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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치는목동 Oct 22. 2024

낡은 일기장을 펼치며 떠올린 동화 같은 이야기

[Crazy Factory 4화] 그리운 유년시절의 추억

12년의 서울살이를 끝내고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오고선 이삿짐을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가족과 함께 살았던 집에 이젠 덩그러니 나 혼자 남겨진 것이 영 어색하게 느껴지기만 한다.


좁은 원룸이 아닌, 훨씬 넓어진 공간이었지만


생전의 부모님이 쓰셨던 안방은 그대로 두고


원래 썼었던 작은 내 방에 몸을 뉘었다.


공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짐 정리를 계속하다


잊고 지내던 유년시절의 낡은 일기장을 펼쳐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일기장,


부모님의 젊은 시절이 담긴 옛 사진앨범을 어쩌다 보게 되면


한동안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때론 웃음 짓게 되기도 한다.

꼬꼬마 시절의 형과 나


완전 꼬꼬마 시절에는 순수 그 자체여서,


부모님의 말씀이 컴퓨터의 입력 -> 출력과 같았다.


"어른을 보게 되면 인사를 잘해야 돼."


"아~그런데 모르는 사람을 봐도 인사하는 거예요?"


"응... 모두 인사해."


..... 이 말씀에 한동안 나는 만나는 모든 어른들에게 인사를 했다.


길거리를 뛰어가면서도 "안녕하세요!!"하고 우렁차게 인사하니


인사를 받아주는 분들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당황해하셨던 기억이 난다.




장난기 많던 개구쟁이 시절에는 친구들이 우리 집 마당으로 몰려와


같이 노올자~!! 하고 소리쳤었다.


미리 약속된 것도 아니었지만 그 외침을 들으면 기다렸단 듯이


신나게 나가서 땅거미가 앉을 때까지 뛰어놀곤 했다.


내 생일인데, 형이 왜 초를 불어


생일에는 부모님이나 삼촌이 벽걸이 달력을 접어서


고무줄을 끼워 고깔모 왕관을 만들어주셨었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유치원


유치원에선 같은 달 생일자들을 모아


단체 생일 축하를 했었다.


사탕 목걸이를 매면 왠지 모르게


부자가 된 것 같았고 기분이 좋았다.


아니야, 거기다 손 넣는 거 아니야.


지금은 오목 두는 사람을 보기 힘든데 그 당시엔 무려


'오목 대회'라는 것이 우리 동네의 백화점에서 열렸었다.


평소에 오목을 자주 두어서 자신이 있던 나는


형과 같이 출전해서 형은 예선 탈락의 고비를 마시고


난 3등을 수상하게 되었다.


매번 명절에는 시골 할아버지 댁으로 갔었는데,


그 시절의 교통 체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지금은 1~2시간이면 갈 거리를 10시간 가까이 소요해야 했다.


어느 날은 먼 친척 어르신들을 뵙는다고 몇 군데 집을 들렀는데


차 안에서 난 누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 잠들어 있었고,


곤히 자는 나를 깨우지 않고 어른들만 잠시 내리셨다.


잠시 후 잠에서 깬 나는 혼자 있어서 깜짝 놀랐고


내려서 어른들을 찾는데 어딘지도 모르고 무척 당황했다.


인근에 보이는 저택 앞으로 걸어가니 흡사 사냥개처럼


사납고 덩치도 큰 맹견 여러 마리가 날 보고 미친 듯이 짖어대는 것이 아닌가.


4~5 마리 정도가 목줄도 매어있지 않은 상태였다.


너무 무섭고 겁에 질려서 몸은 얼어붙고


엉엉 소리 내면서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어쩔 줄 몰라하던 그때........


정말 동화처럼 근처에 있는 줄도 몰랐던 소 한 마리가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나와 그 맹견들 사이를 가로막아섰다.


이런 느낌...?


날 지켜주려 한다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지면서


그 소의 배와 등을 끌어안고 계속 흐느껴 울었다.


개들의 짖음은 점차 줄어들었고.........


그렇게 잠시 후에 어른들이 날 먼저 발견하시곤


대수롭지 않은 듯 다시 차에 타라고 하셨다.


한참이 지나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씩 그때의 따뜻했던


소의 품 안이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도 소를 길러서 자주 봤었는데


큰 눈망울에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참 순한 성격,


여물을 주면 묵묵하게 씹는 모습이 참 정감 가고 좋았다.


소 친구, 그때 정말 정말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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