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운용 Apr 21. 2024

가족의 기원 - 불과 창의 시대로 진입

혼돈의 시대


사랑이 시작된 뒤로 수컷에겐 생활양식과 습관에 있어 이전동굴의 세계에서보다 진일보한 발전을 가져왔다. 우선 먹잇감 사냥을 다니는 횟수부터 곱절은 늘어났다.


동굴속에서 홀로 지낼 때는 자신의 배만 채우면 족했다. 필요한 만큼만 사냥을 하면 됐는데 사랑을 하게 되면서 암컷에게도 나눠주어야 할 책임이 생겨 먹잇감의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수요의 증가에 따른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선 경쟁자도 많고 치명상을 입게 될 다툼도 감수해가며 험지로 사냥을 떠나야한다.


위험도가 따르는 곳에서의 사냥에는 지금껏  사용해왔던 부실한 도구와 사냥법을 가지고는 다른 사냥꾼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으며 덩치가 큰 짐승들을 포획하는데에도 한계가 있어 보다 강력한 무기 제작과 사냥술을 습득해야 한다.


치명상을 입힐 만큼 강력한 무기 제작에는 부숴지지 않고 단단한 돌을 찾아 강력하고 날카로운 창을 만들어야 하는데 생각해보니 그런 재료는 뜨거운 불기둥이 솟고 붉은 물이 흘러내리는 검은 산 주변에 가면 불에 타 새까맣게 그을린 단단한 돌맹이가 많았다.


눈 내린 날 추위를 피해 금지구역으로 여겼던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붉은 산 입구에 슬며시 찾아가 따뜻한 물에 몸을 적셨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붉고 뜨거운 물이 흐르며 검붉게 그을린 돌들이 차가운 비가 내리고나서 열기가 식으면서 날카롭고 단단한 돌부리 우훅죽순 생겨났다.

호기심에 둘러보다 넘어져 심하게 부상을 당했었고 불에 타고 남겨진 짐승의 고기를 우연히 맛보고는 그 기가 악힌 맛의 세계를 잊을수가 없어 간혹 붉은 산 입구 뜨거운 기운이 솟아나는 땅을 찾아 갔었다.


다른 대다수 무리들과는 다르게 배가 불쑥 나온 덩치큰 무리들이 자신들이 우상으로 여기는 신의 땅이요 신성한 곳으로 일방적으로 정하고 금지구역이라 봉한 뒤로 뜨겁게 구어진 고기의 소름이 돋는 오묘한 맛을 보는 일이 좀처럼 쉽지않았다.  강력한 무기를 만들 재료인 검은 돌을 깨 들고 나오는 일도 경계를 서는 무리들과 전투를 벌여야만 가능 했다.


그러나 이젠 가족이 생겼고 생존을 위해 많은 먹잇감을 확보해야한다. 마땅히 자신에게 특별한 의무가 주어졌음을 수컷은 깨닫고 있다.


핏물이 흐르는 비릿한 날음식과는 비교를 할 수 없는 오묘한 맛을 암컷과 무리들에게 보여줄 상상을 하며 수컷은 분기탱천 굳게 입을 다물고 채비를 단단히 한 뒤 결전을 위해 굳은 결의를 다져갔다.


금지구역에서 맛 본 새로운 체험을 경험한 수컷에겐 뜨거운 물과 강력한 무기를 만들수 있는 불과 돌들을 자신의 손에 쥐어야 겠다는 욕망이 자주 솟아났으며 행여 다른 무리들에게 빼앗길세라 조바심이 나 그때마다 머리를 쥐어짜 가며 방법을 터득한 터라 삼엄한 경계망을 돌파하고 다른 경쟁자 무리들보다 앞설 자신이 있었다.


달빛이 없는 그믐출전의 날 다가왔다.


사전에 치밀하게 고민해서 세운 전술에 따라 먼저 경비수컷과 약속한 장소로 이동해 신호를 기다렸다.


삼엄한 경계를 뚫으려면 경계를 서고 있는 무리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수라 힘세고 덩치 큰 경비수컷를 사전에 은밀하게 접촉해 사슴을 잡아 가죽을 벗겨 만든 아끼는 외투를 뇌물로 건네주며 환심을 산 뒤 나중에 먹잇감도 나눠주겠다는 조건으로 구어삶아 내부 동조자를 만들었다.


뇌물에 눈이 뒤집히자 경비수컷은 자진해서  안내도를 그려주고 안내자도 붙여주어

검은 돌이 많은 곳으로의 진입은 한결 수월했다.


금지구역 밖에는 암컷의 동생을 자신의 무리와 대기시켜놓아 이동수단 확보와 운송책임 임무를 맡겨놓고 자신은 조카무리와 함께 성역화된 금지구역 입구로 좀더 다가갔다.


수컷 자신의 조카를 비롯한 혈족들과는 오랜 전투를 함께 거치며 단련되어왔기에 검은돌과 그외 먹잇감확보에 필요한 도구나 재료들을 확보하는 선봉대로 편성했다.

 전투는 가장 믿을만한 무리로 구성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도 집단으로 사냥에 나선 이후 무수한 싸움을 겪어가며 터득한 기본 전술이 축적된 결과였다.


또한 자신의 조카는 앞으로 자신의 사후를 대비해 무리를 이끌 재목으로 여기고 특별히 아껴왔으며 나이에 걸맞지않게 많은 전투경험에서 지도력과 용맹함도 보여준 바 있어 자신의 뒤를 이을 무리의 우두머리로 손색이 없다 생각해왔던 터라 이번에도 역시 중책을 맡긴 것이다.


결의에 찬 얼굴로 전방에서 올 경비수컷의 신호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조카의 늠름한 등판을 보며 수컷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흐뭇해했다.


자신의 무리 몇몇과 동굴생활만 하며 자급자족하다가 암컷과 짝을 짓고 집단이 커지게 되면서 도구나 먹잇감 같은 생활방식의 많은 변화가 생겨나면서 이를 지키고 확보하기 위해 전투도 해야했다.


수컷조카는 전투를 앞두고 철저히 준비하라는 수컷 자신의 지시를 받자마자 혈족 중에서 몸이 날랜 무리로만 정예화해

출동준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진입 신호로 약속했던

불이 붙은 나무가지가 흔들림과 동시에 수컷의 무리는 정예조직답게 바람같은 동작으로 미리 확보한 안전로를 따라 검은 돌과 과일 등 생존을 위한 각종 재료가 쌓여진 곳으로 이동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