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하는 근대'와 지그문트 바우만의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혼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금요일 밤의 여유로운 시간이나 한나절 나른한 시간에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고 여기저기 상상의 바다를 옮겨 다니는 것도 즐겨한다, 고독은 저자가 말했듯이 '생각을 집중하게 해서 신중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며 창조할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 인간끼리의 의사소통의 의미와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숭고한 조건'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그문트 바우먼의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은 다분히 '고독 예찬서'다. 그러나 우리가 잃어버린 고독은 가짜로 만들어진 온라인 세계에 접속하기 위한 '행위적 고독'이 아니라 창조성을 위한 '절대 고독'이다. IT 신기술의 발달로 말미암아 우리는 더욱 더 끈으로서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데도 고독으로 인한 자살, 우울증, 충동적 파괴행위 등은 줄어들 줄 모른다는 것은 고독의 의미가 이미 우리 사회에서 이중적인 결과를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오히려 시대가 편리성을 추구하는 만큼 인간성의 회복과 고립, 마음의 결핍현상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 하다.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공간으로 우리가 숨어들면 숨을수록 절대적 고립 현상은 두드러지고, 더불어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속에서 변화하고 혁신해야 하는 세상은 인간이라는 말그대로의 사람 사이의 관계단절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이치다. 절대적인 인간의 가치는 그저 다시 리셋되고 새롭게 씌여질 수 있는 일상의 그것들과 다를 바 없는 것처럼, 결국 우리는 '양'이라는 가치에 매몰되어 '질' 이라는 가치를 애써 지워버리는 실수를 범하고 있을 수도 있다.
온라인에서, 인스턴트 섹스에서, 10대들의 소비문화에서, 신용카드에서, 유행과 쇼핑, 질병을 권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진정 소모성 삶에 길들여 지고 있음을 알게 되고, 불평등과 정보의 홍수속에서 처세술과 실용적인 지식이 최선의 가치로 판치는 세상에서 공포가 일상이 될 때, 우리는 엄청난 변화에 부적응한 채로 그 모든것을 감당할 수 있는 무형의 힘에 의존하게 되는 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혼자서 모든 것들은 감내하고 더욱 더 온라인 속으로 파고들어 관계를 맺어 동류의식을 불러 일으키는 일종의 심리적 짝짓기에 혈안이 되어 있을수도 있다. 자신도 모르게 그것이 최선인것 마냥...
그러면 그럴 수록 우린 점점 더 '상실'이라는 개념에 가까워지는 아이러니가 생겨난다. 시지프스가 밀어올리는 돌이 희망을 가지게 할 수록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며 시지프스로 하여금 순응적인 모습을 반복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저자는 시지프스 신화보다는 그 모든 억압구조에 맞서는 프로메테우스의 저항성을 말하는지도 모르지만, 단순히 말하면 인간성 회복이라는 근원적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동하는 근대'란 외로이 흐르는 강물로 보이기도 하지만 언제 우리를 덮칠 출렁이는 파도로 변할지 모르는 '출렁이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성의 회복이고 관계형성으로 이루어진 끈끈한 저항이다. 그러고 보면 고독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장석주 시인의 말처럼 '껍질을 깨고 진리의 낟알을 가려낼 수 있는 자기성찰의 시간'을 잃어버렸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우리가 현대사회의 병폐로 흔하게 예로 들었던 '소외'의 또다른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외로움에 점점 더욱 관계 추구하고 그 관계는 진정한 관계가 아닌 이유로 다시 외로움이 더 짙어져 결국 나를 잃어버리는 상실의 시대로 나아가는 지금, 우리는 그 기원이 고독을 애써 거부한 소소한 잘못에서 비롯되었음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노학자는 그것에 대한 진심어린 충고를 하는 것이 아닐까?
PS.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을 처음 접하였지만 사고의 깊이와 통찰력의 범위에 놀라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문장이 상당한 만연체이기 때문에 꼬이고 꼬인 글들의 나열이 많다는 것은 해석의 실수 또는 저자 사고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텅빈 공간인 '공위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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