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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tryJee Dec 17. 2021

머리 아파 죽겠을 땐 떡볶이도 먹기 싫어-#1.

#1. Intro.

나는 편두통이 정말 심하다.

2007년 정도 시작됐던 것 같으니, 대충 15년쯤 되었다.

원인은 잘 모르겠다.

15년 전부터 가끔 출근을 못할 정도로 아픈 날이 발생했고, 그때에도 한 달에 열흘 정도는 약을 먹어야 했다. 출근을 못하는 날은 약을 먹어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낫지 않는 날이다.  

언제부턴가 나의 기준은 '머리가 아픈가/아닌가'가 아니라 '약을 먹고 일을 할 수 있을 정도인가/아닌가'로 바뀌었다.

어떤 날은 약 복용 후에도 자잘한 통증이 남아있지만 참을만해서 일을 하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은 점점 늘어갔고.


처음엔 편두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흔히 하는 오해처럼 편두통은 머리의 한쪽만 아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증상은 주로 머리 전체가 욱신거리거나 조이는 듯했고, 목이 같이 뻣뻣해졌기 때문에 긴장성 두통이라고 착각했다.

그러다, 2년쯤 지났나, 점점 약을 먹어도 통증이 없어지지 않는 날이 늘어갔다. 두통의 원인이 다른데 있는 것 아닐까-다른 질병이 있는 것 아닐까, 뇌종양 같은-하는 불안한 마음에 병원(신경과)을 찾아갔고, 몇 가지 검사 후 편두통 진단을 받았다.

편두통 예방약을 3개월 정도 먹고, 두통이 생기는 날도 적어지고 타이레놀로도 두통이 없어질 정도(전에는 게보린만 들었다)로 호전되었지만, 한 6개월 갔나? 다시 두통도 잦아지고, 2-3년 뒤 두통약이 안 들어서 또다시 신경과를 찾는 일이 3-4번 반복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점점 오전 반차나, 결근을 해야 하는 날도 늘어갔다.


지금은, 내 고용주인 교수님 추천으로 대학병원 신경과에서 치료를 받은   2년이 조금 넘었는데, 편두통에 대해 넓고 깊게 알게 되었고,  증상에 대해 자세히 알게   이외에 크게 호전된 부분이 없다.

아마도, 내 머릿속에서 치료와 유발요인의 반응이 평형을 이루고 있는 것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주치의 추천해주신 교수님이 유발요인이.)


사람은 아플 때 현타가 오는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내가 이렇게 아파가며 살아야 하나? 뭐를 위해서?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유발요인을 제거하기로 했다. 퇴사를 하기로 했다는 말이다. (사실은 일 년 반전 치료를 위해서 퇴사했다가, 6개월 쉬고 일 마무리가 안된다며 불려 가서 다시 혹사당했다. 당연히 잠깐 호전됐던 두통은 다시 심해졌고)


편두통은 잘 티가 나지 않는 질병이다. 머리 아픈 게 주변에 뭐 그리 티가 나겠나.

그런데, 삶의 질은 참 구질구질하게 떨어뜨리는 병이다. 나는 아파 죽겠는데, 참고 일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내가 대학병원에 첫 진료를 갔을 때 제일 놀란 점은 머리 아픈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것과, 대부분이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아마 대부분은 잘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아픈지, 어느 정도인지, 치료는 어떻게 하는지.


이것은 나의 편두통 치료기이며, 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이해를 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언젠가 편두통 극복기가 되길 바라며 글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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