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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세모 Mar 10. 2024

꿋꿋과 허탈


지난주 갈비가 매운탕거리를 기어코 주어서 가져왔다.

밥다운 밥을 꽤 오랫동안 안 해 먹었지만 버릴 수 없어, 우선 살구랑 생협으로 미나리를 사러 갔다.

간 김에 미나리도 사고 달걀도 사고 버섯도 사고 잔잔바리 야채들도 샀다.

엄마가 새로 사준 밥솥이 삼 주째 박스채로 거실에 놓여있었는 데, 그것도 열어서 연마제를 제거하고 깨끗이 씻겼다.

그날을 계기로 일주일째 집에서 간단하게 잘해 먹는 중이다.

그러면서 다시 집에서 커피를 다시 내리고, 밤에는 맥주를 까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엔 살구와 긴 산책을 한 뒤 (오픈시간을 잘못 알아서)

장을 좀 과하게 봤다. 라기보다 조금 골랐는데 많이 나왔다.

토마토가 이렇게 비싸다니!


천혜향과 사과를 씻고 베이글을 토스트기에 넣었다.

토스트기가 왜? 작동을 안 하지. 왜???

왜?

드라이버를 가져와서 바닥에 앉아 토스트기를 분해해…… …암튼 고쳤다.

힘이 쑥 빠진 자리를, 좋은 재료를 갖다 박은 베이글샌드위치가 채워준다.


밥을 챙겨 먹는 건 꿋꿋한 마음이다.

나에게 꿋꿋이 지켜야 하는 생활이란,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싫어도 잘 먹는 것이다.

함께 밥먹던 친구들은 모두 어디에 갔을까? 그냥 살구를 보고 배워야지..


이렇게 대충 쓰고 영화 보러 가려고 나서며 다시 시간표 확인하니까 11시 20분 영화였네? 한시와 한시 이십 분 사이의 영화인 줄 알았는데 정확히 열한시 이십분의 영화였단 걸 열두시 이십분쯤에야 알았다.

오늘이 서울에서 하는 마지막 날이었는데 허탈하다.

미루다 이렇게 또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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