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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옷 Jan 26. 2024

어린이의 행복에 대해 쓰다

-슈뻘맨과 행복찾기-를 듣다

우리 아들은 유튜버 '슈뻘맨'을 좋아한다. 채널명은 '슈뻘맨[슈퍼 뻘짓 도전기]'. 구독자가 많지 않을 때부터 아들이랑 같이 봐왔는데 시간이 갈수록 어색하던 진행 실력이 매끄러워지고, 다소 자극적이고 무모한 뻘짓 위주에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주제를 찾아나가는 등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믿을만한 채널이다. 아들도 슈뻘맨 과학 만화책을 두 권이나 샀고, 택배 개봉기에 등장하고 싶어 택배도 보냈다.(요즘엔 안 하는 모양, 예전에는 선물 받은 택배는 다 소개해줬다.) 특히 이들이 마음에 드는 점은 처음엔 장난식으로 서로의 뺨을 때리는 장면을 넣었는데, 채널이 정착되고 초등학생 구독자가 주를 이루게 되자 다시는 뺨을 때리는 장면을 넣지 않은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좋지 않고 위험하다고 생각한 초창기 영상 하나는 조회수가 잘 나옴에도 불구하고 삭제하기도 하였다. 뻘둥이(구독자 별명)를 늘 생각하며 채널을 운영하는 듯하여, 온갖 정제되지 않은 영상이 가득한 유튜브 세계를 떠도는 아이를 둔 엄마로서는 참 안심되는 형들이다. 택배 개봉기 뻘둥이 어머니들이 써 준 편지를 읽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던 영식이형은 조만간 예쁜 여자친구와 결혼을 한단다. 와. 채널이 성공해서 장가도 가고, 우리 영식이형 정말 축하드립니다. 친한 후배가 결혼하는 느낌이다, 진짜.


착하고 귀여운 청년들, 동욱이형, 영식이형은 전국 뻘둥이 친구들을 키워내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본인들 스스로도 채널 안에서 쑥쑥 크고 있는 것 같다. 그중 하나가 노래 만들기 프로젝트. 동욱이형은 학창 시절 음악을 꽤 좋아했던 것 같은데, 뻘둥이를 위한 노래 만들기 프로젝트를 하면서 본인의 꿈을 멋지게 펼칠 수 있게 된 것 같다. 유명 유튜버들이 전문 작곡가가 만들어준 노래에 녹음하고 기계로 다듬어 음원을 발표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샌드박스의 캐롤 시리즈는 우리 아들도 계절 상관없이 즐겨 듣는다. 그런데 슈뻘맨 형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슈뻘맨과 그의 학창 시절 친구(의광이형, 이 분은 전문 음악가)가 합심하여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를 내놓았다. 그래,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워낙 성실한 형들이니까. 그런데 발표한 노래가 정말 좋다. 정말 좋아서, 동욱이형, 음악 하고 싶어서 슈뻘맨 했나 싶을 정도다.



뛰어 보자

행복은 학교와 학원 사이

놀러 가자

웃음은 친구와 친구 사이에

숨어있는 걸

우리와 함께 찾을래

행복을 초대형으로


- 슈뻘맨과 행복찾기 중 -



처음 뮤직 비디오가 나왔을 때 아들이랑 손잡고 같이 보았다. 아들은 신이 나서 노래에 나오는 춤을 따라 췄고, 나는 옆에서 조용히 울고 있었다. 너무 감동적이잖아. 그때 한창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방구뽕'씨 에피소드를 인상 깊게 봤던 라 더 공감하며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아, 우리 어린이들 이렇게 살면 행복할 수 있겠구나. 초딩 주제에 저녁을 편의점 삼각김밥, 컵라면으로 때우며 학원이며 스터디 카페며 뛰어다니는 게 아니라, 학교 마치고 학원 차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행복을 찾아 신나게 뛰어놀면 되는 거구나 싶었다.


우리 아들은 올해 초등학생이 된다. 워낙 변화를 싫어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드는 애라 작년 하반기부터 초등학교 가는 걸 미리부터 걱정하고 있다.(엄마의 걱정 습관이 투영된 건지, 미안하다) 다른 어린이집 친구들은 글도 혼자 곧 잘 쓰고, 수학 문제도 척척 푸는 모양이다. 우리 아들은 본인 이름과 가족 이름 정도만 혼자 쓸 수 있고, 수학은 자기 전 이불에서 더하기, 빼기 놀이 정도만 한다. 아직 초등학생도 안 되었는데 공부하는 스트레스를 주기 싫어서 내가 별로 안 시켰다. 그런데 요즘 어린이집에서 초등학교 준비로 예비초등 문제집을 푸는데, 매일 같이 공부가 어렵다며 눈물을 흘린다. 우리 아들, 고3인 것처럼 서럽게 운다. 잘하고 싶은데 잘 안 된다며. 내가 미리 잡고 시켰어야 했을까. 혼자 동화책도 술술 읽고 내가 입으로 문제 내는 한 자릿수 더하기 빼기도 잘하길래 그냥 놔둔 건데. 내가 너무 안일했던 건가. 갑자기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저 어린이일 때 많이 놀길 바랐을 뿐인데. 혹시 공부를 안 시킨 게 초등학교 적응하는 데 더 어려움을 주려나. 지금이라도 잡아 앉혀서 시켜야 되나.


어지러운 마음이 들 때 곤히 자고 아들 얼굴을 보았다. 내 눈엔 아직 아기라서 이런 걱정이 많은 거라고. 남들이 보기엔 '이렇게 큰데 아직 어린이집 다녀요?' 할만한 형님이라고. 나한텐 아기같이 여려 보이지만 벌써 많은 걸 혼자서 해 낼 수 있는 존재로 자랐다고. 초등학생이 되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내가 대신해 줄 건 아무것도 없다고, 본인이 때가 되면 스스로 얼마만큼의 불편함을 견디며(울면서라도) 배워 나가야 한다고, 그리고 당연히 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울고 있다는 건 이겨내려고 노력 중이라는 뜻이다.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뜻이다. 나는 아직도 아무것도 혼자서 할 수 없던 갓난아기에하듯이 사랑을 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엄마가 너 안 힘들게 해 줄게, 엄마가 너 행복하게 해 줄게' 하며. 하지만 행복은 '우리와 함께 찾는' 것이다.  우리 아들은 뭐든 해낼 수 있는 형님이다. 잊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행복을 찾아 나가는 행복'을 내가 빼앗아서는 안된다. 엄마는 옆에 서서 늘 응원하는 사람으로 바뀌어 나가야 할 것이다.


아들아. 언제나 긍정의 힘으로 성장해 나가는 사람이 되길 응원할게. 행복이 필요한 건 나도 마찬가지야. 우리 함께 행복을 찾아나가자



발걸음이 무겁지.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두렵기만 해.

어깨 좀 펴고 웃어봐.

웃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야.

 

- 슈뻘맨과 행복찾기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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