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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호 May 30. 2023

패배할 수밖에 없는 ‘물결 거스르기‘

오늘은 학교 수업이 없는 날입니다. 지인과의 약속도 딱히 없어 한가롭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미루고 미루던 피부과에 다녀왔습니다. 무려 4개월 만입니다. 사실 지난해부터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피부과를 방문해 레이저 시술을 받고 있었지만, 올해 들어 여러가지 이유로 바빠지는 바람에 피부 관리를 가장 멀리 제쳐두었던 것입니다. 오랜만에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 운동을 하고, 피부과에서 레이저 시술도 받으니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제가 지난해부터 피부과를 다니기 시작한 이유는 바로 늙지 않기 위해섭니다. 인간의 피부는 25살을 전후로 점차 늙어간다는 소식을 어디선가 접한 뒤로, 피부 노화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 치고 있는 셈입니다. 매일 외출하기 전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하게 바르는 것도 외출 준비 루틴 중 일부가 됐습니다.


제가 나이 들지 않기 위해 하는 발악은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비타민C, 알파리포산, 코엔자임Q10, 글루타치온 등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이들은 이른바 '항산화 네트워크'에 속해 있는 성분들입니다. 우리가 운동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심지어 숨을 쉴 때도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없애 신체 노화를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활성산소는 노화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물론 항산화 네트워크에 속해 있는 이 영양제들을 한번에 섭취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다고는 하지만, 저는 비타민C와 알파리포산만을 챙겨 먹고 있습니다. 뭐든지 과유불급이니까요. (이외에도 비타민D와 유산균 등의 영양제도 먹습니다)


어쨌든 저는 이렇게 '도도한 노화의 물결'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중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따끔따끔한 레이저를 맞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아무리 늙지 않기 위해 운동을 하고, 영양제를 챙겨먹고, 각종 시술을 받는다고 한들 '시간'이라는 그 절대적인 힘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어쨌든 시간은 흐르고 있고,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조금씩은 늙어갈 것이 뻔하니까요. 어쩌면 저는 결과적으로 패배할 수밖에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우리 국회가 떠올랐습니다. 정치를 개혁하라는 전국민적 요구를 무시하고 있는 정치인들 말입니다. 거대 양당 체제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국민들은 '둘 다 싫지만 덜 싫은 사람'에게 투표해야만 합니다. 이를 다당제로 바꿔 국민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정치를 한번 바꿔 보자는 주장을, 정치인들은 대놓고 외면하고 있습니다. 정개특위는 파행을 거듭하고, 여당에서는 국회의원 정원 축소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지금은 아예 '정치개혁'이라는 말 자체가 의제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사실상 바꾸기 싫다는 겁니다.


여의도는 이렇게 '도도한 민심의 물결'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중입니다. 민심은 한번에 폭발한다고 하죠. 정치인들은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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