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호 Jun 06. 2023

윤 대통령 '미∙일 몰빵 외교' 집착, 위험하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미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 예일대 교수가 한 말이다.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누어 보관해야 한 바구니의 계란이 모두 깨지더라도 다른 바구니의 계란은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토빈 교수의 말은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 투자 제1 법칙이 됐다. "투자자들은 '고수익'이라는 환상에 젖어 한 종목에만 '몰빵'으로 투자하지 말라!"


몰빵의 위험성을 강조한 토빈 교수의 말이 문득 떠오른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행보를 지켜 보면서다. 외교는 곧 투자다. 다른 나라와의 관계가 한 나라의 정치나 경제, 안보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의 '국익'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사안에 따라 국가 간 관계를 저울질한다. '실리외교'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자유나 자본주의, 민주주의 등 '가치'를 기준으로 국제 정세를 판단한다. 자연스럽게 모든 사안에 있어서 일률적으로 북∙중∙러를 적대시하고, 한∙미∙일에 몰빵하게 된다. '가치외교'다.


윤 대통령의 가치외교는 가치를 기준으로 전세계 국가들을 이분화한다. 우리와 같은 가치를 지향하면 아군, 그렇지 않으면 적군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가치외교는 과거 미∙소 냉전 시대에나 통용될 법한, 유통기한이 지난 외교 전략이다. 현재 세계는 가치보다 '경제'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지구촌 전체는 하나의 경제권 안에 속해 있다. 가치가 다르더라도 전 세계 국가들은 자유무역을 통한 공급망으로 서로 촘촘하게 얽혀 있으며,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어디서든 지구 반대편 시장의 주식을 거래할 수도 있다. 가치라는 기준 하나만으로 전 세계 국가들을 네 편, 내 편 나눌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닌 것이다.


더욱 걱정인 것은 우리가 몰빵 중인 국가들조차 실리외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중국을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시키는 '디커플링'을 공식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논의하며 경제 전쟁까지 불사할 것처럼 굴더니, 물밑에서는 자국 경제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일론 머스크(테슬라)와 제이미 다이먼(JP모건 체이스) 등 미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주 직접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을 방문해 미 정부의 디커플링에 반대한다고 밝혔고, 이에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은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중국발 위험 요인 제거)을 추구한다"고 공식화했다.


또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자국 내 판매를 금지시키자, 미국 의회에서는 중국 내 마이크론의 공백을 삼성∙SK가 메워서는 안 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한국이 중요한 동맹인 것은 맞지만, 우리(미국) 기업의 파이까지 뺏어가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만큼 자국 경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익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시아 경제 패권을 되찾기 위한 야망을 버리지 않은 일본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 역시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위협을 경계하면서도, 물밑으로는 중국과의 외교에 힘을 쏟고 있다. 경제를 위해서다. 지난해 11월 기시다 일본 총리가 시진핑 중국 주석과 캄보디아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2월에는 중-일 외교·국방장관 회담이 열렸고, 4월에는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해 리창 총리, 왕이 정치국위원, 친강 외교부장을 만났다.


심지어 일본과 미국은 북한에도 대화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윤 대통령은 '북한 봉쇄'를 명분 삼아 미국과 일본에 밀착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남측과의 대화에는 일찌감치 선을 그은 북한이 미∙일이 제안한 대화에 응한다면, 윤 대통령의 몰빵 외교 명분 자체가 통째로 흔들리게 되는 것은 물론, 동북아 정세 주도권도 북한에 내줘야 할 우려가 있다. 우리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다.


외교는 모호해야 한다. 무 자르듯 국제 관계를 이분화하는 가치외교 전략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국익을 가장 우선시할 수 있는 실리외교로 노선을 정비할 때다. 몰빵 투자는 위험하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작가의 이전글 백인의 아시아인 혐오 정서는 어디서 왔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