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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May 31. 2024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웃고 떠들 수 있어서 말입니다.

행복한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대학교 때 간간히 토론한 적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모였는데, 금요일 저녁이었다. 철학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해서  나누는 시간이었다. 늦은 밤, 동아리실에 모여서 행복에 대한 주제로 말하는 것이었다. 배가 고파서 동기들끼리 모여서 선배가 사 온 과자를 나눠먹고 있었다. 선배는 물었다. 뭐가 행복인 것 같아? 그 말을 알 수가 없었다.

과자를 먹고 있어서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 게 행복 아닌가? 배가 부른 게 행복지 않아요? 배가 고픈 것보단 낫잖아요? 선배는 웃었다. 키가 2미터 가까이 되는 거인이었다. 씨름선수 같았던 선배는 배부른 것이 행복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배고픈 소크라테스 보다야 배부른 돼지가 낫겠지? 아리송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런 거 아닌가요? 하면서 멋쩍은 웃음을 다들지었다. 사람이 밥을 먹 않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당시에는 배가 고파서 허덕고 돈이 있든 없든 공허함과 싸우며 학업에 매진하고 있었다. 공부가 행복한 동기는 늘 공부를 하고 학자와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떤 동기는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대화하는 것이 행복이었다. 담배를 피워가며 이야기꾼처럼 동기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었다. 또 어떤 동기는 운동하는 것이 행복이어서, 축구를 줄기차게 하고 있었다.

선배는 시간 없으니깐 사온 치킨과 떡볶이를 먹으라며 인심을 베풀었다. 일주일 한번 짧은 만남이었다. 유일하게 학업에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았어도 이 시간만큼은 행복했다. 말 도 없이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스쳐지나 가는 동기들은 다들 공부하느라 대화할 시간도 없었다. 사는 게 뭔지 이러려고 공부하나 싶을 정도로, 어떤 동기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하면서, 인생 행복하려 왔지 이 공부가 무슨 소용이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선배는 치킨은 케이프에서 사 왔고, 떡볶이는 길거리 떡볶이라며 없는 돈에 사 온  것이라며 맛있게 먹으라고 했다. 선배의 음식보다 인심이 사람 사는 것을 느끼게 했다. 매주 금요일 저녁 8-9시 짧은 모임을 마쳤다. 웃고 떠들며 간식을 먹고 어느새 배가 불렀다.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선배는 그럼 이제 모임 마칠까 하고 웃었다. 자리를 정리하고 불을 껐다. 조용한 학교 교실 옆에는 담배 피우는 장소가 있었다. 선배와 동기들과 담배 한 대를 피면서 선배는 오늘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달밤에 비친 서로 얼굴을 마주하면서 금요일 밤, 학업에 지친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것처럼 여겼다. 다들 즐거웠습니다하며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와 가방을 정리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행복한 것 배고픔을 채우는 것 행복이겠지만, 웃고 떠들며 친구와 대화를 나눴던 시간이 더 좋았던 것은 아니었을까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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