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현 Apr 17. 2022

고흐에 대한 단상

세상을 두드리며 사는 방법의 중요성

제 아무리 능력껏 뛰어나도 세상을 두드리지 못하면 그게 무슨 소용일까


 이 지식의 시대에 영유하는 우리가 서양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1853-1890)'라는 화가의 이름은 한번쯤 들었을 법하다. 그의 걸작 '별이 빛나는 밤'도 유명하지만, 필자의 동생의 경우에는 스스로 그의 귀를 자른 후 자기 모습을 초상화로 그린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 등 고흐에 대해서 느낀 바는 사람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것 같다. 그러나 오늘 글에서 주목하려는 부분은 그가 생전에는 이러한 거장의 대우를 못 받았다는 것에 있다.




 고흐는 네덜란드 태생의 19세기 유럽 후기 인상주의 화가다. 안타깝지만, 비운의 삶을 살아온 그는 사후에야 작품들이 재평가 받으면서 유명해졌으며 그런 그의 작품을 시간 순으로 나열하면 한가지 특이한 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작품들이 시간이 갈 수록 점점 노랗게 변한다는 것이다.


당시에 가장 유행하던 술인 압생트(녹색요정). 녹색 요정이 산토닌을 품고 있던 것을 모른 채, 반 고흐는 산토닌에 중독됩니다. 산토닌은 압생트의 주성분 원료인 향쑥의 주요 성분으로 과다복용시 부작용이 있습니다. 바로 '황시증'입니다. 세상이 노랗게 보이는 거죠.

from 조원재, '방구석 미술관 1' (2018), 84쪽


하지만, 나는 여태까지 그 이유를 고흐가 당대 술의 부작용 때문인 줄로만 알았고, 불현듯 이에 대한 의구심이 강하게 들었다. 정녕 색감의 장인인 그가 정말 산토닌 앞에 굴복한 것인가.



고흐가 압생트가 유행하던 시기 있었던 곳은 프랑스 남부 지역이었다. 반면 고흐의 유명작품들을 시대 순으로 나열하여봐도 압생트에 중독되던 파리 거주 시기 이전부터 자신의 작품에 노랑색을 평소에도 사용해왔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게 내 궁금증에 대한 직접적인 답이 되진 못했다. 아무래도 고흐는 생전에 공개적으로 자기를 광고하는 외향적인 작가가 아니였던 탓에, 아이러니하게도 기록의 공백은 이러한 편향된 추측에 힘을 실어줬다.


신성림, '반 고흐, 영혼의 편지'


한 책을 통해 .


그러던 와중, 그가 생전에 동생 테오도르(테오)과 주고받은 편지들을 엮은 책을 통해 내가 필요하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가 테오로부터 생계비를 받기 위해, 그가 편지와 함께 동봉한 본인의 작품들도 보내주었는데, 해당 서적에서는 그 작품들도 모두 같이 보여주었고다. 덕분에  당시 그의 작품 성장기를 잘 볼 수 있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그가 역시나 노랑색을 좋아할뿐 특별히 시간이 갈 수록 그의 작품에 노란색이 많아진다는 경향성은 찾기 어려웠다. 우리의 논점과 별개로,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현대인들의 고민들과 닮은, 아주 개인적이지도 않은 고민이랑 같고 그의 생 전반의 심리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던 것 같다.


테오이게 보낸 편지 내용중 가장 인상적인 글귀는..


나도 아직 실력이 부족하지만,
재능이 있다는걸 직감적으로 믿는다.


가죽만 남기고 죽은 호랑이의 취향을 논한다는 것은 사실 승자 없는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 없고, 이를 위해서는 꾸준하고 자세하게 발자취를 기록하는 습관이 필요함 것을 역설한다. 비록 그가 자신의 취향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적진 않았어도, 수많은 서신을 주고 받으며 점차 스스로의 재능에 대한 확고한 자기확신이 서있던 천재화가였기에 꾸준한 기록을 통한 자기성찰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