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의 배려
저녁 산책을 나서며 모처럼 동네 구석구석 탐방을 해보기로 했다.
마침 동네 당근마켓에서 잃어버린 애완견을
애타게 찾고 있다는 글을 본 터라
이왕 가는 산책 중 혹시 찾을 수 있을까 해서
강아지 사진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인적이 뜸한 골목길 사이를 걸으며
눈여겨 둘러보았지만, 결국 강아지는 찾을 수 없었고.....
어느 동네 목욕탕 앞에서 잠시 발길을 멈추었다.
목욕탕 입구 좌측의 작은 텃밭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안내판이 놓여 있었는데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경고성 문구가 담겨있지 않을까 했다.
개와 고양이 여러분,
이곳은 목욕탕 앞입니다.
교양 있게 영역표시는
다른 곳에 부탁드립니다.
개와 고양이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니.....
처음엔 참 센스 있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다
아차 싶었다.
한글을 읽지 못할 개와 고양이에게 당부하는 말일 리가 없으니 말이다.
견주나 집사들, 목욕탕을 찾는 손님들, 지나가는 사람들 등
이 안내문을 보게 될 모든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정중하고 명확히 뜻을 전달하고 있었다.
영역표시를 하지 말란 것에는 당연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도 포함일 테고,
그럼에도 영역표시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개나 고양이보다 못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불경기가 계속되며 누구 할 것 없이 힘들고,
마음의 여유가 점점 없어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
더욱 필요한 것이 이러한 역지사지의 배려가 아닐까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삶의 자세.
나의 말을 부하 직원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이해시키지 못한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는 것.
그것이 가장 빠르고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며,
증오와 미움으로 가득 찬 배출은 그대로 나 자신에게 다시 돌아오게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