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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May 24. 2024

인생을 축제처럼 산다

ft. G-드래곤 <삐딱하게>

산자락에 위치한 중학교에 아침부터 5월 중순이면 시끌벅쩍하다. 축제를 하는지 진행자가 나와 존댓말을 쓰면서 "여러분들 이곳으로 모이고, 저곳으로 가고, 몇 사람 모여"라고 말한다. 중학생들 환 소리에 눈을 떴다. 멍하니 방에 있는데, 하도 시끄럽게 하다 보니 아침부터 떠드나 하던 아버지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다가도  맞아 저래야 살아있는 거지라는 말로, 학생들이 공부만 하면 돌아 버리니깐.이라고 중얼거렸다. 한국학생이 우울하다고 하던데, 축제도 하 에너지를 발산하고 소리도 지르고 해야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일어나서 방문을 여니, 엄마는 문 앞에서 걸레질을 하고 있는데, 밖에는 축제를 한다며 신이 나셨다. 웃으면서 "그래요?" 말했더니, "이 소리가 나는데도 자고 있는 게 말이 되냐"며 말씀하셨다. 화장실로 가면서 지나가는 말로, "씨끄러워서 눈뜨고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점심 전, 엄마에게 한 방향으로 글을 써야 하는데, 결국 나를 알아야 하고 내가 어디쯤 와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엄마는 말없이 듣고 간간히 그렇다고 했는데, 그런 사람은 별로 없을 거라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성장을 하기 위해서 글을 쓰고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한다며, 누구는 살기 위해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살아가고, 어떤 사람은 살아가느라 정신없다 보 정리도 안된 채 뭔지도 모르고 산다고 했다. 엄마는 주무시고 계셨다. 잠시 말을 멈췄다.

엄마는 다시 눈을 뜨고 웃었다. 사람은 완벽한 사람이 없다며, 다들 살아가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다가 어느 날, 내 인생을 돌아보면 다행이고 아니면 그냥 사는 거고, 모르고 가면 가는 거다라고 말했다. 어떻다는 정답이 없고, 그냥 사는 거고 살기 위해 노력하는 건데, 살다 보니 나를 돌아볼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금 불편한 게 있다면 생각말고 실천하면 된다고 말다. 그래야 우울하지 않고 기쁘지 않겠냐며 했더니 엄마는 울적했던지 맞다며, 정신이 번쩍 뜨인 채 눈을 부릅뜨셨다. 그게 시작이고 새롭게 변화하는 과정의 첫 단계라고 말하는데, 배가 고파서 신라면을 끓였다.

물과 라면, 수프에 치츠를 온질까하다가 계란을 살짝 풀었다. 라면냄새가 진동하고, 볶음밥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엄마는 친구의 얘기를  하면서 삶과 죽음, 경제에 대해 말씀하셨다. 건강한 노년을 보내는 어떤 할머니는 가족과 함께 살고 운동도 2시간 동안 헬스장에서 놀고, 가족과 식사하고 긍정언어를 하며 산다고 말했다. 어떻게 자신의 앞날을 그것도 죽음에 대해 앞서 생각한다는 것은 어쩌면 현실적으로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생각이 부정에만 머물러 있으면 건강하지 않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원가족과 이야기를 하면 살아가면서 배가 고픈시절, 먹고살기 위해 어린 시절 상처가 아물지 못해 살아가다 보면 아프다고 말했다.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 그 아픔을 인지하고 인정하고, 살아가려고 노력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엄마는 일장연설은 그 정도면 됐다고 말을 마쳤다.

식사가 자연스레 마무리되었다. 설거지하는 엄마를 보며, 방에 들어와 아무래도 엄마의 가사노동에 고마움을 표현했다. 봉투에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말이다. 엄마는 고마워하시며 잘 쓴다고 하셨다.

방에 들어와서 보니 아직도 축제가 안 끝난 모양이다.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노래가 울려 퍼진다. "영원한 건 절대 없어~ 오늘밤은 삐딱하게" 학생들은 환호를 지르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하루 축제처럼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버고, 공부를 하고 그러면 얼마나 힘들고 외롭고 지치겠나 짐작한다. 그래서 오늘 하루만은 축제로 건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제 조용하다. 학생뿐만 아니라 사람이 건강하게 살려면 정해진 틀에서 때론 벗어나 삶을 축제로 한 번쯤은 살아갈 필요성이 있다. 틀 안에  사는 것 좋지만, 너무 틀 안에 나를 가둬두면 그것만큼 답답하고 괴로운 것은 나 스스로 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 지나가는 것이고, 그 시간이 지나가지 않도록 지금 어떻게 살지 고민하고 실천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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