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비밀과 거짓말
폭스 헌트(Fox Hunt,2025)
'지금 중국에는 국가 선전부가 슬픈 사건으로 기억해야 할 일을 위안이 되는 일로 둔갑시키는 고약한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고, 그런 사건에 기쁨이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피터 헤슬러의 젊은 인민의 초상을 접했다. 중국은 제법 특별한 나라다. 그렇다면 폐쇄성과 개방성이 공존하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자부심과 열패감에는 어떤 것들이 있겠는가. 동아시아 삼국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굴곡 짙은 근현대사를 돌파했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는 법. 해묵은 세월은 모든 세대에 각기 다른 상처를 남겼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 상처 없는 삶, 분명하게 옳은 나, 그러면서도 애매한 불안, 문제가 없기 때문에 해소될 길 없는. 각자의 계급 상승이 너무나도 절실하기 때문에 종착지는 가엾은 나와 그를 감싸는 거대한 국가 혹은 독재자로 귀결된다.
익숙한 대사와 조잡한 플롯, 날렵한 액션, 찝찝한 희생과 눈물을 끝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 오성홍기. “나는 평화롭게 자신들의 요구를 표현한 홍콩 시민을 지지한다”던 양조위의 지질린 인터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 잔인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은 결국 이것 하나뿐인가.
셔터 아일랜드(Shutter Island, 2010)
사랑은 몰라도 삶은 시종여일하지 않다. 사이에 그 누구도 상처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굳혀 단단히 만들기 위해 택하는 방식이 반복이다. 익숙함, 그 너머의 진부함. 우리가 바라지만은 않는 목적지로 향하기 위하여. 그러나 만약 루틴화가 불가능한 일생일대의 사건을 만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테디가 애쓰는 이유는 아름다운 삶의 수복이 아니다. 그는 맞아야만 했던 이유를, 단지 상처를 이해하고 싶을 뿐이다. 불행에 마땅한 이름표를 붙일 수 있다면, 어쩌면 과거의 기억을 유머러스하게 치장할 수도 있을 테다. 허약한 삶을 이겨내는 오랜 비의란 비밀과 거짓말 아니겠는가. 세상에는 닦을수록 윤이 나는 상처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도돌이표. 만약 이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책임질 수 없는 재앙과 마주한 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어떻게 할 수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