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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척척박사 Lee Dec 30. 2022

내가 개발자였다면... poll everywhere_1

미국박사과정 학생의 짧은 생각

한 학기동안 TA(teaching assistant)를 끝냈다. 무려 350여명의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이 듣는 대규모 강의였던지라, 매일매일 수많은 이메일을 받았다. 대부분의 이메일은 성적 관련 이메일. 대학교에 막 들어온 학생들의 성적에 대한 관심이 이리도 높을 줄이야(나도 그랬나..)


그 중에서도 제일 많은 이메일을 받은 항목은 바로 poll everywhere(https://pollev.com/home).

poll everywhere이라는 사이트는 미국에 와서 처음 써본 플랫폼인데, 정말 편했고, 좋았다.

수백명의 사람이 답을 해도 에러가 나지 않았고(가장 중요!!!), 좋아요 엄지손(thumbs up)을 받은 답변도 즉각 즉각 확인이 가능했다.


수백명이 함께하는 대강의실에서 개개인의 생각을 묻는 것은 복잡하다. 마이크를 들고 뛰어다녀야 하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아까운 강의시간이 죽는다는 문제점도 있다. 그래서 코티칭하는 우리 수업의 교수님들은 poll everywhere 을 자주 사용했다.


학생들의 답변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질문에 답하는 이 플랫폼은 정말 유익했다.


'코로나19가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모습은 어땠는가?'와 같이 꽤나 복잡한 질문이라든지, '중간 과제에 대한 궁금한 점은 무엇인가?'와 같이 여러 학생들이 함께 듣기 좋을 답변을 하는 질문이라든지 사용되는 방법은 다양했다.


게다가 미국의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사용하는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 중에 하나인 Sakai(사카이)와 호환이 자유로워서 출석체크를 대신하는 아주 중요한 기능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100명만 넘어도 출석체크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 아주 유용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기인했다.


사카이와 호환이 되기 위해서 학생들은 대학 이메일 계정으로 로그인을 해서 답변을 해야한다. 만약 내가 poll everywhere 을 구글 아이디로 로그인을 해서 답변을 했다면 카운트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예를 들자면 James가 , j@harvard.edu 로 로그인을 해서 답변을 하면 대학 사카이 시스템에서 James에게 그날 출석을 했다고 출석인정 점수를 자동으로(automatic) 줄 수 있다. 하지만 대학 이메일 계정이 아닌, 구글 이메일 계정으로 로그인한다면 대학 사카이 시스템과 호환이 되지 않아서 답변을 했더라도 출석인정 점수를 자동으로 줄 수 없다. 이 경우 교수가 직접 하나하나 대조하며 찾아서 점수를 부여하든, 그건 '인정 안 됨' 이라고 학기 초에 못을 박아야 한다.


우리 수업의 경우는 후자였다. 한마디로 '학교계정 외에 다른 계정으로 로그인해서 답변하면 그날 출석인정 안 함'이다. 그럼 여기서 또 뭐가 문제인가?


대부분 개인 휴대폰이나 노트북에 구글이나 다른 사이트의 자동로그인을 기능이 켜져있다. 이런경우,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경우 poll everywhere도 그 아이디로 로그인 된다. 그래서 나는 엄청난 양의 이메일을 받았다.


'나는 답변했는데 왜 내 출석 점수가 0점이냐?'


그럴때마다 나는 앵무새처럼 답변은 했다.


'학교계정 말고 다른 어카운트는 점수로 인정 안 되니깐 앞으로 조심해~'


물론 교수님들이 학기말에 몇 개의 Poll everywhere 점수를 빼줬다. (테크니컬 문제로 인해 혹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니 학생들을 배려한 결과다)


그럼 여기서 어떤 사람들은 '대답 할 때 어떤 계정으로 로그인했는지 확인했어야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매번 어떤 계정으로 로그인되었는지 확인하는 꼼꼼한 학생도 있지만, 아닌 평범한 학생도 있으니.. 그건 대안이 될 수 없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확인을 안하는 보통의 사람들일 것이라는 나의 생각)


그럼 어떻게 이 플랫폼을 편리하게 할 수 있는가? 그건 poll everywhere 개발자가 가능하게 해주지 않을까?


내가 만약 poll everywhere 개발자라면, 나의 계정이 훨씬 눈에 잘 들어오게 디자인 할 것 같다.



이 화면은 내가 누군가의 설문에 들어갔을 때의 화면이다. 지금은 설문이 열리지 않아서 저렇게 뜨지만, 보통 화면에 설문 질문이 나온다.


여기서 내가 어떤 이메일 계정으로 로그인을 했는지는 세팅에 들어가면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그렇게 꼼꼼한 사람은 몇 없으리라...


개발자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화면의 제일 윗 부분이다. 설문 응답의 익명성을 위해서인지, 내가 계정으로 로그인을 했어도 설문 답변에 뜨는 이름을 설정할 수 있다. 현재 나는 게스트661 이라고 적혀있다.


그 옆에 어떤 계정으로 로그인이 되어 있는지 괄호 안에 간단한 정보만 줘도 교수도, 학생도, TA도 모두 행복한 학기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Responding as guest661(google)' 이런식으로만 적혀있어도 현재 내가 답하는 계정이 어떤 것인지 인지하기 쉬울 것이다.


프로그래밍을 알지 못해서 그렇게 변화를 주는 것이 간단할지, 복잡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플랫폼은 사용자를 만족시켜야 하니 그정도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우리 교수님들도 '다음 학기부터는 이거 절대 안쓴다!!!!!'의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쓰지 않는다면 플랫폼의 의미가 무엇인가?


사용하기 좋고, 편리한 이 플랫폼이 영구적으로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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