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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디 Nov 06. 2021

5-1. 여드름, 과연 짜야하는 것인가??

I am a surgeon.

나는 여드름의 치료에 

면포 제거가

즉, '여드름 짜기'가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물론 면포가 계속 형성되게 하는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계속 면포만 제거(여드름 짜기)하는 것은

끝없는 고통 유발, 즉 고문,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라는

냉정한 평가도 있을 수 있다.

"여드름 짜기" 무용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이고 일리도 있다.


나도 먹는 레티노이드나 레이저 같은,

피지를 줄이거나 면포의 발생을 줄이려는

노력 없이 여드름 짜기만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치료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드름 짜기"에는,

그것을 꼼꼼히,

완벽하게 해내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느껴지는,

단지 면포 제거?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증명된 가설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여드름 환자의 얼굴 전체(acne prone area)에서

총면포의 개수를 줄여주는 것과

여드름 전체 활성도의 감소는

분명한 연관성을 보인다.

쉽게 말하면

 얼굴에 면포를 그냥 놔두는 것보다는

짜내어서 면포를 최대한 없애주면

새로운 면포의 발생이 줄어든다는 것을

임상에서 느껴왔다는 말이다.


그 이유는 아직 모르겠다.

여전히 우리가 순식간에 훑었던,

피부과 전문의 시험 족보

'여드름의 4가지 병인'을 기억하고 있는

훌륭한 독자가 있다면 따져보자.

면포를 짜내어

얼굴에서 면포의 전체 숫자를 줄이는 것은 

여드름 병인의

1. 모낭벽에 진행하는 과각화증을 멈출 수 있는 것도,

2. 피지 분비량을 감소시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여드름 병인의

3. 여드름균이 증식하여 퍼져나갈 전진기지들과

4. 면포로부터 일어나는 더 심각한 염증반응들을 줄여줄 여지는 충분하다.

특히 레티노이드와 같은 약물을 사용하거나

레이저 치료를 받는 등,

면포를 계속 발생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vicious cycle) 어딘가가

끊어지고 있는 있는 상황에서,

도저히 자연 용해가 되지는 않을 사이즈의 면포,

 염증이 함께 진행되고 있는 면포,

면포가 다 녹아 없어질 정도로 커진

결절, 낭성 여드름을 배농 하여 제거해 주는 것은

 흉과 자국을 최소한으로 하면서

빠른 차도를 보이게 하는

핵심 치료가 아닐 수 없다.


갑자기 뜬금없지만

피부과는 외과계열일까? 내과계열일까?

많은 사람들이 피부과를

내과 계열이라고 생각하지만

피부과는 직접 병리 조직을 보며

조직생검(biopsy)을 하는 과이다.

온갖 피부의 양성 종양을 직접 제거하고,

레이저 수술을 하며,

피부 병변의 드레싱에

그 어떤 외과계열의 과보다 능하다.

특히 정기양 교수님과 같은

걸출한 피부 외과의를 스승으로 모신

연세대 세브란스 출신의 피부과 전문의들은

실제 수술적 치료를 많이 하든, 하지 않든

자신의 존재론적 뿌리에

외과의(surgeon)로서의 자부심을 담고 있다.


나는 외과 시술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절개 배농(Incision and Drainage, I&D)과

 여드름 짜기는 다르지 않은 시술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절개 배농이 아니면

안 되는 병변이 있다.

 아무리 항생제와 소염제가 발달했다 하더라도

꼭 절개 배농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병변이 있다.

외과의는 이러한 병변의

시술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

또한 유능한 외과의라면

꼭 절개 배농 해야 하는 병변인데

항생제와 소염제를 먹이며 방치하지 않는다.

특히 염증의 한 가운데에

바깥으로 배출되지 않고는 해결되지 않을

이물(foregin body)이 포함된 경우는

반드시 그 이물을 완벽하게 제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물은 제거되지 않으면

반드시 다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여드름의 면포가 그러하다.


나는 외과의,

바로 서전(surgeon)의 눈으로 여드름을 본다.

 그리고 "메스" 대신

"압출기"를 힘주어 움켜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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