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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스블루 Jul 14. 2016

나를 채우는 시간 1

prologue.

이번 방학이 마지막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마지막 기간이겠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물론, 이후에 내가 할 일들도 모두 스스로 잘 살아가기 위한 것들이겠지만, 어떤 환경적인 요소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내면의 목소리에만 귀기울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다. 앞으로도 내 소신껏, 나의 페이스대로 열심히 살아가야겠지만, 지금 이 시기야 말로 나를 차분히 들여다보고 내게 필요한 것들을 채워나가야 할 시기이다.

북촌에서


쉼 그리고 여유. 나를 채우는 시간.

언제부턴가 (아마도 대학생이 되고 나서부터) 내 안의 것들이 서서히 바닥이 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간 '이 정도면 충분해'하며 믿고 살아왔지만, 나는 한없이 부족함을 깨달았다. 무작정 계획을 세워보고 마음껏 꿈꾸는 일을 좋아하는 내가 어느 순간부터는 입으로만 떠드는 한량 같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게 됐다. 수없이 봐왔던 말로만 행동하는 사람들을 (속으로든 겉으로든) 비난했던 내가 정작 그들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 상태로 잠자코 시간을 흘려보내다가는 점점 더 그들과 같아질 것임을 직감했다.


비가 내리던 속초 바다


다소 추상적이지만, 나의 수많은 생각들을 뒷받침해줄 만한 어떤 알맹이가 부족하다. 아무리 내가 이야기를 늘어놓아도 이제는 그 생각들을 정확히 활자화하기 어렵다. 떠오르는 생각에 비해, 머릿속에 든 것은 부족하다 해야 하나. 욕심이 생긴 거라고 말하고 싶다. (드디어!) 내 이야기를 더 잘 하고 싶고 다른 이의 이야기를 더 잘 이해하고 싶어 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 밖으로 나가 경험을 하든, 잠자코 앉아 공부를 하든. 어떤 방식으로든 날 채워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대학 생활의 반을 바라보는 시간 동안 서서히 느꼈지만, 이번 방학 기간에야 말로 여실히 느끼고 실천하는 중이다.


짧았던 속초 여행에서, 우리의 짐


'나를 채우는 시간' 이번 방학을 그렇게 이름 지었다. 우리는 급박한 상황에서 큰 깨달음을 얻기도 하지만, 쉼 안에서, 여유를 가지고 자신을 돌아볼 때, 진정으로 놓쳐서는 안 될 것들을 깨닫는다. 요즘 나의 순간들이 그렇다. 누군가가 내게 생각 없이 방학을 보내고 있다 말하지만, 나는 '이 시간이 내게 꼭 필요하다'고 대답한다.


약 한 달 간의 시간 동안 나를 채워나가며 느낀 것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날 채우기 위해 계속하기로 마음먹은 두 가지를 기록하려고 한다. 아직 방학은 절반이 조금 넘게나 남았으니, 남은 기간 동안 무언가 작은 거라도 깨닫길 바라며 그런다면 또 덧붙여 기록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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