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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Nov 03. 2023

글쓰기 아포리즘, 간직하고 실천하기

은유 『쓰기의 말들』을 읽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밥반찬 먹듯이 본다면 글쓰기 책은 영양제처럼 흡입한다. 먼저 읽은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가 퍽 좋았어서 이 책도 골라집었다. 글쓰기를 독학으로 배웠다는 은유 작가, 그 당당함에 내 어깨도 펴지는 듯했다.


이 책은 글쓰기에 관련된 104개의 아포리즘이 책 왼쪽에, 은유 작가가 글을 쓰며 경험하고 사유한 일들이 오른쪽에 배치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널따란 여백 상단에 새겨진 크고 굵은 명언이 진하게 다가오는 것은 물론이요, 유명한 저 문장들을 실천한 이야기들이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멋진 문장이라고 그저 감탄하고 말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안 쓰는 사람도 쓰는 사람 될 것이라는 부제를 당당하게 내걸었던 것일까. 그런 변화가 쉬운 것은 아니라서 ‘기적’을 기대한다고 했겠지만 말이다.



오랜 독서 탐닉생활 동안 마주친 황금 같은 문장들을 수집해 왔다. 그 날카롭게 빛나는 문장들을 한꺼번에 다시 만나다니. 좋은 문장은 용기가 부족한 이들에게 나침반이자 채찍이구나 싶다. 진리나 지혜를 짧은 글에 담은 것이기에 아포리즘은 긴 설교보다 강렬하게 살갗을 파고든다. 행동은 멈추게 하고 생각에 펌프질을 해서 결국 글을 쓰게 만들기도 한다.


은유 작가의 문장들도 종종 그러했다. “하고 싶은 일에는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은 일에는 핑계가 보인다” 같은 글 앞에서는 오도 가도 못하겠더라. "남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기가 발 디딘 삶에 근거해서 한 줄씩 쓰면 된다.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것은 누구나 글감이 있다는 것"이라는 문장은 굵직한 글감을 기다리며 쓰지 않을 핑계를 대지 말라는 말이었고, 발아래 굴러다니는 소소한 글감들로도 충분히 고유한 글로 엮을 수 있다고 격려하는 말이었다.



글과 관련된 칭찬이나 덕담을 나는 다 삼켰는데 그러고 나면 도둑고양이가 된 것 같았다. 나는 탐했다. 누군가 무심코 흘린 반짝거리는 말들을 훔쳤다. (...) 내게 미미한 재능과 막연한 욕망이 있었더라도 저 사카린같이 당도 높은 환각의 말들이 없었더라면 나는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나 또한 브런치에서 이력이 대단한 분들에게 과분한 칭찬을 받을 때마다 우쭐과 민망 사이에서 어깨춤을 춰봐서 저 기분을 잘 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도둑고양이’라는 단어가 걸리지만,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또 적절한 표현이 없었을 거라는 이해도 있다.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단어 하나를 불편해하느라 문장이 지닌 가치를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글쓰기는 스쳐가는 생각을 붙들고, 감정의 수원지를 탐색하고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일이다. 나를 확장하면서 멀고 먼 타자에게도 조금씩 닿아가는 일이다. 어렵지만 하지 않을 수 없다. 쓰기가 막힐 때마다 이 책을 다시 열어봐야겠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위대한 이론 옆에 구체적인 실천 경험이 유려하게 펼쳐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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