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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호 Jun 30. 2023

“모로 가도 서울만”?…결과중심주의가 숨기는 것

과정과 결과를 함께 살펴야

"가장 큰 실수는 정책의 결과보다 의도와 맥락을 중요시 여기는 것이다"


자유 방임주의와 시장주의를 주장한 대표적인 보수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한 말이다. 이 같은 프리드먼의 말은 “정책의 의도보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지고 도입한 정책이라고 해도 결과가 좋지 않다면 실패라는 것이다. 즉 결과적으로 성공했느냐 여부만 따지자는 말이다.


정책은 국민의 삶을 향상하고 시대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정책의 결과는 물론 중요하다. 심지어 “정책의 결과보다 의도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건 일종의 반역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정책의 의도와 결과를 따로 떼어 놓고 구분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옳지 않다. 정책 의도만 중시한다면 과실 없는 포퓰리즘적 정책이 횡행할 것이고, 정책 결과만 추구한다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결과 중심주의에 빠질 것이다. 정책의 의도와 결과를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결과 중심주의가 함의하는 문제점은 대단히 많다. 대학 입시를 위해 불법적인 ‘부모찬스’를 쓰는 것이나 생산비를 낮추기 위해 노동자들의 안전을 담보로 삼는 기업가들의 행태처럼,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결과 중심주의라는 지붕 아래 드리워 있다. 그 사이에서 튀어나오는 반칙과 특권은 물론이고, 스러지는 인간성도 중요한 이슈거리가 되지 못한다. 다만 결과가 좋았다면 덮고 넘어갈 뿐이다.


사람들은 정부 정책을 평가할 때도 결과 중심주의의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다. 결과가 좋으면 성공한 정부, 결과가 나쁘면 실패한 정부라고 낙인찍는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부의 철학이나 정책을 설계한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결과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이같은 관점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표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들여다 본다.


문재인 정부에서 소득주도성장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 정부의 경제 정책과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MB정부는 ‘낙수효과’를 앞세우며 친기업 정책을 폈다. 대기업의 수출 실적이 높아지면 중소기업과의 활발한 협업을 통해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고, 이로 인해 고용이 늘면 결국 내수가 확대될 것이라는 논리구조였다. 그렇게 대기업에 온갖 특혜가 주어졌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공격적인 내수 시장 확대, 부당 하도급 거래, 불법 담합 등을 일삼으며 고용은 늘리지 않았고 자사 이윤추구에만 매달렸다. MB정부의 논리와 정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자연스레 불황이 닥쳤고, 비정규직은 급증했으며, 양극화는 심화됐다. 이후 박근혜정부는 '창조 경제'를 내세웠지만 현재까지 그 누구도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아는 바가 없고, 내수와 수출은 계속 침체했다. 박근혜정부는 극심해진 불황을 어떻게든 해소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건설 경기에 집중했고, 그 결과 경제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 건설 경기만 홀로 성장했다. 2019년 부동산 가격 급등의 시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등장했다. 이전까지 실시해본 적 없는 이른바 ‘분수효과’ 정책이었다. 가계의 소득을 늘려 소비를 증대시키고, 늘어난 이윤으로 기업의 투자와 생산이 확대돼 또다른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논리다. 10년 동안 헛발질한 보수 정부의 낙수효과 정책 실패를 분수효과로 해결해 보려는 시도였다.


다만 속도가 문제였다고 본다. 예측 불가능한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이 됐고, 폐업이 늘었으며 종국엔 ‘종업원 없는 자영업자’가 급증했다. 아쉬운 대목이다.


속도 조절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산업 고도화’ 과정이 먼저 선행돼야 했다. 산업 고도화란 취약한 부실기업이나 자영업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는 일종의 경제 구조조정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소수 재벌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독점으로 인해 다른 기회를 찾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정 경쟁 여건을 먼저 마련해 퇴로를 열어둔 뒤 소득주도성장을 실시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이처럼 입체적이고 다차원적이다. 따라서 이를 의도와 결과로 무 자르듯 뚝 잘라내어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의도가 선했으나 결과가 나쁘니 악법이다”라고 단정 짓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말이다. 소주성 정책을 맥락 속에서 평가하면서, 종국적으론 선한 의도의 정책이 더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결과 중심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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