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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운용 Apr 17. 2024

잔치국수

봄은 봄인가 보다


잔치국수


밀가루조차 흔치않던 시절

그 어떤 음식보다도

귀하고 훌륭한 음식이었다


국수가 흔해진 시대라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입맛이 없거나

먹는게 부담스러울때

자연스레 국수를 찾는다


매끈하게 빠진 기다란 몸매만큼이나 

기나긴 세월 복받으라 잔칫날

손님을 맞았던 유래깊은 그대


국수를 먹는게 아니라 복을 먹는것이며  원앙금침아래 새로이 한몸이 된 부부 

백년해로 기원하던 축복의 먹거리


국수마는 일이 언뜻 간단해보여도 

어지간히 땀방울을 흘려야 제맛이 난다


국수의 생명은 면발

밀가루에 소금을 넣고 

조금씩 물을 부어가며 반죽을 치대고

탱글탱글 탄력있는 속살이

더욱 더 부드러워질때까지 

한껏 주물러야 한다


겉반죽이 꼬들꼬들 할때

틀에 부어 면을 뽑고 

끓는 물에 살며시 넣고 

주걱으로 저어가며 삶는다


거품이 일어날 즈음

찬물에 담구고 골고루 행구어 

소쿠리에 담아 놓은 뒤 

냄비에 물을 붓고

다시마와 멸치내가 푸욱 우러나도록

약한 불로 한참을 끓여낸 후 

멸치와 다시마는 건져내고 

소금과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는 매끈하게 씻겨진 

국수를 넣는다

 

호박채와 김가루로 고명을 올려주고 

얼기설기 다진 파를 간장

버무린 양념을 듬뿍 덜어

면발위로 옷을 입히니

세숫대야만한 욕조에 몸을 담근 얼굴을

그제서야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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