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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운용 Apr 17. 2024

경비원 김씨의 봄 나들이

봄은 봄인가 보다


재개발로 사람들의 왕래가 뜸해진

거리엔 폐업 이전

문닫은 점포들 입간판만 뒹군다


점심 한 끼 떼우자는 생각에

역 주변을 어슬렁 어슬렁

낯익은 거리라 한참을 서성이다

익숙한 목으로

구부정한 걸음을 옮긴다.


시간을 알길 없는 나무로 만든 주렴이 반기듯 치렁거린다.


연장통 허리에 달고

거푸집 동바리 달아매던 경기좋던

호시절 시들어가고

나이 들어 목수일감 끊기고 난 뒤


액정에 두줄 금이 간

낡은 폴더폰만 연신 살피며

몇날을 일거리 찾아

인적은 뜸해 을씨년스러워진

전철역 주변을 혹시나 맴돌고 있다.


오늘처럼 대충 한끼나 떼우자며

장면집 문에 걸린 발을 걷고

언제나 그랬듯

식당 안쪽 모퉁이 구석진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건네다 보지만


또  언제나 그랬듯 

장면을 주문한다.


경비원 교육을 받고

맞은 편 볼링장건물에서 첫 근무 마치고

이튿날 아침 퇴근길에 속풀이하 들렀다 

단골이 되버렸다.


일년을 채 못 지나

관리소장이 바뀌면서 경비일도 손을 놓게 되자 발길을 끊었다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이면

괜시리 골목길을 빠져나와

느릿한 걸음으로 거리를 걷는다.


대못박던 굳은 살 박인 주먹을 움켜쥐며

뿌듯히 미소를 띠고

작업복바지 주머니속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귀가 어두워 어디선가 걸려올

소식을 못듣고 지나칠까

아들이 진동으로 신호를 바꾸어 주었지만

불안한 생각에 빈번히 손을 넣는다.


볕이 좋은 봄이면

망치소리 따라가며 한자락 흘러간 옛노래

구성지게 부르며 고단함 잊고

수도 없이 비계를 오르내렸다.


역 근처 주변을 돌다 진력이 날 때쯤

발길을 돌린다.

골목길 입구 영춘수퍼를 지나 

집으로 오르는 삼십 계단에 서서

문득 뒤를 돌아다 본다.


담배산다는 걸 놓쳐버렸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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