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장으로 자대배치 받은 이후 에이스가 되는 법(4화)
초군반 수료를 하고, 자대배치를 받았는데, 함께 초군반에서 친하게 지냈던 동기1명과 함께 갔다. 통상 1개중대에 1명의 소대장이 발령이 나는데, 나는 무슨 복이 있는지 동기와 함께 전입을 갔다.
최초 전입시 더블백 비슷한 큰 가방에 각종 짐을 챙겨서 전방으로 갔었는데, 모든 것이 낯설었다. 차가운 공기, 전방 시골의 느낌, 뭔지모를 위화감, 모든 것들이 다....
그리고, 처음 소대장들 전입신고를 사단장님께 실시했을 때, 중대장님께서 직접 우리를 태우러 와주셨다. 중대장님차에 타서 중대에 개인짐을 갖다놓고, 사단 신고를 올라갔던 기억이 있다. 이후, 중대장님께서 중대 전간부들에게 새로 전입온 소대장들 인사를 시켜주시고, 소대원들에게도 새로온 소대장, 누구누구 소대장의 후임이라고 얘기해주시면서 인수인계 잘 받으시라고 했다. 소대원들에게 인사하는 날이 가장 떨렸었는데, 소대원들 중 특히 상병장들이 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빤히 쳐다보면서 호기심 많은 얼굴로 이것저것 물어봤던 기억이 났다. 아마도 전임소대장과 후임소대장이 뭐가 다른가 하는 호기심이었겠니 생가한다. 일단 소대장으로 갔을 때, 솔직히 부대운영이 어떻게 되고, 구성원이 어떤 스타일인지 알 수가 없다. 무엇이든 물어봐야하고, 왜 그런것인지 궁금해 해야하는데, 요즘 MZ 세대 초급간부들은 궁금해 하는 자세조차 없어서 안타깝다. 왜 부대가 이렇게 돌아가고, 왜 우리 소대원이 힘들다고 느끼는지, 궁금하지 않는가? 내 성장의 기반은 호기심과 궁금증이다.
<처음 자대 갔을 때>
처음 자대를 가게되면, 두려움 반 설레임 반의 미묘한 감정이 생긴다. 이때, 두려워 하지말고 먼저 와있던 사람들과의 친분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우리 작전지역 근처에는 뭐가 있는지 계속 돌아다니면서 지형지물에 익숙해지기 위한 노력을 실시해라.
나는 부대를 옮기게 되면 그 부대 인근을 걸어다니고, 지형지물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파악부터 실시한다. 그리고 주변 맛집도 찾아다니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공통적을 인식되어 있는 저명한 지명지물을 머리에 넣는다. 그래야 서로 대화하기에도 편하다.
<소대원과의 관계>
나는 지금도 소신이 있는데, 소대장때는 소대원의 마음을 훔쳐야 하고, 중대장때는 중대원 모두의 마음을 훔쳐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을 훔치려면 일단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아야하고, 그 사람에게 다가가고, 내 진심과 그사람의 진심이 통해야 한다. 즉, 시간과 공을 들여야한다. 소대원 한명한명을 내 동생처럼 생각하고 다가가고, 들어주고, 궁금해 해야한다. 그렇게 정성을 들여도 될까말까다. 요즘 친구들은 워낙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서 다가오는 것조차 거부하는 친구들이 많다. 천천히 다가가자. 그리고 전략적으로 다가가자.
먼저, 분대장 용사와 상ㆍ병장급 용사들의 마음부터 훔쳐야 한다. 일ㆍ이등병들은 선임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우선 선임급들의 용사들부터 조금씩 다가가고, 정성을 들이면 사실 일ㆍ이등병들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된다. 군입대 전까지 가정환경, 학창시절 성향, 개인의 취미와 관심사,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MBTI는 무엇이고 어떠한 성향의 사람인지, 군입대해서 불편한 것은 없는지, 휴가 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임무수행 간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지 등등..사실 한도끝도 없긴한데, 이런 기본적인 것조차 파악도 못하면서 소대원의 마음을 훔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내가 좋아하는 이성이 생겼는데, 그 이성의 마음을 공략하기 위한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사람은 무엇을 좋아할까?에 끊임없는 궁금증을 가지고 이성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노력하듯이 그렇게 용사들의 마음을 훔치고자 노력하면 통한다.
<중대장님과의 관계>
후보생 또는 생도시절에 훈육장교 또는 훈육대장이 지도해주셨지만, 그분들은 아마도 그 시절 나의 입장에선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은사님의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자대에 배치된 뒤 처음 만나는 중대장님은 훈육대장의 느낌이 아니다. 날카롭게 나를 평가하고, 지도하고, 임무를 지시하는 상급자다. 마치 훈육대장의 느낌으로 중대장을 대한다면 군생활 오래하기 힘들 것이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중대장이 좋아하는 소대장의 상은 명확하다.
첫 번째, 지시한 일 똑부러지게 하고, 소대원을 장악하는 소대장.
두 번째, 트러블 일으키지 않고, 인간관계가 좋은 소대장.
세 번째, 운동 잘하고, 책임감 강하고, 중대장의 눈치를 빨리 알아채고 준비하는 소대장.
중대장이 어떠한 임무를 지시하였다면, 어떠한 배경에서 그 임무를 나에게 준것인지 판단해야하고, 임무 착수 전에 내가 생각해서 준비한 방향이 중대장님의 의도와 일치하는지 확인을 해야한다. 내 생각대로 임무를 추진해서 80% 이상 진행되어 있는 상태에 중대장님께 보고했는데 “아니, 내 의도는 그게 아니라~~하~~이 친구 참..선임소대장 어디갔어?” 라고 대답이 돌아오면 안되기 때문에, 반드시 중간중간 중대장의 의도를 파악하고 중간보고를 잘해야한다. 보고는 최초보고-중간보고-최종보고 순으로 이루어지며, 최초보고는 신속성에 주안을 두고, 중간보고는 정확성에 주안을 둔다. 최초보고를 빨리하고, 중간보고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지휘관과 소통하는 소대장이 승리할 수 밖에 없다.
모든 지휘관이 동일하겠지만, 부하가 인간관계가 안좋아 트러블을 일으키는 것은 대부분이 싫어할 것이다. 알아서 잘 지내주면 좋겠고, 서로 소통이 잘되서 우리 부대의 전투력을 상승시켜줬으면 좋겠는데...하는 마음은 다들 가지고 있을것이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그렇지 않다. 일단, 소대장으로 전입와서 여러 유형의 사람을 대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는 게 팩트다. 입대전까지 내가 보기 싫은사람은 사실 안봐도 됐었다. 하지만, 야전은 다르다. 내가 보기 싫은사람이라도 대면하여 업무추진을 해야되고, 그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 상급자이고, 나를 평가하는 사람이라면 그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만약 인간관계를 유지하는것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정독하고 실천을 해보자. 그 책 속에 답이 있다.
<부사관과의 관계>
아마도, 자대 전입 전 가장 큰 고민중 하나가 부사관들에게 호칭을 어떻게 써야할까? 라는 고민일 것이다. 나는 내 나름의 기준을 정했었는데, 부사관들에게 직책+님 이라는 호칭을 붙이기로 했고, 좀 더 친해지고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면 편하게 말해도 되겠느냐 라는 동의를 구하고 이름+계급으로 불렀다.
호칭의 정리가 되고 나면, 부사관 개개인별 성향의 파악이 이루어져야 하고,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임무수행을 추진하기에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한다. 사람을 최우선적으로 관계를 잘 맺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부사관이라고 해도 다 훌륭하고 멋진 부사관만 있는게 아니다. 사람 사는 세상과 군대도 똑같다. 돌아이같은것들은 항상 있다. 부대 분위기 흐리고, 본인 의견만 강요하고, 용사들을 막 대하고, 갓 전입온 소대장이라고 무시하는 등등의 행동을 하는 인간 같지않은 부사관들도 반드시 있다. 이런 유형의 부사관들은 가볍게 무시하고 넘어가자. 내 정신건강에 해롭다. 적절한 선만 유지하고, 가까워 지지마라. 그런 사람들은 주변에서 모두가 동일하게 평가하고 있다. 버릴 건 버려라. 똥 같은 유형의 사람이 있다면 반대로 소대장을 적극 지지하고, 안보이는곳에서 소대장을 챙겨주는 부사관들도 있다. 그런 부사관들이라면 정말 믿을만한 친구들이고, 정말 잘해라.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의 부소대장, 분대장 간부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과는 관계를 잘 맺어놔라. 나중에 분명 큰 도움이 될것이고, 군생활을 해쳐나가면서 큰 조력자가 될 것이다. 장교든 부사관이든 용사든 다 똑같지만, 진심으로 다가가고 그 사람을 존중해주면 자연스레 사람의 매력을 느끼게 되고 소대장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되있다. 걱정하지마라. 당신은 할 수 있다. 진심은 통하는 법!
<훈련 준비>
자대에 전입와서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은 훈련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생각외로 내가 임관하기 전에 받았던 훈련보다 생소한것들이 꽤나 있을 것이다. 철야훈련, 전반야 훈련, 후반야 훈련, 타병과와의 제병협동훈련 등등.
겁먹을 것 없다. 중대장의 의도만 잘 파악하고, 훈련경험이 많은 부소대장과 분대장 부사관들의 노하우를 사전에 습득해서 훈련준비만 잘하면 된다. 자존심이 세서 부사관들에게 물어보지 않고, 어림짐작으로 이렇게 준비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은 정말 어리석고 안타까운 생각이다. 반드시 물어봐라. 훈련에 참가하는 대상은 어디까지, 훈련 준비 교보재와 물자는 무엇을 준비해야 되는지, 나의 소대원을 어느 정도까지 훈련시키는 것이 우리 소대원의 전투력을 올리는 것인지, 훈련에 숙달되기 전 소대원들의 상태파악 등등
그리고 대부분의 훈련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다. 안전하게 훈련 할 수 있는 방법부터 가장 먼저 생각해야 되고, 훈련 간 밥 굶는 인원이 없도록 철저하게 신경써야한다. 훈련 빡세게 하는데 밥 안주면 육대전에 올라가니 조심해라.
<선임과의 관계>
자대에 가게되면 무조건 선임소대장 또는 대대에서 이미 참모직을 하고 있는 선임장교들이 있을 것이다. 그 중 주변 사람들로부터 신뢰받는 선임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봐라. 왜 그가 유능하다고 인정받고, 주변 사람들이 따르는지. 유능한 선임의 모범적인 군생활 자세는 반드시 후배들이 본받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반대로, 개차반 같은 선임도 분명 존재한다. 내가 전입가게 되면서 나와 인수인계하는 선임이 한달뒤 전역하는 전역인원일 가능성도 높은데, 이 친구 입장에서 나는 잠깐 스쳐가는 그저 그런 후배일뿐이다. 잠시 1주일 같이 인수인계하다가 본인은 말년휴가 나가면 끝인 그런 관계다. 인수인계서라도 잘 작성이 되있어서 참고할게 있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그냥 나를 귀찮아하고 무시하는 행동을 한다면 과감히 등을 돌려라.
나에게 어떤 도움이라도 되지 않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선임들은 내가 처음 전입가게 됐을때 나를 가르쳐 주고 알려주려고 하는 선임들이니, 큰 걱정은 하지말길 바란다. 다만, 자기도 못하고 인정도 못받으면서 후배 한명 들어왔다고 옳다구나, 이번에 내가 멋진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주변으로부터 인정받아야겠다 하면서 이상한 노하우와 자기만의 방식으로 후배들을 가르쳐주는 경우도 있으니, 선임관리 잘하도록 하자.
그리고 나를 눈깔평가하는 선임장교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도 인식해야 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장기가 됐거나, 장기를 희망하는 인원들이 읽고 있을것인데, 임관 후 소대장만 하다가 끝나는 건 원치 않을 것이다. 눈깔평가라는 것은 내 행동거지를 주변에서 평가해서 “쟤 잘하더라. 소대장 끝나고 얼른 참모로 데리고 오는게 좋겠다.”라는 평판을 형성한다. 즉, 소대장때 행동하는 내 모습이 선임들에게 알게모르게 평가가 되고, 소대장 이후 나의 행보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선임들에게 잘보여야 되는것인 당연하다. 다만, 영양가 있는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 대대장님이 신뢰하는 장교들과 부사관들이 영양가 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소대장이 끝나갈 즈음, 대대장님께서 주변에 신뢰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볼 것이다. “000소대장 어때? 잘해? 이제 참모들도 바뀔 시기가 됐는데, 인사장교로 쓰면 괜찮겠나?” 등등의 얘기가 오갈 것이다.
필자는 처음부터 줄곧 강조하는 것이 “사람이 우선이다. 모든 것은 사람이 결정한다.” 인데, 이 또한 마찬가지다. 평소에 내가 잘 맺어놓은 인간관계가 결정적으로 내 보직을 결정하고, 내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평소부터 잘해라. 반짝 하는것은 정말 반짝일 뿐이다. 군생활 반짝하고 말건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