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stin Dec 17. 2021

우리만 모르는 우리만의 콤플렉스 이야기

결핍과 속도, 뒤틀린 강박에 대하여, 이나미의 <한국사회와 그 적들>

7, 8년 전, 갑자기 동유럽이 여행지로 각광받던 때가 있었다. 지금 기억하기로는 한 여행 예능 프로그램에서 코로아티아편을 방영한 이후 가보고 싶은 여행지 최상위에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유럽과는 다른 고즈넉함과 지중해에 맞닿은 자연환경,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랜 역사를 간직한 건물들이 모여져 그 도시만의 멋스러움으로 재탄생하며 시청하는 이의 감성을 흔들었던 것 같다.



1600년 되는 성곽과 하나가 되어 생활의 터전으로 일구어 온 크로아티아 사람들을 보면서, 가끔씩 우리나라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하곤 했다. 그럴때마다 곧바로 부정적인 생각이 들게 된 것은 나만의 편협한 생각은 아닐 것이다. 발전과 성장이 최대의 이슈이고 리스크와 위기가 홍수처럼 밀려오는 것처럼 언제나 긴장을 생활의 일부로 여기며 살아 온 우리로서는, 1600년 된 성곽에서 불편하게 사느니 개발과 발전, 생활의 편리라는 명목하에 바다 조망의 고층 아파트를 지어야 적성이 풀리지 않았을까 싶다. 1600년 된 성곽이 문화재는 될 지언정 인터넷과 최첨단 물질이 넘쳐나는 지금까지 생활의 기반이 된 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할 일이었을 테니까...


이나미의 <한국사회와 그 적들>은 정신과 의사가 던져주는 한국인의 콜플렉스에 대한 이야기다. 나이 40을 넘기면서 읽었던 '마흔'에 관한 시리즈와 결론적으로 보면 크게 다를바 없는 이야기 들이기도 하고, 다르다면 개인의 문제에서 사회적 문제로 범위를 넓게 잡아 한국인의 무의식 속 정신적 이슈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이 책을 다시 읽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과거보다는 나아진 우리가 왜 아직까지 물질에 열광하고 항상 화가 나 있는 상태로 바쁘고 독하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근면이나 속도전, 경쟁의 모습들은 지금의 우리 사회를 다이나믹하게 만든 긍정적 요인이 되겠지만, 어쩌면 그것이 현대사회에서 미덕으로만 평가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문제의 근본적 시작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가에 대하여 끊임없이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일찍', '빠른' 성장이, 역으로 본다면 그 울타리 안 사람들의 마음은 아직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자신을 소비시키며 불안함을 가진 채 쫓아왔을 뿐이고, 현재도 계속되는 성장 지상주의에서 항상 우리는 사람이 중심이 아니라 사람은 수단이 되어 왔다는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한정된 자원을 쟁취하고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행동양식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게 되지는 않았는가 하는 한국인만의 '콤플렉스'와도 맞닿아 있기도 하다.


유럽의 문화가 아름다운 것은 자연유산이 풍부해서도 아니고,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 차곡차곡 쌓아온 삶의 양식들이 정신 문화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과 같은 후발 선진국들의 밑바탕에는 그런 유럽인들의 문화적 양식이 자리잡고 있다. 반면 일본이나 우리나라 아시아의 여러국가는 자연적인 혜택도 없는 상황에서 서구가 밟아 온 길을 그대로 따를 수는 없었을 것이고,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우리와 비슷한 사람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인종의 문제도, 지리적인 문제로 연결지을 수 없는 문제다.

 

'사람이 잘 살아야 그 사회가 안정을 이룬다'는 명제가 '참'이라면, 우리는 지금까지도 철저히 사람을 소외시키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관계도 성립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된다. 일정 수준의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어느 누구도 성장을 멈추고 우리의 시스템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 앞으로 전진만이 살 길이라는 삶의 양식이 바뀌는 것을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가진 아이러니 중 하나이다. 


한 가지 긍정적인 것은 갈등과 불만의 형식으로 우리는 지금 치유의 아픔을 겪고 있는 과정속에 있다는 것!


폐쇄적인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으로서 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패러디 한 것은,  이나미의 <한국사회와 그 적들>이  물질, 허식, 교육, 집단, 불신, 세대, 분노, 폭력, 고독, 가족, 중독, 자아 심리가 우리 사회의 무의식적 '콤플렉스'를 만들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에 대한 방법의 시작은 진정한 나의 '자아'를 찾는 일에 서 시작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저자의 진단과 처방이 완전한 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최근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이슈들 속에서 '남들처럼'과 '남들보다'를 앞세워 '비교', '경쟁', '질투', '무관심', '불의',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면서 '우리만 모르는 우리만의 콤플렉스를 아는 것'이야말로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이 된다는 나만의 단순한 진리를 생각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글로벌 시대, '민족'의 의미 그 이면을 생각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