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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이스토리 Nov 27. 2021

입사 1년차 신입사원. 부업으로 사업을 시작하다(3)

끝맺음은 새로운 출항을 할 수 있다는 신호탄

지난 다짐과 다르게 내 작은 가게에는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매출은 유지되었으나, 코로나 종식으로 홀 매출만 돌아온다면 오토매장으로 월 100단위는 들어올 수 있으리라 기대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늘 내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간다. 매니저의 와이프께서 출산 직후에 코로나에 감염되셨다.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돌보기 위해 매니저는 더 이상 출근할 수 없었고 홀로 남겨진 스무살 주방 인력은 최선을 다 해 가게의 영업을 이어갔다.


주말에는 나도 가서 함께 일을 도왔지만 상당히 심각해진 가게 노후도와 위생상태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련히 잘 하겠지 하고 믿고 맡겼던 초보 사장의 큰 실수였다.


튀김기 주변의 두꺼운 기름층, 화구 주변의 새까맣게 그을리고 눌러붙은 찌꺼기들.

단 한 번도 청소를 하지 않은 흔적이다. 상태가 이러니 사장 마음은 편치가 않았다. 혼자 고생하는 스무살 주방 직원이 더 힘들까봐 시키지는 못하고, 청소를 신경써서 잘 해야한다고 잔소리를 했다.


어리고 여린 마음에 몹시도 서러웠나보다. 다음 날 아침 6시에 장문의 카톡으로 더 이상 출근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사를 표명했다. 본인이 출근하지 않으면, 가게는 아예 오픈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그런 결단을 내렸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평소에도 매우 좋게 보던 직원이어서 정말 잘 챙겨주고 싶었고 늘 웃으며 대해줬다. 딱 2주만이라도 버텨주었다면 보너스라도 쥐어주며 보냈겠지만, 믿은 만큼 배신을 당하니 그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특히 내가 대처할 시간이 없도록 아침에 한 당일통보와 지급명령을 하듯이 언제까지 급여를 넣으라는 식의 말은 아직도 용서할 수 없다.


역시 근로자는 근로자다. 근로자는 더 나은 처우를 바라고 더 편한 근로환경을 원한다. 특히나 요즘 세대는 자신의 요구가 먼저 충족되어야 근로의지가 발생한다. 사장이 근로자에게 요구를 하려면 그만큼 처우를 제공해줘야 한다. 작은 가게라도 사업체라 함은 근로자가 들어오고 싶어 안달나는 그런 사업체를 만들어야 한다. 그들의 충성도는 유기적인 인간관계 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처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점유율을 놓고 벌이는 박리다매식 치킨게임에 뛰어든 상황에서 충분히 챙겨주지 못해 무거운 마음을 내 직원들은 알았을까 싶다.


한편으로는 스무살 직원의 짧은 생각과 상도에 어긋난 행동은 절대 용서할 수 없지만 내가 스무살때는 어땠을까 라고 되돌이켜보면, '그래. 그 나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 라고 공감도 되었다. 주방 일이 결코 쉽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당일 통보로 이제는 더 이상 일 할 사람이 없어졌다. 그래서 평일에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주말에는 가게에서 혼자 오픈부터 마감까지 풀타임을 뛰었다. 밀려드는 배달주문으로 라이더분들은 왜 혼자 계시냐며 안쓰럽게 물어보곤 했다. 전 직원들의 노고를 알기에, 악담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 코로나 얘기로 둘러대고 말았다.


사실, 굉장히 많이 힘들었다. 20대 청춘도 일주일 내내 풀타임을 뛰기에 체력의 한계가 있었나보다. 단순히 주문만 쳐내는 것이 아닌, 두꺼운 기름층과 눌러붙은 화구 등 2주일 간 쉬지 않고 청소를 하다보니 가슴팍과 등줄기를 따라 흘러내린 땀으로 옷은 하얗게 물들었고 손톱은 모두 깨졌으며 손 끝과 마디마디가 아리게 아팠다. 녹초가 된 몸은 집에 오면 쓰러지기 일쑤였고 손가락은 덜덜 떨렸으며 행군 이후로 붙이지 않았던 휴족시간을 종아리와 발바닥에 가득 붙였다. 무엇보다 회사에서 티를 내지 않는 것도 쉽지 않았다. "주임님은 주말에 뭐하셨어요?" 라고 묻는 질문에, "그냥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유튜브나 봤죠, 하하." 라고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호캉스와 맛집투어, 문화생활을 즐긴 얘기로 왁자지껄 떠드는 회사 동료들의 모습에 괜시리 온 몸이 쑤셔만 왔다. 이내 나는 고개를 떨구고 조용히 모니터와 마주 앉았다.


나도 아직 멀었나보다.



그렇게 가게 정비를 마쳐가니 매수 희망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촛불을 켜고 진심을 다해 빌었다. 


'이 매수자와 계약하게 해주세요. 제발요.'


기도가 이루어진 것일까, 다행히도 매수자와 최종 거래까지 마쳤다. 증가시킨 매출액 대비 형편없는 가격으로 매도하지만 더 버티고 키우기에는 다른 할 일이 너무 많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사장님이 아니다.



※ 사업 성과

- 영업기간: 2021.02.01 ~ 2021.11.16, 총 289일

- 매출증가: 월 평균 1100만원 → 월 평균 1700만원 (약 150% 상승)


1. 금전 영역

사업매수비용 1,200만원

사업매도비용 2,000만원 (+800만원)

그 간의 인건비와 여러 시행착오로 인한 손실 - 1,800만원

총 계 - 1,000만원


2. 비금전 영역

세무, 노무, 회계의 실전 경험

직원 관리 능력

매장 운영 노하우

마케팅 및 요식업 배달 노하우

식자재 관리 능력 및 원가산정

그리고, 무엇보다 회복탄력성



자영업이면 월 400만원정도는 벌 수익수준으로 만들었지만,

내 가게 매출로는 너무나도 비싼 인건비와 배달 제경비로를 충당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나보다.




요식업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과 사업으로 오토매장을 운영하는 모든 분들께 경의를 표한다. 나는 아직 미숙해 지금 한 발 물러서지만, 다음에 더 준비해서 재도전 해보겠다.


이렇게 호기롭게 시작한 사업은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끝맺음은 새로운 출항을 할 수 있다는 신호탄이 아니던가? 가게를 매도한지 일주일만에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 털어버리고, 지금 시황에 맞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오늘 포스팅은,

대학원 시절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문구로 마무리를 지어보겠다.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 에밀쿠에 『자기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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