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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Apr 09. 2024

경미한 조울

기분의 양극단

오늘의 마음 날씨는 먹구름이 우중충 금방이라도 많은 양의 비가 올 것 같다.

답답하고 당장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조차 생각하기 싫은 지금 이 기분.


저번주 일요일의 마음 날씨는 우르르 쾅쾅 머릿속에서 당장이라도 억수 같은 비의 양이 내리고 휘황찬란한 번개가 아주 가지각색의 모양과 찬란한 빛으로 기분과 표정을 강타했다.


같은 주 목요일인가 금요일인가. 그날은 평소와 이상하게 마음 날씨가 아주 맑았다. 그러니까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맑고 상쾌한 가벼운 마음이 들었다. 더 이상 마음 한 구석에 큰 돌이 있어 버겁고 힘든 느낌이 아닌 꼭 가볍고 깨끗한 하얀 깃털 하나만 있는 것 같았던 아주 신선했던 감정. 뭐 딱히 기분 좋았던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날 역시 너무나 평범한 하루 었다. 근데 좀 이상하고 어색한 감정이었다. 뭔가 가지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과 감정이랄까. 너무 가볍고 맑은 느낌이 나니까 잠시 내가 아닌 것 같았던 기분. 아니 정확하게 얘기하면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 이상한 마음 상태는 마치 비행기 타면 큰 태양 하나가 셀 수 없이 많은 구름을 환하게 비치면 보이는 빛나는 광선 같았다. 천사가 날개가 있으면 이런 느낌일까.


요즘 나는 감정과 기분에 휘둘리기 싫은데 휘둘리는 느낌이 나고, 가끔은 꽉 움켜잡고 있는 정신을 다 놓아버리고 바르고 규정적이고 윤리적인 큰 틀 안에서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거나 그냥 주저앉아 지칠 때까지 펑펑 울고 싶다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는 것 같다. 근래 들어 일주일에 꽤 몇 번씩 마음 날씨는 기상이변이상기후가 포착되고 있다.


또 시작인가. 이 지긋지긋한 감정 컨트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엄청 노력 중이다. 잔잔했다가 한 번씩 기분이 한껏 날카로워지면 아무 잘못도 없는 가장 가까이 있는 엄마에게 나도 모르게 가시처럼 날카롭고 송곳처럼 뾰족한 상처가 되는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말을 예쁘게 하려고 하는데 다행히 아직까진 잘 수행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엄마가 나를 보는 시선이 뭔가 힘들어 보이는 건 괜히 기분 탓일까. 엄마한테 더 이상 상처를 주지 않을려면 스트레스 관리가 급선무다.




세상만사 힘들고 좀 어렵게 해야 무언가를 얻었을 때, 더 보람차고 열심히 잘하려고 하는데 쉽게 얻으면 귀한지 모르고 생각보다 그 결과물이 쉽게 흩어져 가는 것 같다. 마치 벚꽃이 바람에 휘날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무엇이든 신중하고 무게감 있게 선택을 해야 될 것 같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는다.

사연을 보냈더니 배철수 아저씨가 답장이 오셨다.

 

"성공한다는 게 뭐 사람마다 다 다르긴 하겠지만, 성공하실 겁니다."

"꼭 하셔야죠."


배철수 아저씨의 응원이 예상했던 것보다 짧았지만 그 단단한 울림은 강했다. 어제저녁의 잔잔했던 기분은 더 잔잔하고 고요해져서 감정이 한껏 차분해졌다. "감사합니다. 배철수 아저씨!"




아침에 지하철 기다리고 있었는데 곧 오는 소리가 났다. 보통 몇 분은 기다리는데 말이다.

"어라? 바로 오네?"


디자인 학원 끝나고 서면에서 집에 가는 지하철이 또 바로 왔다. 원래 어느 정도 기다리는데 말이다.

"오? 오늘 타이밍 좋네?"


집까지 가는 길이 제법 걸려서 자리를 앉아야만 다리가 아프지 않다. 그런데 왠지 가까이 앉아있는 아주머니가 곧 일어서실 것 같아 앞에 서있었더니 진짜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나셨다.

"오늘 뭐지?"


딱 좋은 타이밍이 약간 혼란스러웠던 감정과 기분을 잠잠하고 차분하게 도와준 느낌이 들었다.




어둡고 보이지 않는 터널 같은 길에서 밖에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이젠 안다. 6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우울을 혼자 다 감내하고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던 그 처참하고 무너졌던 시간을 이겨낸 과거를 통해 스스로 터득한 방법 중 이게 제일 베스트다. 그냥 조용하게 천천히 일어서서, 몸에 묻은 진흙을 탈탈 털고, 느려도 꾸준히 한 발씩 걸어 나가면 환한 빛이 보이는 때가 반드시 온다. 그 빛이 보이면 "할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밝게 빛나는 빛을 향해 가면 된다. 길이 보이지 않으면 길을 찾으면 된다. 그래서 난 꾸준히 그 빛을 찾고 그 빛을 향해 꾸준히 걸어 나갈 것이다. 그 결과 값이 얼마나 창대하고 빛나는지 너무 알고 있으니까.  



”길이 안 보이면 길을 찾자 “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매일 조금씩 노력하면 괜찮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관점을 달리해서 해석하면 세상 일이라는게 못할 것도 없고, 안 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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