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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희 Mar 03. 2024

슬픔에 짓눌린 글들의 책. 밥 먹다가, 울컥

오늘 아침,

다 마신 에스프레소 잔을 밀어 놓고 아침 먹던 식탁에 그대로 앉아 책을 펼쳤다.

지난주 계룡산 펜션에서 읽기 시작해서 인지 이 책을 펼치면 계룡산 설산이 겹쳐 생각난다.

남편 친구들 다섯 가족이 모인 여행이었는데 잠깐 읽어 보려 열어본 책을 거기에서 반 이나 읽었다.

중간중간 읽지 말 것을 후회한 부분들이 많았다.

슬픔이 무거워서 짓눌린 글들이었다.

70년대생인 나에게 익숙한 단어들이 많이 나왔다.

그건 시대적 단어가 아니라 가난의 단어들이었다. 불쌍한 단어들이 나올 때마다 우리 집이 생각났다.

없는 살림에 자식보다 남한테, 친척한테 베풂의 오지랖을 부리셔서 자식들을 끝도 없는 가난으로 몰았던 우리 집.


책을 읽으며 생각들이 자꾸 겹쳐와서 화가 올랐고, 그 고생의 선두에 있던 큰언니가 당시에 그 짐을 다 지느라 얼마나 고생했을지 아렸다.

책의 내용들은 연탄재 골목, 판잣집, 냉장고를 꺼 두고 생활했던 겨울들이 많이 나오는데 웃픔의 끝판왕은

“한입만” 단어였다.

별미로 보였던 친구네 속 없는 만두가 가난한 집의 식사여서 말도 꺼내지 못했다던 “한입만”.

신나게 웃고 떠들다가 갑자기 돌부리에 걸린 듯 퍽 하고 넘어진 기분이었다.

가난한 개구쟁이들의 골목 성장기에서 한입만이 저렇게 쓰일 줄이야.


책의 내용은 대부분 한 편씩인데 유일하게 두부 두루치기 이야기만 2편으로 나온다. 읽다가 툭 끊겨서 다른 글들처럼 이렇게 끝나나 했는데 불쑥 2편이 연결되어서 절정에 끝난 드라마를 연속 보게 된 느낌이었다.

책의 마지막장에 사진들의 출처가 나오는데  박찬일 요리사님의 사진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멋진 사진은 최갑수 작가님의 사진이다. :)

다시 앞에부터 읽기에는 마음이 무거워 되돌아보기 주저하게 되는 책.

이제 도서관에 반납하면 누군가가 찾아 읽겠지.

(부천시립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해서 신간 도서를 받아 읽었다. 1인 매월 2권까지 가능하다.)


밥 먹다가,  울컥

박찬일.

웅진지식하우스.

2024.02월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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