명의 히로인과 연애를 성사시키면 된다. 늘 그렇듯 한 명의 캐릭터에게 집중해야 번듯한 엔딩씬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초반 등장에 마음을 정하는 게 필요한데, 메인 히로인인 필리아가 압도적으로 예쁘다. (...) 스트리머인 주미라는 주인공 차설화를 압도하는 기세만큼은 필리에 버금가지만 꽤 상반된 분위기를 지녔다. 플레이어 취향이야 서로 다를 수 있지만 마구 선을 넘는 주미라의 캐릭터는 아무래도 개념의 영역에서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에 마음 가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발랄하고 통통 튀는 캐릭터의 매력은 주미라에게 있지만, 나는 조금 더 차분하고 도도한 필리아에게 한 표.





선택한 액션들은 히로인과의 이벤트를 발생시킨다. 주 배경은 필리아가 타고 온 포탈이 있는 곳이자 차설화의 거처인 분식집 위 다락방.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을 하기도 하고 필리아가 살던 곳에 직접 넘어가기도 한다. 포탈에서 짐작할 수 있듯, 필리아의 세계는 마법의 영역으로 그녀는 소금을 마법의 재료로 쓰는 '소금 왕국'의 여왕이다. 가족도 없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여왕 노릇을 한지 10년 째. 외롭고 답답한 상황에서 도망치듯 포탈을 타고 온 필리아와 이야기하다 보면 조금씩 분식집 경영을 빙자한 연애에 몰입하게 된다. 다만, 차설화의 캐릭터가 너무 우유부단하고 결정적 타이밍마다 눈치가 부족해서 과몰입되지 않고 현실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인지 단점인지 애매모호.





일러스트 몇 장으로 비주얼을 도맡고 있는 게임이다보니 이벤트 진행에 따라 발견한 의상으로 갈아 입힐 수도 있다. 마우스를 어디에 올려 클릭하느냐에 따라 대사가 살짝 달라진다. 예쁘기는 하지만 포즈나 표정에서는 큰 차이가 없고 의상 자체도 아주 다양하지는 않다. 스토리를 전개할 때에도 수 차례 본 모습이기 때문에, 평상복만이라도 몇 개 더 그려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제일 예쁜 일러스트인 이벤트 일러스트는 콜렉트 메뉴 중 CG에 수집되는데, 아쉽게도 가짓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 이벤트의 분기도 많지 않고 일러스트도 다양하지는 않지만 그저 필리아가 예뻐서 그러려니 할 수 있는 느낌이랄까. 비어 있는 수집 리스트를 고려할 때 주미라 루트를 타면 거의 두 배의 일러스트를 해금할 수 있겠지만 내.. 내키지 않는다. 일반적인 '미연시'를 생각한다면 이벤트의 수도 적을 뿐더러, 12세 이용가의 등급으로 미루어 알 수 있듯 굉장히 얌전하고 건전하다. 성인용 게임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기대를 내려놓고) 플레이 해도 좋다.





본편과 DLC를 정독하면서 플레이 해도 6시간 정도의 분량. 길지 않은 플레이 타임이지만 몰입감은 높은 편. 본편은 소금왕국이라는 필리아의 배경 설정과 항마력이 필요하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는 여왕님의 캐릭터가 하드캐리하고 있지, 스토리 자체의 매력은 대단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분량도 짧은 데다 감동 포인트는 진부한 성장기이기 때문인데, DLC는 본편을 포함한 소금왕국과 현실 지구를 아우르는 탄탄한 설정을 바탕으로 꽤 큰 감동을 준다. 기적의 분식집을 플레이 한다면 무조건 DLC를 같이 플레이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DLC 현자 엔딩을 본다면 뻔한 판타지 연애 시뮬레이션에서 킹갓 스토리 게임이 되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기적의 분식집이 ㄴㄷㅆ의 정의가 바뀌는 게임이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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