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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호 May 30. 2023

‘반박시 니 말이 맞음’을 부추기는 것은 누구인가

조선일보 사옥

"반박시 니(네) 말이 맞음"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이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본문이나 댓글로 내 생각을 길게 쓴 뒤 "반박시 니(네) 말이 맞음"이라고 한 문장 덧붙이면 끝이다. 상대방과의 논쟁을 거부한다. 더 깊이있고 합리적으로 사유할 기회를 외면한다. 나와 다른 의견에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다. "내 생각은 이래. 너랑 피곤하게 토론까지 해서 내 생각을 바꿀 의향은 없어. 어쩌라고!"


해프닝으로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담론적 공론장이 위협받고 있다는 방증이라서다. 점점 진화하는 미디어의 알고리즘이 확증편향을 유도하고,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의 성향에 맞는 특정 언론이나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만 찾게 된다. 그리고 결국 사회는 극단으로 갈라진다.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을 접할 기회도 점점 줄어들고, 반론은 '비(非)론'이 된다. 내로남불, 아시타비의 일상화다.


이 과정에 등장하는 허위∙가짜뉴스는 사회의 극단화를 부추기고 심지어 강화한다. 한병철 독일 베를린예술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정보의 지배>에서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담론적 공론장을 위협하는 요소로 '인포데믹(Infodemic)'을 꼽았다.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을 합친 말로, 정보의 바이러스적 확산과 증식을 일컫는다. 쉽게 말해 허위∙가짜뉴스가 바이러스처럼 건강한 토론장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공신력 있는 언론이 주도적으로 허위∙가짜뉴스를 생산하는 행태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의 글과 언론 보도는 무게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16~18일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의 분신 방조 및 유서 대필 의혹 보도는, 결과적으로 언론이 허위∙가짜뉴스를 퍼뜨린 '보도 참사'다. ①자살 방조라는 '범죄'와, ②노동조합이 노조원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 것 아니냐는 중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최소한의 사실확인 과정조차 거치지 않아서다.


언론이 이를 보도하자 보수 정치권은 해당 기사를 적극 인용해 허위∙가짜뉴스를 재생산했다. 정치인들의 발언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 등으로 빠르게 퍼졌고, 우리 사회는 또 극단화됐다. '미디어 알고리즘 - 허위∙가짜뉴스 - 사회 극단화'라는 끊기 어려운 악순환의 굴레는, 지금도 단단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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