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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n Apr 03. 2022

도시 속 외로움 그리고 문학과 미술의 콜라보

에드워드 호퍼의 명작을 모티브로 로런스 블록이 엮은 <빛 혹은 그림자>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몇 개의 분야가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예술인데, 엄밀히 말하면 '현대미술'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술을 책으로 접한다는 것이 미술관을 성실하게 다니는 분들에게만은 다소 불성실하게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게 있어 책으로 이해하고 느끼는 미술은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미술에 대한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이다. 최근에는 현대미술학을 공부하면서 본업인 투자가치로서의 관점도 키울 수 있어 학습과 직업의 일석이조로서 안성맞춤이 되어 버렸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현대미술에 대한 책은 자주 찾아 읽는 편이다. 이주헌님의 <역사의 미술관>을 시작으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이여신님의 <그림으로 들어간 사람들>, 김선현님 연작 <그림의 힘 1, 2>, 그리고 이명옥 님의 <나는 오늘 고흐의 구두를 신는다> 까지.. 고대미술에서 중세로 넘어오고 그리고 르네상스를 거쳐 근대와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넓고 깊은 예술의 스펙트럼을 이해하기는 내가 가진 예술에 대한 수용능력이 부족해 모두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나의 눈을 즐겁게 만들고 심장을 고동치게 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일상의 삶 속에서 느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에드워드 호퍼'. 19세기와 20세기를 살면서 대도시 삶의 고독과 무언가로 인한 불안함을 표현한 '미국적 사실주의'의 예술가. 이렇게만 알고 있는 호퍼의 그림을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대도시에 살면서 느꼈던 외로움, 시끄러움 속에서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역설적 고요함, 늦은 밤 네온사인의 도시를 거닐 때 느끼는 적막함을 그의 그림 속에서 그대로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감정이입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림을 보면서 호퍼가 그려내고자 하는 생각들을 도시 일상을 사는 우리들이 동일하게 느끼고 소설가가 아니더라도 자신만이 간직한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침의 태양> 밝은 태양을 보면서도 외로움을 극명하게 표현한 작품. 현재 코로나 사회의 우리 모습이 아닐까?


호퍼의 그림과 책 속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빛 자체보다 빛으로 인해 생겨난 '그림자'가 주는 감정과 분위기가 더 중요하게 부각된다. 이는 도시 속 삶의 물질적 풍요 이면의 인간 내면의 감정의 결핍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책 <빛 혹은 그림자>는 호퍼의 그림에 영감을 받아 스토리를 풀어나갔지만, 호퍼의 그림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책을 읽지 않더라도 그림이나 소설의 분위기를 어렵지 않게 짐작해 낼 수 있다. 행복한 삶 보다는 이면에 녹아 있는 고독, 외로움, 욕망, 불안함, 자유에 대할 갈증, 해방, 관음증, 소외감 등을 말이다. 호퍼가 세계대전과 경제 공황을 겪으면서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간접적인 심리표현을 그림에 담아내었고 책 속에 담겨진 글 들 역시 그런 분위기에 스토리를 입혀냈을 것이라는 사실관계를 미리 알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한꺼번에 쭉 읽어 내려가지 않아도 그때 그때 호퍼의 그림이 마음에 다가오면 그저 느끼는대로 그림을 보고 글을 읽고 공감하면 족하다. 설령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늦은 밤 혼자 앉아 호퍼의 그림을 화면에 띄우고 바라보면서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면 그만인 것이다.


책 속에 있는 17편 중 일부. 그림을 보면서 느낌이 생기면 책을 펴보자


그림을 읽는다는 표현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호퍼의 그림을 사랑하고 그의 그림 속에서 자신의 감정이 투영되는 사람이라면 하루에 한 편을 감상하듯 읽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밝으면서 밝지 않고 색채 속에 항상 검은 빛의 우울함이 녹아져 있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무언가 심리적 불편함과 공허함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에드워드 호퍼는 우연한 기회에 나의 최애 작가 중의 한 명이 되어 버렸다.


책보다는 커버로 장식된 호퍼 그림의 명작 <케이프코드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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