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라떼가 교수님께 바란다
지금까지는 대학원 후배들에게 바라는 점, 고쳐줬음 하는 점에 대해서만 글을 썼다.
오늘은 내 밥벌이를 책임지고 계시는 교수님께 바라는 점을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보고자 한다.
아, 정말 휴가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우리는 거의 모두 계약직이다. 정직원은 정말 손에 꼽는다. 국공립 연구소 정도. 나머지 대학, 의대, 병원 소속은 전부 계약직이다.
그 말인즉슨, 계약서에 보장된 정해진 연월차나 휴가가 없다는 뜻이다.
뭐 요즘 근로기준법이 바뀌어 계약직 근로자도 일 년 차부터 10여 일의 연차가 발생한다고 한다지만,
그것은 남의 나라일! 우리의 휴가는 전적으로 상사의 호의에 기대야 한다.
'교수님 제가 이번에 집에 XXXX일이 있어서요.... 수요일 하루 쉬면 안 될까요??' 이런 식이라는 거다
구질구질하게 내 사정을 다 오픈하고 무슨 일로 언제부터 언제까지 쉴 예정이며 무엇을 할 예정인지, 사생활 보호라곤 하나도 없이 말이다. 나는 쉰다고 말할 때마다 쓸데없이 비굴해져야 하는 것 같아 기분이 더럽다.
연월차가 정해진 회사라면, 일의 스케줄이야 봐야겠지만, 사생활까지는 오픈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는가??
여름휴가도 엄청 눈치를 봐야만 한다.
6월쯤부터 과연 올해는 갈 수 있을까 두근두근 눈치게임을 시작한다. 실제로 교수님께 말씀드리는 타이밍을 잘 잡아 입을 뗀다 해도 네가 지금 휴가 갈 때냐며 이 논문 마무리하고 나중에 가라고 휴가가 잘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로 올해 우리 실험실 4명 중 2명만 여름휴가를 갈 수 있었고 2명은 반려당했다.
그래서, 적어도 근로기준법이 정한 만큼의 연차는 보장해 줬으면 한다. 그리고 연차를 사용할 때, 사유는 묻지 말자.
[시행 2021. 11. 19.] [법률 제18176호, 2021. 5. 18., 일부개정]
제60조(연차 유급휴가)
①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개정 2012. 2. 1.>
② 사용자는 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간 80퍼센트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개정 2012. 2. 1.>
업무분장: 업무를 체계적인 기준으로 분류하여 직원들에게 할당하는 것
쟤 일 안된다고 나한테 해보라고 하지 말고, 얘 일 안된다고 나한테 봐주라고 하지 말고, 걔 일 바쁘다고 나한테 도와주라고 하지 좀 마시길.
각자 과제에 따라 업무를 맡겼으면 잘 지도해주고 좀 신뢰하고 기다려주기도 해 보자. 교수님도 성과 때문에 조급하신 거 아는데, 지도와 교육도 업무이시니까 제발 성과 때문에 한 사람한테 일 다 몰아주지 마시길 바란다. 그러다 그 한 사람 퇴사하는 수가 있어요.
방금 정말 일분 전 있었던 일이다.
주말 카톡도 짜증 나는 데, 짧게나 끝내실 것이지, 회의에서 채택된 2안에 대해 교수님은 괜히 이것저것 뒤늦게 a가 부족하다 b가 부족하다 c는 포함되지 않는 거 아니냐고 지적하셨으나 a, b는 이미 포함되어 있고 c도 들어가는 게 맞았다. 말하자면 괜한 딴지인 셈인데, 의도는 2안을 뒤엎고 1안을 하고 싶은 거였다.
우리 서로 시간을 세이브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교수님??
나는 지도교수님과 10년을 같이 보냈어도 랩을 나올 때 까지도 지도교수님의 의중을 100% 알아듣지 못했다. 하물며 석사 어린이들이나, 그보다 나을 것 없는 피곤한 박사중딩이며, 메뚜기 같은 포닥들이 어찌 알까?
아는 말 돌려하지 말고, 내 맘 알아줄 거라고 생각하시지 말고, 그냥 대놓고 말해주세요 제발.
추가로, 교수님의 의중을 알아듣기 위해선 교수님이 생각하는 연구의 비전을 팀원과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궁극적인 목표를 공유하지 않으면 코앞의 땅만 파거나 샛길로 빠질 가능성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쟤 어찌하나 보자~ 하고 테스트만 하지 마시고, 그래도 큰 goal정도는 공유해 주세요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