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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tryJee Jul 03. 2021

대학원 꼰대의 '라떼는' 이야기-#1

#1. 대학원 입학을 고려하는 후배들에게

대학원 후배님들께 꼰대질을 시작하기에 앞서 대학원에 입학하려는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라.

농담이 아니다. 진심이다.

진짜진짜 진심이다. 경험해본 선배로써 이야기하는 건데, 멘탈 나가고 성격 망치고 몸 망가지는 길이다. 특히 건강에 있어서 말이다. 이십 대 까지는 젊음이 깡패라고 티가 나지 않지만 서른이 넘으면 생물학적 노화의 다섯배 정도는 빠르게 노쇠한다. 내가 이 얘길 많은 친구들에게, 심지어 입학한 지 일 년 미만의 친구들에게도 해보았지만 자기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농담이라고 생각했는지 다들 웃어넘기고는 삼사 년 후에 박사님ㅠㅠ 하며 우는 소리 했다.


자, 그럼. 나의 간절한 소망에도 불구하고, 다시 생각하지 않을 여러분들. 이제 본격적인 당부로 넘어가겠다.


첫째, 졸업 이후에 대한 목표를 세우라.

여러분이 무슨 일을 하고 싶은 것인지, 그에 맞는 커리어에 석사 또는 박사 학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판단하라는 것이다. 때에 따라 어떤 직업이나 목표에 도달하는데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게 대학원 졸업장인지 잘 생각해 보라는 것이고, 여러분이 생각했을 때 필요한 길이라면 얼마든지 환영하겠다. 또 한 가지, 이 꼰대 선배가 걱정하는 건 대학원 나오면 뭔가 길이 있겠지 라고 생각하는 후배님들이다. 대학원 졸업하면 그냥 가방끈은 길고 취업문은 더 좁아진 처치 곤란한 늙은 백수가 될 뿐이다. 잘 생각해라. 목표를 잘 세우고 들어와야 한다.


둘째, 자신이 대학원 생활에 적합한지 객관적으로 판단해 보라.

대학원은 한 학문에 대해 전문적인 공부를 하는 곳이다. 대부분의 자료가 영어 논문이거나 가끔 원서이기 때문에 (가끔 원서라는 뜻은 수업 이외에는 텍스트북 볼일이 별로 없어서다. 한글로 된 자료는 정말 가끔, 가아아아끔 본다. 개인적으로 구글링 할 때만.) 영어는 기본으로 해야 하고, 모르는 부분에 대해 해답을 찾을 때까지 끈기 있게 자료를 찾고 고민해야 하므로 성실함과 공부머리는 필수다. 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공부를 지겨워하지 않아야 하고 공부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하며 공부하는 방법을 아는 친구가 유리하다. 그리고 많은 교수들이, 대학원생들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에 투자하기를 바라며 연구실에서 보내는 시간을 성실의 척도로 삼고 있다. 물론, 이것이 옳다는 것도 아니고, 뒤에 대학원생의 워라벨에 대해 포스팅할 예정이지만, 그 균형을 잡는 것은 여러분이고, 교수로 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줄지 않을 것이다. 그것에 대한 각오나 대비가 없는 분들은 되돌아가시길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멘탈 단단히 잡으시라.

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학원 진학을 결정한 여러분. 심약한 마음으로는 야생의 대학원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멘탈을 단단히 하시길. 이제 여러분은 생각보다 여러분이 무능하며 실수가 많고 눈치가 없고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모두 사실인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일 것이고 그 정도로 고생길인 이유는 교수에게 혼나고, 포닥(박사후과정)한테 혼나고, 선배에게 혼나고, 팀미팅 때 털리고, 랩 미팅 때 털리고, 시도 때도 없이 털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혹은 운이 좋아 혼내지 않는 분위기의 랩이라 하더라도 실험이 안되거나 연구가 벽에 부딪히면 영락없이 나는 세계 최고 멍청이가 될 수밖에 없으니 각오 단단히 해라. 아, 당신의 연구는 교수나 선배가 '도와줄' 수는 있어도 절대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한계의 돌파도 스스로 해야만 한다. 도움은 '열쇠가 저기 있을 거 같은데 한번 찾아봐' 정도이다. (이 정도만 해도 엄청 친절한 도움이라는 것을 알아두시길)




그럼. 결정을 내리신 후배님들을 환영하며 앞으로 대학원 생활에 도움이 될, 철저히 꼰대 입장에서의 조언을 들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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