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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엘PD Dec 21. 2022

스무살 함께서기 in 경기

자립준비청년 청하, 청자기에 이르기까지 4년의 활동 그리고 바뀌어진 것들

2022년 스무살 함께서기 in 경기라는 자립 행사가 열렸다. 나 또한 여기에서 정책을 정리하는 순서를 맡아 진행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바뀐 정책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우리가 왜 활동해야 하는지 그리고 활동했던 순간순간이 스쳐 지나갔다. 분명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고 새롭게 창조해내는 상황 속에 어렵고 힘든 것도 있었으나, 우리는 함께라서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꾸준히 우리를 지지해 주고, 도와주신 분들 덕에 이렇게 우리가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무살함께서기 in 경기 포스터

1. 스무살 함께서기 in 경기 바뀌어진 정책들 간단 리뷰

*아래 만들어진 PT 및 디자인은 모두 직접 제작한 것이니, 불펌 및 사용을 금합니다.





사실 바뀐 분야는 지원제도 정도이고 나머지는 실제 우리가 했던 다양한 활동들과 더불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자립지원의 방향에 대해서 정리한 것이다


먼저, 가정위탁아동 & 그룹홈, 시설 아동 분야의 지원제도의 변화이다


처음 우리가 활동할 때는 자립수당도 없었지만, 청하의 자립준비청년 정책토크콘서트 이후, 30만 원의 자립 수당이 생겼고, 3년을 주기로 했다. 또한 500만 원이었던 자립정착금이 1,000만 원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이후 청하, 청자기 3년 활동을 하면서, 자립수당은 35만 원이 되었고 2년이 추가된 5년 지급이 되었고, 자립정착금도 1,500만 원으로 확대 지원 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사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다음으로는 청소년쉼터의 지원제도의 변화이다.


사실 가장 지원제도가 적었던 청소년 쉼터에는 자립두배통장이 생겼고, 매월 저축액의 2배 최대 20만 원까지 지원을 해주며, 이를 월 10만 원씩 최대 6년간 모으면, 무려 2,160만 원의 돈을 가지고 나와서 자립을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제도이다. 그리고 여전히 자립정착금 제도는 없지만, 자립지원수당을 30만 원씩 최대 3년간 지원해주는 좋은 제도가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마저도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많은 아동들이 받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자립준비청년 등의 자립 지원에 관한 조례가 수정되었다.


정확한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나이와 당사자 대상 정의가 명시되었고, 무엇보다 도지사가 자립지원대상아동 자립준비청년의 자립 지원 정책 수립 관련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의견을 수렴하여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조례가 수정되었다.




2. 앞으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필요한 자립지원

발표를 준비하면서, 지금 시점에 보호 아동 혹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심도 있게 고민하였다. 최근 광주에서 두 명의 쉼터퇴소 자립준비청년이 자살을 하는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났다. 그때 많은 인터뷰와 기사 투고 요청을 받으면서 느꼈다. 

이제 더 이상 돈만으로 돌려 막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는 걸.

그렇다. 더 이상 지원금액의 확대만으로는 보호아동들의 건강한 자립을 보장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일반 부모님이 있는 평범한 가정에서도 맞벌이 부모의 보살핌이 부족한 관계에서 상처로 아파하는 아이들이 있고, 이혼 가정으로 한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모두 그 상처가 평생 발목을 붙잡는 것으로 보게 된다. 이제는 우리 아이들도 마음을 돌아봐야 할 시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1차 사회화인 가정을 경험하지 못한 보호 아동들은 결핍이 존재한다.(이 내용은 내가 전에 올렸던 드라마로 본 자립준비청년에서도 언급했던 내용이다.) 그 결핍은 생각보다 크다. 나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주는 가정을 가져보지 못했기에, 누군가의 호의에 대해서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일단은 의심부터 하고 본다. 그리고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만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이런 것들이 물론 자립심이 강하니 좋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이 닿고, 행동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회에 대한 불신이 쌓였을까 하는 것이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아무도 날 도와주지 않을 것이고, 나는 나만 책임지면 되니까, 그냥 차라리 여기서 벗어나자! 하며 자살을 선택하는 심리적 기제로 연결될지도 모른다. 이제는 금전적인 지원만으로 아이들을 살릴 수 없다. 내 통장에 1,000만 원이 있어도, 내 삶의 닥쳐오는 막막함 가운데 그 돈은 무용지물이 된다. 결국, 그 막막함의 해결은 내 주변의 내가 인정하는 좋은 어른 즉, 인적 자원으로 해결해 나아가야 한다. 즉, 1차 지지체계 마저 없거나, 약한 자립준비청년들은 2차, 3차의 지지체계가 없다. 있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그 1차적 지지체계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자신과 함께 길을 걸어온 선배, 후배 혹은 가정위탁센터의 선생님, 혹은 쉼터 선생님이 될 수도 있다. 

청하, 청자기 지지체계의 요소들

그렇기에 청하, 청자기와 같은 자조모임에서 그 자체로 자신을 존중받고, 수용해주는 경험들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서, 보호 아동 때 느꼈던 다양한 경험들을 자양분으로 다시 해석할 수 있는 시간들이 주어진다. 최근, 청하 모임에서 아주 놀라운 사건을 겪었다. 한 친구의 발언이었다. 2023년 어떤 일들을 하고 싶냐고 물어본 자리에서 한 친구가 놀라운 대답을 보여주었다. 여전히 우리 눈에는 케어가 필요한 친구였지만,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제가 정책이나 활동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불편했었는데,
활동하는 언니 오빠들을 계속 보기도 하고,
또 최근 셰어 하우스 들어가니까, 혼자 집에 있으면 힘들었는데
지금은 들어오는 룸메이트들이 기다려져요, 또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까,
2023년에는 저도 후배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해보고 싶어요.


라는 말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작은 변화들을 보고 있다. 이 변화는 약 4년간에 걸친 변화이다. 처음부터 정책을 논의하고, 후배들을 위해서 무엇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자존감 회복과 힘을 얻는 것이다. 자조모임에서 무엇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대가 없이 수용받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모임에 건강한 사람들이 모여있다면 자조모임에서 더 많은 시너지들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3. 스무살 함께서기 in 경기를 마치며..

우리가 해온 일들이 과연 얼마나 보호 아동들에게 혹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물음이 항상 있었다. 정책을 정리하고, 도의원님들에게 정책을 발표할 때 그분들에 표정을 바라보며, 자립준비청년으로서 이 자리에 더욱더 서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우리의 자립은 ING이다. 완벽한 자립은 없다고 생각한다. 매 순간이 우리에게는 자립이다. 그리고 인생의 중요한 순간순간의 결정을 통해서 새로운 자립을 배워나갈 것이다. 누군가는 대학을 갈지? 혹은 일을 할지에 대한 것, 누구는 건강한 가정은 무엇일까 하는 것, 누군가는 통장 쪼개기 하는 것 등일 것이다. 이 자립의 여정에 함께 하는 서로서로가 있기에 우리는 삶의 끝까지 자립을 잘해 나아가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함께 하고 있는 청하, 청자기 친구들에게도 늘 표현하지 못하지만, 고맙고 미안한 마음들이 동시에 있다. 그러나 2023년 새로운 우리들의 자립 이야기는 또다시 펼쳐져 나갈 것이고, 우리의 지도의 끝은 여전히 멀리 있다. 그러니, 잠시에 관심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


그렇다, 마지막으로, 우리 자립준비청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청하에 대표 문구 이기도 하자 참 좋아하는 말이 있다. 

우리가 자라온 환경은 분명 일반적이지 않고,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과정도 아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새롭게 해석하는 능력은 우리에게 있다. 그러니, 그 상황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그 상황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나에게 함몰되어 좁은 시야로 날 바라보고 평가하며 더 낮은 자존감과 아픈 나에 대한 연민만 가지게 될 것이다. 최근 쓴 책에도 적은 문구가 있다. "너희 집에도 사람이 살다 보면,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해"라는 문구이다. 우리에게 일어난 일은 넓게 보면, 모든 사람들이 겪게 될 일이다. 양육자와의 영원한 이별 혹은 죽음, 우리는 조금 일찍 그 일을 겪어냈을 뿐이다. 그러니, 내 탓이라고 생각 말고, 나는 왜 태어났을까에 대한 물음에 가장 아름다운 삶을 하루하루 만들어가고, 사랑을 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힘들면, 그때는 주변에 도움을 받을 줄도 알아야 하고, 그 도움에 대해 답할 줄도 알아야 하며, 때로는 나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그 도움을 거절할 줄도 아는 것이 건강한 어른이라고 말이다. 혼자 해결하려고 아등바등 살지 말고, 주위를 조금씩 둘러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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