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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g Oct 22. 2024

엄마가 해주는 밥이 맛있어

서랍을 뒤적이다 오래된 엽서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남동생이 고등학교 시절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 나에게 보낸 엽서였습니다.

그 당시 수학여행 중에 부모님께 엽서 보내기 시간이 있었나 봅니다.

쑥스러워 부모님께 못 보내고 그 당시 회사에 다니고 있던  나에게 회사 주소로 대신 보낸 엽서인 거 같습니다.

"얘가 나에게 엽서도 보낸 적이 있나?"

1남 3녀, 딸 셋 사이에서 곱상하게 생긴 남동생은 그래도 다정한 면이 있었습니다.

나이 들면서 맘은 안 그런데 퉁명스럽게 얘기하고 툴툴대는 모습에 어릴 적 남동생을 잊고 있었습니다.

엽서 사진을 찍어 사 남매 카톡방에 올렸습니다.

평상시 카톡에 동생들과 얘기하면 짧게 대답만 할 뿐 반응 없던 남동생이 "별 게 다 있네" "갖다 버리슈" 하고 반응합니다.

둘째가 남동생 반응이 재밌는지 "액자에 걸어 둬~^^"라고 하니 "뭘 걸어 버려"라고 남동생이 쑥스러운지 발끈합니다.

내용은 잘 지내고 있다, 밥이 맛이 없다, 엄마가 해 주는 밥이 맛있다, 부모님께 안부 대신 전해 달라였습니다.


어린 시절 풍족하지 않은 살림이라 비싼 식재료가 아니어도 엄마가 해 주시는 음식은  너무 맛있었고 우리 4남매는 엄마의 손맛을 더없이 좋아했습니다.

 입 맛 까다로운 아버지도 엄마 음식이 최고라 하셨습니다.


요즈음 엄마가 연세 드시면서 음식의 간이 좀 세지고 엄마의 입 맛도 좀 변한 거 같습니다.

너무 솔직한 우리 4남매는 엄마가 만드신 음식이 좀 짜다 싶으면 돌직구를 날려서 엄마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곤 합니다.


한참 밖의 음식이 맛있을 나이에 여행 중에도 엄마의 음식이 생각날 정도로 엄마의 음식을 좋아했던 우리가 세월의 흐름 속에 조금 변했을 엄마의 음식을 타박하다니 배은망덕한 자식들입니다.


결혼하고 엄마의 된장을 받아다 똑같은 방법으로 끓여도 엄마의 된장찌개와는  다른 맛이 나서 속상했던 기억, 엄마의 손 맛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엄마가 해주는 밥은 여전히 맛있습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엄마가 직접 띄우신 청국장찌개와 들기름에 구운 매콤한 황태구이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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