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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스블루 Sep 13. 2016

꿈과 꿈의 연결

어쩌면 다 같은 꿈이 아닐까?

내게 ‘꿈’에 대해 물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의미는 잠에 들어 꾸는 꿈이 아닌 내가 그리는 미래다. 실제로, 사람들은 우리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의미로 꿈을 묻지, 지난밤 어떤 꿈을 꾸었는지를 묻지는 않는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어린 시절, 유치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꿈을 그림으로 그렸던 일 이후로는 누구도 내게 내가 꾼 꿈을 물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 스스로 뭔가 운이 좋은 꿈을 꿔 자랑했던 적 빼고는 누군가와 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었나. 설사 있었다 해도 그 대화는 그리 기억에 남는 대화가 아니었나 보다. 지금에서야 이 특정한 꿈에 관한 나의 기억들을 되짚어보니 내게도 어떤 특별한 꿈이 있었다. 누군가 내게 꿈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주저 없이 할 수 있을 이야기다.



아주 어렸을 적, 매일 밤 같은 꿈을 꾸곤 했다. 꿈속에서 나는 무성한 나무들의 틈을 비집고 한참을 걸었다. 매일같이 잠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고 계속해서 걷다 보면 알록달록한 색으로 칠해진 동그란 입구가 내 발 앞에 나타났다. 그것은 깊은 구덩이처럼 파여있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없었는데, 나는 그 지하 미끄럼틀 같은 것을 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내 몸을 집어넣었다. 그렇게 나는 끝나지 않는 형형색색의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갔다. 잠에서 깨는 순간도 항상 같았다. 내 발이 바닥에 쾅 닿는 순간, 나는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깰 때마다, 나는 같은 생각을 했다. ‘왜 매번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그 빌어먹을 입구에 몸을 던지는 걸까?’ 매일 같은 꿈을 꾸다 보니, 마치 좋아하는 영화를 여러 번 보다 보면 보이지 않던 작은 요소가 눈에 띄는 것처럼, 나도 어떤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꿈에서 깨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길고 어지러운 미끄럼틀의 끝에서 마침내 땅을 디뎠을 때, 내가 도착한 곳은 어딜까? 여러 번의 노력 끝에 의문의 공간에 대해 기억해낸 몇 가지는 어두웠지만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는 것과 작은 토끼가 숨어 살고 있을 법한 아담한 땅굴이었다는 것이다. 아마 이 꿈을 반복해서 꾸던 시기에 난 동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매료됐었나 보다.



내게 이 이상한 꿈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때의 내겐 그저 떨쳐낼 수 없는 악몽이었겠지만, 지금의 내가 돌아본 이 꿈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날 귀찮게 굴었던 꿈을 적어 내리고 나니, 어떤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어쩌면 사람들이 매일같이 묻던 그 미래의 꿈은 내가 매일같이 꾸던 꿈과 별 차이가 없는 게 아닐까? 때론 화려하고 때론 지루한 길을 하염없이 걸어야 마침내 나타나는 어떤 시작. 거침없이 시작을 향해 몸을 내던졌지만, 끝을 모르고 이어지기만 하는 혼란의 기다림. 마침내 어느 곳에 닿았지만, 그곳이 어딘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것. 그럼에도 망설임 없이 또 같은 길을 가는 것.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게 답이 찾아오는 것.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이뤄지길 갈구하는 ‘꿈’은 먼 미래가 아닌 매일 밤 우리에게 찾아오고 있었던 건 아닐까?


사진은 모두 빈탄섬에서 직접 촬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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