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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n May 03. 2022

이해 불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서 하는 줄다리기, 윌 곰퍼스의 <발칙한 예술가들>

예술이라고 하면 우리는 무언가 특별함을 떠올린다. 고전주의 회화나 조각 작품의 우월함과 아름다움, 미적 감각을 지나서 추상적인 형상이 주가 되는 현대미술에 이르면 특별함이라는 말은 좀 더 괴이함, 야릇함, 고상함을 떠올리는 비현실적 상상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현대에서 예술이 어렵고 특별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마 예술 자체가 현실의 삶을 반영하기 보다는 개인적 주관적 관념의 세계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예술가를 바라본다면, 예술가는 그저 개인적인 아름다움과 feel에 꽂힌 이상주의자로 밖에 볼 수가 없다. 거기에다 이름 꽤나 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은 천문학적 가격으로 올라가니, 그것은 가치가 아닌 가격으로만 승부하는, 현실 세계의 물질적 부분만을 충실히 반영하는 분야로 퇴화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적어도 일반인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이 책 <발칙한 예술가들>은 예술가들의 개인적인 면모, 생각의 깊이와 다양함, 작품활동으로 추구하는 이상향 등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만든 또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예술가의 창조성(creative)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예술가는, 돈도 당연히 벌어야 되고, 실패도 할 수 있으며, 무언가 가만히 놔두지 않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작은 아이디어를 무의식 속에서 끌어내기 위해 타인의 사고를 훔칠 수도 있으며, 지속적인 의심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부수기도 해야 하고, 큰 것과 작은 것을 동시에 생각하는 다원적 사고도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다. 거기에다 같은 사물을 보고서도 다른 느낌으로 전달하는 상상력을 보유하고, 때로는 구습과 싸우는 용기도 가지며 정적인 틀 속에서 사유의 세계를 경험하면서도, 하나의 정답이 아닌 다양성에 기초한 활동을 하는, 예술가는 그런 사람들이다. 단, 돈과 명성의 기반 아래서 말이다.


아쉬운 것은 예술가의 발칙한 생각들이 과연 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에 나타난다. 여기서 '시에스터 게이츠', '뤼크 타이먼스', '데미안 허스'트 같은 예술가들을 폄하할 마음은 없지만, 예술을 예술 자체로 보는 것, 마음을 정화하고 개인이 받아들이는 다양한 느낌이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 자체는 긍정적일 수 있어도, 그 사람이 살아 온 방식, 사고의 틀 자체를 그대로 현실세계에 옮겨 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이것은 우리의 부모님은 나에게는 존경의 대상이지만 사회적으로 확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과 같다. 사회는 저자가 말한데로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예술가 역시 사회적 분위기를 주도하기 보다는 편승과 운에 기인한 측면도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예술적 자유, 그 속에서 넘쳐나는 에너지가 개인과 사회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건 간에 예술가는 현실사회을 새롭게 관찰하는 힘과 사고의 디테일을 지니고 있음은 명확하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는 현실의 어느 곳에서도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지닌 존재로 인정받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예술가의 발칙한 상상이 가져다 주는 사회적 기여일 수도 있다.


적어도 개인적으로 예술가의 발칙한 상상력에 도움을 많이 받는다. 어떻게 하면, 어떻게 보면, 어떻게 행동하면 좀 더 창조적으로 현실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나만의 호기심 때문이다. 고전 속에서, 현대예술 속에서, 음악, 미술, 무형의 예술 속에서 생각하게 되고 그것은 예술 자체로서 인정을 받는 것이다. 그것을 사회적으로 당연히 인정받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스테레오 타입을 가지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책은 재미있다. 많은 작품들을 만날 기회도 있으며, 예술가를 배우는 기회도 많다. 예술에 대한 개인적 관심으로 많은 그림과 음악을 보고 듣고 하지만, 책을 넘길 수록 지울 수 없는 생각은 다름아닌 현실과 이상, 개인과 사회 두 측면에서 괴리의 문제였다. 책의 마지막 장에도 나오지만, 현실의 종속관계, 계급사회로 점철된 세상 속에서 예술가적 창조성이 과연 얼마나 순기능을 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화두로만 던지고 표현을 피하며 먼 길을 도는 듯한 느낌이다. 이 역시 독자들이 판단해야 할 부분임은 분명하다. 이해 불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책은 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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