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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tryJee Aug 30. 2021

대학원 꼰대의 라떼는 이야기-#4

#4. 교수님께 대들기

오늘은 교수님께 대드는 방법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전에 '발표는 두괄식'이라고 했으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웬만하면 하지 말기를 추천한다. 교수님께 대들어 봐야 열에 아홉은 실패하고 잔소리만 들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평생 당하고만 살 수는 없으니 캔디처럼 참고 참아도 대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마음 상태에 이를 때가 오기 마련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 열에 한 번의 경우를 알아보자.


교수님께 잘 대드는 방법은 대립하고자 목적이 무언인가에 따라 다르다.


첫 번째. 결과의 해석이나 가설 수립에 대한 의견이 다를 때.

이 경우는 그래도 좀 가능성이 있는 편이다. 교수님을 포함한 우리는 이과계이기 때문에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며 증거가 뒷받침되는 설명을 추구한다. 따라서 교수님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실험 및 논문 근거를 제시하고 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데이터와 자료를 찾아 논리적으로 제시하면 된다. 참 간단하지 않은가? 우리가 정말로 적절하고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여 교수님의 주장을 반박한다면, 교수님께 대들기는 성공이다.

하지만 아무 근거 없이 그건 아닌 거 같다고 얘기하는 건 신뢰를 박살내고 나 논문도 안 찾아보는 멍청이라고 얘기하는 거니 차라리 그냥 시킨 일이나 잘하자.

ps1. 쉽다고는 안 했다.

ps2. 아무리 논리적으로 들이밀어도 '응 난 그런 거 몰라 나는 교수고 너는 학생인데, 내가 제일 똑똑하고 내 말이 무조건 옳아'라고 받아치는 벽창호 같은 교수님도 열에 네다섯은 되니 이런 대답이 나온다면 대들기와 당신의 인생 중 하나는 포기하도록 하자.


둘째. 인격적 모독

이건 어떤 경우에도 참지 않길 바란다. 물론 먹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참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증거를 수집해 놓도록. 일기도 도움이 되고 녹음이라도 해라.

인격모독을 당했을 때에는 그냥 상대방이 당신에게 어떠한 불쾌한 행동을 했으며 당신이 느낀 모욕감이나 불쾌감에 대해 짧고 명료하게 지적하라. 하지만 태도가 불량해서는 안된다. 화내지도 두려워하지도 말라. 만에 하나 좋지 않은 방향으로 일이 흘러갈 때 당신이 공손하고 겸손하며 예의를 지키며 행동했다는 점은 상대방의 낮은 인격과 대비되어 플러스가 될 것이다.


셋째. 업무에 대한 불만

업무에 대한 불만은 일이 너무 많거나 업무에 대한 타당성이 부여되지 않는 경우가 있겠다.

업무가 너무 과중할때는 면담을 요청해서 자신이 맡은 일을 무엇인지 설명하고 소요되는 시간과 스케줄 조정을 요구해보자 만일 인력에 여유가 있다면 일을 조정해 줄 것이고,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기한을 늘려줄 것이다. 그러나 네가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조금만 집중해서 하자며 퇴짜 맞을 가능성도 매우 높으니 열 받고 분해서 울지는 말고 이 경우 자신의 건강 상태가 일을 할 수 있는 상태인지 고려해본 뒤 퇴사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자. 게으름 피우지 않고 일하는데 일이 많다고 조정 요청을 하는데 무시한다면 그곳은 미래가 없다. 혹은 교수님이 쪼는 것에 스트레스받지 않을 수 있다면 압박을 무시하고 내 페이스에 맞춰서 진행하는 것도 좋다.

 혹은 이 업무가 당신의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불만이라면, 용기 있게 말해보자. 최대한 힘들고  바쁜 척을 하면서- 지금 업무만으로 시간이 안나 할 수 없다고. 때로는 돌아가야 할 때도 있다. (이 일은 제 담당 아닌데요는 85% 확률로 통하지 않을 것이다)


업무의 타당성이 부여되지 않는 경우는 다른 말로 업무의 필요성에 대해 불만을 느끼는 경우가 되겠다.

많은 교수들이 일을 시킬 때 자신의 의도를 잘 설명하지 않는다. 매우 매우 흔하다. 단순히 일의 목적을 파악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교수님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수님이 일을 줄 당시에 대화를 통해 목표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 만일 시기를 놓쳤다면 교수님의 평소 말투를 잘 아는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일을 지시할 때 교수님이 어떻게 말씀하셨으며 어떤 제스처를 썼는지도 고려하여 미루어 짐작해보자. 그래도 이해가 안 간다면, 당신은 심각한 상태에 직면했다. 이상태로 대들었다가는 백 퍼센트 털리게 마련이며 이 실험 왜 하는 건가요 라고 여쭤보면 세상 한심한 눈초리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럴 때는 일단 그냥 해보자. 일단 일차 결과가 나온 뒤 한번 더 디스커션을 하면서 당신이 짐작한 대로 살짝 떠보면 의도가 뭔지 알게 될 것이다. 원래 게임은 하면서 배우는 거다.


혹은, 다 알겠는데, 왜 시키는지도 알겠는데 나는 이거 할 필요 없을 것 같다- 라면, 아.. 이번에도 당신은 심각한 상태에 직면했다. 당신은 다시 첫 번째 경우로 돌아가야 한다. 이건 가설 수립에 대한 의견이 다른 경우와 유사하기 때문에 당신은 논문과 온갖 실험 결과를 뒤져서 이 실험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와 대신 다른 가설을 세워서 다른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어떤 실험을 해야 하는지 준비해서 교수님 방문을 노크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경우는 순발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준비해서 가려면 일이 크기 때문에, 일을 시키는 순간 이건 이러저러해서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방어해야 한다. 막으면 다행이고 아니면 그냥 시키는 대로 진행한다. 돈 주는 사람이 하라는데 뭐 별 수 있나, 때로는 준비 단단히 해서 반박해도 '아 그건 박사님 말씀이 맞는데 내가 그냥 궁금해서 그래요'라는 대답을 들을 때도 있다. 호기심이 박사 하나를 죽이고 있습니다 교수님.



사실, 여러분에게 몇 가지 방법을 안내했지만, 나도 성공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앞에서도 말했든 '열에 한번'의 경우이니 말이다. 중요한 건 논리와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다른' 목소리도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한 뛰어난 박사님은 성공률이 60-70%가 된다. 그 분은 별명이 나무위키이신 지식인중의 지식인이라, 논쟁에서 교수님에게 절대 논리로 밀리지 않는다. 여러분도 논거를 꼼꼼히 준비해서 교수님께 대들기에 성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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