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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띠의 하루 Nov 21. 2024

[엄마 편지] 친구가 인생에 다는 아니지만…

아들에게 보내는 초짜부부의 러브레터


너는 엄마 친구들에게 연예인이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하지만 정말 보고 싶은 아이돌 말이야. 처음에는 의례상 하는 말인 줄로만 알아서 네 사진은 할머니, 할아버지께만 자랑했는데, 지인이 전화와 대뜸 왜 사진을 보내지 않냐며 호통을 치더라. 게다가 언제쯤 가면 괜찮겠냐고 매주마다 물어보기까지 하는데,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우리 링키가 벌써부터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니, 주변 사람들에게 참 고맙더라. 



● 네가 태어난 지 84일 만에 친구가 찾아왔어.

 네가 어느 정도 세상에 적응하고 난 뒤, 초대하겠다는 내 말에 엄마 친구들은 고맙게도 기다려줬어. 그런데 고등학생 시절부터 친했지만 사는 게 바빠 연락이 뜸했던 친구가 연락이 오더라. 


나 너희 집 가도 돼?



네가 태어난 뒤에는 대부분 첫인사가 "링키 보러 가도 돼?" 일 때가 많아. 정말 오랜만에 엄마를 보러 오겠다는 친구 말이 생경하기까지 하더라. 마침 수면교육도 자리를 잡았고, 또 너에게 세상을 만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던 찰나라 기쁘게 맞이했지. 



● 이야기 주제가 어색해졌어.

너와 함께하기 전에 대화주제는 항상 나 자신이었어.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이 주를 이루었지. 하지만 네가 태어난 후에는 너에게 좋은 것,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방향, 너에게 이로운 것들에 관해서만 이야기했지. 형, 누나를 먼저 키워 본 이모들이 엄마에게 조언을 해주는 형태로 말이야. 


그런데 이번에 방문 한 이모는 달랐어. 연신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엄마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함께한 추억거리를 곱씹는 데 더 집중하더라. 물론 네가 잠에서 깨어나면 엄마 손목이 아플 거라며, 한참 동안 너를 안고서 예뻐해 줬지만 이모의 눈은 엄마를 향하더라. 

오랜만에 느끼는 관심에 왠지 어색하기까지 하더라. 84일 동안 엄마 인생의 중심은 너였으니까 말이야. 



●엄마 인생은 없다고 생각해야 편해.

엄마가 걱정 됐던 또 다른 친구가 전화로 한 말이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당장 이루지 못한다고 너무 서운해하지 말라는 뜻으로 한 말이겠지. 오늘 만난 친구와는 상반된 태도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똑같은 게 느껴지더라.



사람마다 가진 위로의 방식이 달라.


나는 너를 염려하고 있어.


엄마 친구들이 하는 말은 하나 같이 다르지만, 그 속에 든 마음은 모두 같아. 엄마를 걱정하고,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야. 그래서 어떤 형태로 이야기를 하든, 엄마는 그 말에서 힘을 얻어. 


당연하지. 당신은, 
사람에게 에너지를 얻는 타입이니까.


친구가 돌아간 날 저녁. 아빠에게 정말 피곤한 날인데 이상하게 힘이 넘친다고 말했더니 이렇게 말하더라.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참 당연하지만, 꽤 어려운 일이야. 속앓이를 하거나, 고군분투하게 되는 일도 더러 있지. 하지만 관계로부터 얻는 것이 귀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엄마는 기꺼이 감내하는 편이야. 


너에게 귀인이 가득하기를 바라.

네 이름 뜻풀이를 본 적 있니? 네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순풍에 돛 단 듯 흘러가라는 뜻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것이 바로 '귀인'이야. 네 노력을 알아봐 주고 때로는 등을 밀어주는 귀한 사람들이 네 인생에 언제나 함께하기를 바라서 그렇게 지었어. 


혼자서도 괜찮아. 
하지만 여럿일 때 기쁨도 알기를 바라.


인생은 혼자라는 말, 들어봤지? 혼자 헤쳐 나가야 하는 것들이 참 많아.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갈고닦아서 단단한 기둥을 만드는 것이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주변을 살펴보고 아끼는 거야. 혼자서도 충분히 길을 갈 수 있어. 하지만 여럿이서 가는 유쾌함도 느껴봤으면 좋겠다. 


네게 바라는 것은 없어. 
하지만 네게 보여줄 것은 많아.


엄마는 네가 하나의 답에 눈을 가리고 있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가진 여러 가지 정답을 인정하고, 이해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어. 그걸 알려줄 사람은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엄마가 그래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거니까, 네가 눈으로 보고 느끼는데 도움이 되겠지. 

하지만 꼭 그래야만 한다는 건 아니야. 네가 너의 마음은 단단히 다지는 데 더 집중하고 싶다면, 그래도 괜찮아. 엄마는 네게 바라는 것은 없어. 다만 가지고 있는 것들을 보여 줄 뿐이야. 그중에서 어떤 것을 갖고 싶은지 선택하는 건 네 몫이지. 



그래서 언제나 성장하는 엄마로 곁에 있을게.

엄마가 임신하기 전부터 마음에 늘 새기고 있는 말이 있어.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엄마.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고, 너도 인생이 생소하지. 언제나 모든 걸 잘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어. 그래서 엄마는 언제나 너와 함께 성장하려고 노력할 거야. 네 인생의 정답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은 이게 최선이라고 믿어. 네 답을 찾아서 눈앞에 가져다주는 것보다 말이야. 


덕분에 네가 자는 동안에도 눈코 뜰 새 없지만, 그래도 엄마는 참 행복하다. 너와 함께 커가는 내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들어. 네가 이 편지를 볼 때쯤에도 그러기를 소망해. 



오늘도 사랑한다. 우리 아들 링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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