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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처입은 치유자 Jul 20. 2021

열흘 만의 슬럼프

완벽주의자라고 말하는 진짜 이유

글 두 개를 발행 해 놓고, 그 이후로는

완벽하지 않으니 시작도 못하는 유난을 떨고 있다.


갑자기 거리두기 4단계가 되면서
아이들도 방학 한 주 전부터 집에서 원격수업을 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내 알뜰한 계획과 상관없이

밥 차리고 치우고의 반복이 시작되었다.

물론 중간중간에 잠깐의 틈이라는 게 존재하지만,

누가 완벽주의자 아니랄까 봐

적어도 나만의 조용한 두세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글을 시작할 수 있다는 핑계로 그만 주저앉아버린 것이다.


왠지 마음이 조급할수록 완벽주의라는 무형의 것을 더 붙들게 된다,

엉성한 나를 거기에 가두고 숨기고 싶어서.



아마 글쓰기가 학교 과제 이거나 데드라인이 정해진 일이었다면
나는 전날까지 고민만 하다가 밤늦게서야 겨우 시작을 하고 밤을 하얗게 세고야 말았을 것이다.


처음에는 작가 합격이라는 것에만 집중하느라 몰랐는데
합격을 하고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기고 나니
벌써 그 사이에는 나도 잘해보자!라는 마음이 떡하니 들어서버렸다.


다른 분들의 글을 읽어보니 어쩜 그리 재미있고 내용이 풍성하고 성실하신지!
화려한 필력을 뽐내며 작품을 쓰는 분들 옆에서 나는 소꿉놀이를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단단한 스펙이 있거나 특별한 경험을 했거나 아니면
너무나 똑같은 일상의 반복 속에서도 국수 마냥 쭉쭉 글을 뽑아낼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봐도 나는 아니었다.


민망하게도 감히 열흘만에 슬럼프가 왔는가 보다.


첫 마음을 잃지 않기로 하자.

글로 쓸 만한 에피소드가 떡하니 생기는 일도,

같은 상황도 다르게 보고 글로 만들어 내는 능력치가 하루아침에 급상승하는 일도 불가능한 것이니.


애들 노는 모습을 보면,

소꿉놀이도 본인이 좋으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재잘거리니까.

그저 즐기고 누리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는데.. 소꿉놀이에 무슨 슬럼프씩이나!

달달한 젤리를 입에 물고 이제 다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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