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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습일지 #정보관

정보로 먹고사는 사람들

by 시크팍

기자가 되기 전에는 경찰 정보관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여러 친구들이 경찰이 되어 있었지만 정보 경찰은 없었다. 기자가 되고 나서도 정확하게 정보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한참 뒤에야 알 수 있었다.


혜화북부라인 시절, 본서 집착남 선배는 늘 정보관을 만나보라고 지시했다. 선배가 지시하면 어떻게든 해내는 게 수습기자의 숙명 아니겠는가. 몰래 경찰서에 잠입(?)해 정보과를 무작정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정보관을 만나기는 여간 어려웠다. 결국 혜화북부라인에서는 일부 경찰서에서 정보계장님 몇 분만 뵙고 인사드릴 수 있었다. (한 분은 동향 분이라 좋게 봐주셔서 지금도 연락하고 지낸다.)


종로라인으로 오게 되며 종로라인에서 혜화북부라인으로 옮겨 가는 동기에게 인수인계를 했다. 라인마다 보고 양식도, 보고받는 선배의 스타일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서로 정보를 공유해야 했다. 동기 조 기자(현 조 아나)에게 본서 집착남 선배가 정보관을 만나라는 지시를 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었고, 정보관을 만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며 하소연했다. 조 기자는 정보관 만나기가 너무 쉬웠다며 의아해했다. 집회 현장에 항상 정보관이 있기 때문에 명함을 교환하고 연락해서 만나면 된다며 꿀팁을 전수해 줬다.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꿀팁이었다. 덕분에 종로라인에 온 뒤로는 집회 일정을 파악해서 지파를 돌며 집회 현장에 들렀다. 집회 현장은 너무 시끄럽고 정보관들도 바쁘기 때문에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교환했다. 이후에 연락을 유지하며 약속을 잡아 커피를 마시거나 밥을 먹었다. 조 기자의 비법 덕을 톡톡히 봤다.

그렇게 만난 정보관 형님 한 분은 정말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술을 한 잔 하며 호형호제를 하기 시작했는데, 정책부로 옮겨간 뒤에도, 기자를 그만둔 뒤에도 자주 연락하고 만나며 의형제나 다름없이 지내고 있다.

한 번은 주말 집회에서 만난 서울청 정보관님께 연락을 드렸다. 마침 시간이 되신다고 해서 종로서 마와리를 돌다가 바로 서울청으로 향했다. 서울청 1층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내가 MBN 기자라서 더 반가웠다고 했다. 알고 보니 뼈 선배와도 친분이 있던 정보관님이었다. 일선 경찰서에 근무할 때 뼈 선배를 알게 되었고, 두 사람은 꾸준히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보고를 올리니 뼈 선배는 정보관님을 어떻게 만났느냐며 놀라워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잘했다며 다음에 같이 식사를 하자고 했다. 뼈 선배는 본인 취재원에게 후배들을 소개해주기도 했는데, 나도 몇 번의 식사자리에 함께 했다. 서울청 정보관님과도 서촌에서 뼈 선배와 함께 식사를 했다.


여러 정보관님들을 만나보며 다른 경찰들에 비해 기자에게 대부분 호의적이라는 걸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보관이나 기자나 결국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이었다. 취득한 정보를 보고서로 만드느냐, 기사로 쓰느냐는 차이가 있지만 결국 하는 일은 비슷했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도울 수 있기 때문에 가까워지기 좋은 관계인 것이다. 실제로 정보관에게는 가치 없는 정보가 기자에게는 유의미할 수 있었고, 기자에게는 별거 아닌 이야기가 정보관에게는 보고서거리가 되기도 했었다.


악어와 악어새처럼 기자와 정보관은 공생할 수 있는 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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