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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Apr 18. 2024

차가운 건조함

스트레스

햇살이 따뜻한 짙은 오후.


지하철을 탔는데 건너편 할머니 두 분께서 마주 보고 이야기하시는 것을 보았다. 엄청 자세히 듣진 못했지만 두 분의 할머니께서 나누신 이야기는 꽤 울림이 있었고, 그 짧은 찰나에 많은 생각이 들게 했고 가슴속 한 구석이 찌릿했던 순간이었다. 말씀하시는 것을 듣다 보니 두 분의 할머니들은 평소 친분이 있었고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나서 서로의 근황 얘기를 하시는 것 같았다.




"어디에서 뭘 배우고 오나 봐?"

"뭐 배우고 오죠."

"뭐 배우는데?"


중간 부분은 주변의 소음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거기서도 뭐 이것저것 배우고 시험도 칠 거 아니야?"

"뭐 그렇죠. "

"그러면 그 시험도 쳐야 되고, 할 게 많겠네?"

"시험도 합격했어요."

"그것도 비율 뭐 이런 것도 딱딱 맞아야 되는 거 아닌가?"

"네 맞아요. 언제 한 번 오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뭘 할 수 있는 용기가 대단하다."라고 할머니가 얘기하시더니

옆에 계시는 할머니는 그저 웃는 표정으로 맞은편의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두 분의 연세는 70살 전후로 보였다. 어떤 일을 새롭게 도전하고 시도하고 있는 할머니를 보는 다른 할머니의 시선이 뭔가 생각이 많아 보였다. 그 표정을 본 나도 생각이 순간 많아졌다.


"저렇게 연세가 드신 할머니도 새로운 도전을 하시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의 대한 꿈과 열정을 가지고 계시구나. 참 멋진 어른이시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 할머니의 성품은 잠깐 봤는데도 불구하고 온화해 보였다. 시종일관 얘기하시는데 초연하게 웃고 계셨고, 마음이 안정된 보였다. 지하철에서 본 할머니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나도 힘 좀 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사실 하루 기분이 좋으면, 그다음 날 기분이 또 급속도로 저하되는 것을 느낀다. 다행히 기분이 나빠질 때, 우울과 날카로운 까칠한 감정이 같이 나오지 않아 어떻게 보면 참 다행이라 생각하는 요즘.


스트레스에 부쩍 취약해진 바람 빠진 풍선 같다. 감정이 안정적이지 않은 느낌이 나고, 기분과 감정이 하루사이로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한다. 마치 나 모르게 감정들이 널뛰기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엄마는 요즘 퇴근하면 제일 먼저 내 기분을 살피고, 눈치를 보는 횟수가 잦아진 것 같다. 무기력이 추가돼서 스트레스받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혼자 컨트롤하기 참 쉽지가 않다. 꽤 울림이었던 할머니들의 대화를 짧은 찰나에 지하철에서 들으면서 부쩍 차갑고 건조해진 마음에 작고 따뜻한 온기가 왔다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 감정을 잊어버리기 전에, 글로 기록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을 집중해서 곧 잘 듣는 편이다. 듣고 싶어서 듣는 게 아니라, 그냥 들린다. 근데 안 듣고 싶은 것까지 듣는 것 같아서 그게 좀 불편하긴 하다. 꼭 나한테 하는 말이 아닌데 나한테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고, 나의 대해서 좋지 않은 말들은 굳이 안 들려도 괜찮을 텐데 어김없이 귀에 안 좋은 말들의 소리가 따박따박 송곳처럼 따갑게 안착한다. 그러면 또 다시 조용히 사람의 대한 벽을 세우게 되고, 절대로 먼저 다가가지 않겠다는 자동적 사고 회로의 반복. 사람이 안 보고 싶은 것도 좀 거르고, 듣기 싫은 말들도 걸러야 될 줄 알아야 되는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그 후의 그 사람이 하는 행동과 말투를 유심히 지켜본다.


짧은 찰나의 순간에 깊고 날카로운 집중력을 발산한다.


나한테 하는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말이다. 이젠 나이도 적지 않은 나이고, 꽤 오래 옆에 놔둬야 되는 사람의 기준을 "상처 줄 것 같은 사람" VS "상처 주지 않을 것 같은 사람"으로 나뉘는 것 같다. 기타 이외 그 사람의 가치, 성격, 도덕성, 성장 가능성을 본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나의 대한 마음이 진짜 진심인지. 장난인지."

여자든 남자든 똑같이 기준을 통일한다. 제일 중요한 건 상대의 대한 "진심" 그리고 "믿음"




황사가 너무 심해서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도 갑갑해서 마스크를 잘 끼지 않는 내가 모래 바람이 목에 들어오는 매 쾌한 느낌이 싫어서 벼루고 벼르던 마스크를 결국 끼고 말았다. 우리 아파트 중앙 분수대 근처 옆, 단지 내의 다리 하나를 지날 때면, 저 멀리 우뚝 선 산이 하나 보이는데 오늘은 완전 하늘색과 푸르디푸른 녹색의 산이 불투명했다. "황사가 심하긴 하구나. 마스크는 쓰고 다녀야 되겠다."라는 마음을 들게 해주는 뿌연 하늘. 이제는 황사도 재난인 시대가 온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 심할 수가 있을까. 안 쓰던 마스크도 쓰게 할 만큼 황사의 심각성은 이루어 말할 수가 없다. "마스크 쓰기 싫은데.." 갑갑하고, 숨도 잘 안 쉬어지는 것 같다.




20대.


한창 생각도 많을 시기고, 불안하고, 두렵고, 지치는 순간을 피할 수 없는 건 누구보다 잘 안다.

이 불안한 시기를 어떻게 하면 현명하고 지혜롭게 잘 보낼 수 있을까.


불안할수록 뭘 더 하려고 하고, 더 완벽하게 하고 싶어 한다. 불안도가 높을수록 완벽을 향해 달려가는 기질이 강화된다. 20대가 인생에서 제일 빛나고 좋을 때인데, 현실은 그렇게 잘 가꾸어진 비단길이 아닌 내 힘으로 오로지 헤쳐나가야 된다. 앞으로 일의 대한 생각과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을수록 더 자신의 대해서 성찰하는 게 최선인 것 같다.


그래도

"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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