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남현 Sep 05. 2023

광고 카피 속에서 읽는 세상

#13 공익광고협의회 [주인공은 싫습니다]편

(카피 시작)

전 주인공은 싫습니다


전 골목 카페 점원 역을 맡고 있습니다


전 밴드 멤버 3역을 맡고 있습니다


전 동네 화실에서 친구 2역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 우리는 발달장애인입니다.


우리는 특별한 주인공보다 당신의 평범한 이웃이 되고 싶습니다.

(카피 끝)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어떨까? 미국 유학생활 동안 길거리에서, 버스에서, 식료품점에서, 그리고 학교 캠퍼스에서 많은 장애인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미국에는 장애인이 생각보다 많은가 보다’ 하고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에서 장애인이 많다고 느껴지는 것은 그들이 사회 안에서 그냥 한 이웃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마주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맹인견과 함께 학교 버스를 타는 여학생, 휠체어를 타고 시내버스에 오르는 중년의 남성, 시각장애인 지팡이를 사용하며 식료품을 구매하는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만난 장애인들은 그렇게 일상 생활을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발달 장애인들이 카페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고는 한다. 그리고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도 실제 발달장애인이며 화가인 ‘정은혜’씨가 출연해 동생 영옥(한지민 배우)과 갈등과 화해의 서사를 그리며 주목을 받았다. “우리는 특별한 주인공보다 당신의 평범한 이웃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것은 단순한 광고 카피라기 보다, 장애인들이 사회 모든 구성원들에 외치는 바램이자 소망이 아닐까. 장애인들이 시선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지 않도록 그들을 특별한 주인공 취급이 아닌, 그냥 이웃집 ‘철수와 영희’로 보아주면 안될까. 


*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다. ‘따뜻한 제주, 생동감 넘치는 제주 오일장, 차고 거친 바다를 배경으로 14명의 시고 달고 쓰고 떫은 인생 이야기를 옴니버스라는 압축된 포맷에 서정적이고도 애잔하게, 때론 신나고 시원하고 세련되게, 전하려 한다.’고 드라마 홈페이지는 이야기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을 잘 엮어 보는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준 드라마, 그리고 여운이 많이 남게 하는, 그리고 생각하게 만드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기억된다. 최고 시청률 18.6%를 찍었다는 것은 결코 놀랍지 않다. 


[주인공은 싫습니다]편

광고주: 공익광고협의회

광고대행사/제작사: 그릿컴 주식회사

제작연도: 2019년


[주인공은 싫습니다]편 광고영상 감상하기

작가의 이전글 광고 카피 속에서 읽는 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