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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tryJee Jul 07. 2021

대학원 꼰대의'라떼는'이야기-#2.1

#2. 발표는 이렇게 하라 - part1. 이것도 발표라고?

대학원생은 발표할 일이 많다. 다른 과는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내가 겪은 바이오 분야는 그렇다. 대부분의 랩에서 연구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미팅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데, 교수님의 성향에 따라 매일 하기도, 매주 하기도 한다. 뉴비라고 절대 빼주지 않는다. 아직 실험이 없다면 선배를 따라다니며 보고 배운 거라도 발표해야 한다. 또 학회도 있고, 수업도 있고, 저널 발표도 있고, 최종 보스인 학위논문 발표도 있다. 아무튼 많다. 여러분이 매우 소심해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게 힘들거나, 교수님과 소통이 잘 안된다면 미팅 시간은 매우 괴로워질 것이다.


이번 회차에서는 개인적으로 후배 대학원생들에게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며 교수님의 분노를 자극시키는 제1 요인인 발표 방법에 대해 포스팅하려 한다. 발표만 잘해도 교수님께 혼날일이 반 이상 줄어들 테니 잘 들어주기 바란다.




Part1. 듣는 사람을 짜증 나게 하는 발표

*본 포스팅에 제시되는 슬라이드는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슬라이드이며 실제 결과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전문적인 실험 내용은 건너 뛰셔도 좋습니다.


하나. 대충 만든 슬라이드

자, 아래 슬라이드를 보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만들었다. 실제로 이렇게 만들어와서 발표하는 친구들이 있다. 정말로.

무엇이 문제인 것 같은가?


예시 1. 정돈이 되지 않고 정보가 누락된 슬라이드.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건 비 전문가가 보기에도 통일성이 없고 정돈이 되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각 블랏(blot)-검정 밴드가 나열돼있는 각각의 그림을 blot이라고 이라고 부르며, 단백질의 발현을 확인할 수 있다. 밴드가 진할수록 강하게 발현하는 것이다.- 의 좌/우 정렬이 맞지 않고 상하 간격이 맞지 않으며, 단백질명의 정렬도 엉망이다. 심지어 다른 블랏은 밴드가 6개인데, CDK1은 밴드가 7개이다. 또 블랏의 크기도 제각각, 테두리 여부와 굵기도 제각각이다.

또 다른 문제는 실험 결과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정보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Nor, Hyp의 약자가 나타 내는 것은 무엇인지, 10, 50 은 어떤 약물을 처리한 것인지, 단위는 무엇인지, blot 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놓은 이유와 각 단백질들이 가지는 의미가 누락되어있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말로 설명할 수 있지만 당신의 실험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 장황한 설명을 오분 간 들어야만 한다면 지치지 않을까? 슬라이드에 잘 적어놓는다면 슬라이드를 슬쩍 보는 것만으로도 30초면 이해할 텐데 말이다. 그리고, 약물 정보를 누락한건  아무리 생각해도 용서할 수 없다.

 

둘. 병렬식 정보 나열

발표 시 병렬식으로 결과를 나열하는 것은 대학원생 여러분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이다.


예시 2. 깔끔하지만 10% 부족한 슬라이드


이 정도면 깔끔한 슬라이드 구성이다. 모든 블랏의 좌/우/상/하 정렬이 맞춰져 있고 단백질명도 블랏과 적절한 위치에 가지런히 왼쪽 정렬되어있다. 약어에 대한 주석도 달았고, 네 그룹에 대한 정보도 제시되어있다. 이 친구의 발표를 들어보자.

"PI3K는 Jurket, AC5, mCD8+ cell에서는 durg에 의해 농도 의존적으로 감소하였고, PTEN은 모든 cell에서 증가했습니다. TRK1은 Jurket, mCD8+ cell에서 1uM에서만 증가하고 5 uM에서는 오히려 감소했는데, TRK2는 Jurket cell에서만 drug Y에 의해 증가했습니다. HGTa는 AGF와 mCD8+에서는 잡히지 않았고 Jurket, AC5에서는 drug에 의한 변화는 없었습니다."

청산유수로 말한 것 같지만 이 친구는 관찰자에 지나지 않았다. 증가하고, 감소하고, 변화 없고-그 정도는 초등학교 4학년인 우리 조카도 할 수 있다. 당신이 대학원생이고, 앞으로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결과를 해석해서 이 실험의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해서 결론을 제시해야 한다.


그럼 예시 2. 의 데이터에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무엇일까? 그건 실험의 목적이 무엇이고, 가설이 무엇인지에 달려있다.

만일 실험의 목표가 Drug Y라는 약물이 PI3K라는 단백질의 발현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면(이 경우 가설은 'Drug Y는 PI3K 발현을 억제한다'이다), 실험의 결론은 가설을 그대로 입증한 것이 되어 'Drug Y는 PI3K를 억제한다'가 될 것이고, 그 억제 효과를 4가지 종류의 cell에서 검증한 것이다. 또 다른 경우, 문헌 조사에 의해 Drug Y가 PI3K의 발현을 억제하고, PTEN과 TRK1, TRK2 발현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한다면, 실험의 목적은 'Drug Y의 효과가 가장 잘 나타나 나는 세포를 찾는 것'이 될 것이고, 그렇다면 모든 지표에서 문헌과 동일한 결과를 보인 Jurket cell이 Drug Y에 가장 효과가 좋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셋. 나도 잘 몰라

데이터 건, 저널(jounal; 해외 논문)이건 발표 후엔 질의/응답을 포함하는 토론(discussion) 시간을 필연적으로 가진다. 이 과정을 통해 연구의 문제점, 해결점 등을 파악하고 나아갈 방향을 수정하고 결정한다. 그런데 교수/선배/동료가 질문을 했을 때 그 의도를 알아듣지 못하고 동문서답을 하는 경우 교수님의 한숨은 짙어질 수밖에 없다. 또는 좋은 마음으로 실험에 도움이 되는 코멘트를 했는데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자신의 이전 데이터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허다하다.

우리는 모두 다른 연구를 한다. 그래야만 한다. 왜냐하면 동일한 연구를 한다면 속도에 뒤쳐지는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표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분 각자의 연구는 여러분이 유일한 전문가다. 당신이 모른다면, 누가 알 수 있을까? 교수님?? 교수님은 연구실을 총괄하며 당신과 동료들의 연구를 통합해서 생각한다. 당신 연구의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고, 혹은 알고도 질문하실 수도 있다. 교수님이 아시던 모르시던, 당신은 소통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한 가지다. 간단하고 고전적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린다. 공부해라. 모르면, 물어보라. 정중히.  




이 외에도 다양한 문제들이 있을 수 있지만 듣는 이의 화를 돋우고 교육의지를 꺾는 심각한 예 TOP3을 소개했다. 그럼 다음 파트에서는 발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가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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