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rench Way 순례길에 올랐던 유명 인사들
파울로 코엘료 – 1986년 69세의 브라질 작가는 프랑스 St Jean Pied de Port에서 스페인 오 세브레이요(O’ Cebreiro)까지 걷고 나머지 구간, 산티아고까지는 버스로 이동했다. 그는 후에 “산티아고는 마치 나의 집처럼 느껴졌고 그 여행은 나의 인생관을 변화시켰다”라고 술회했다. 여행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다음 해 그러니까 1987년 “순례(The Pilgrimmage)”라는 책을 저술하게 되고 후속 작품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연금술사(The Alchemist)”를 1988년 계속 출간하게 되는데 “연금술사”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려면 두 책을 모두 읽어야 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의 많은 초기 작품들은 순례 중 얻은 영감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셜리 맥클레인 - 1994년 당시 60살 먹은 미국 여배우 셜리 맥클레인이 론세바(Roncesvalles)에서 산티아고까지 하루 10시간씩 걸어 30일 만에 순례를 마쳤다. 걷는 동안 돈을 전혀 쓰지 않고, 잠은 알베르게 혹은 구호소(Refugio)로 불리는 곳에서 자면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았다 한다. 할리우드의 최고급 호텔에 익숙해 있던 그녀에게 쉽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후에 오프라 윈프리의 토크쇼에 나와 순례도중 막상 제일 힘들었던 것은 친구를 만들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이라 했다. 이 발언의 진의를 놓고 많은 사람들이 논쟁을 벌였는데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그만큼 순례의 고행은 사람들로 하여금 속 마음을 쉽게 터 놓고 친구가 되게 하는 힘이 있다는 뜻이 아닐까? 순례가 끝나고 자신의 집(런던)으로 돌아온 후에도 매일 4시간씩 하이드 파크를 걷게 되었다. 순례를 마치고 집필한 그녀의 책도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걸을 때는 한 지점에서 다른 한 지점으로 걷는 게 바빠 몰랐는데, 진정한 순례는 산티아고에서 돌아온 후부터 시작되었다.” – 셜리 맥클레인
스티븐 호킹 - 2008년에는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는 산티아고 대학(1495년 세워짐)에서 매년 과학계에 큰 업적을 남긴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Fonseca prize을 받으러 산티아고를 방문하러 온 길에 French Way의 일부를 휠체어를 타고 여행했고 내친김에 산티아고에서 80킬로 떨어진 이베리아 반도 끝 Fisterra라는 바닷가도 방문했다. 천재의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광장 한편에 기념비를 세우고 제막식을 거행했는데 식장에 참석한 스티브 호킹은 “파울로 코넬료가 지나간 길을 따라 이곳에 온 것은 큰 영광”이라고 연설을 했다고 하니 위대한 물리학자는 위대한 작가를 탐독했던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스티븐 호킹에게 상을 주던 사람의 언급이 재미있다. “호나우도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스티브 호킹을 보고 아이들의 꿈이 과학자가 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2019년 휠체어를 타고 순례를 마친 사람이 85명이다(출처: 산티아고 순례자 공식 홈페이지)
마틴 쉰 (본명은 Ramon Estevez) – 스페인계 미국 유명 배우. 그의 아들 에밀리오 에스테이베즈(Emilio Estevez)가 감독하고 자신이 주연한 영화 The Way는 2010년에 스페인에서 개봉되고 그다음 해 미국에 소개되어 비평가 들로 부터 비교적 좋은 평판을 받았는데(83% Rotten Tomatoes), 그 영화는 마틴쉰의 손자가 순례길에서 겪은 일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고 한다. 실제 일어난 일은 그의 손자가 순례도중 만난 여인과 결혼하게 된 행복한 일이지만 영화 속 스토리의 출발은 비극으로 시작해 뭐랄까? 영적으로 비극을 극복하고 해탈에 이르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다. 어쨌든, 마틴쉰과 그의 가족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순례길을 걸었음에 틀림없다. 꼭 순례를 계획하지 않는 분들에게도 영화를 한 번 보시라 권하고 싶다.
안젤라 메르켈 – 평소에도 걷기를 좋아해 휴가 때면 알프스로 트레킹을 떠난다는 독일 수상 안젤라 메르켈은 2014년 스페인을 국빈 방문하면서 당시 스페인 총리와 함께 6Km 구간을 걸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그녀는 자기의 총리 후보자를 구하지 못해 힘들어한다는데 만일 일만 잘 풀리면 수개월 내에 전체 순례 구간을 걷고 있는 그녀를 만나 볼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존 아담스 – 미국의 초대 부통령이자 제2대 대통령. 영국과 독립운동을 하던 미국은 물자와 무기가 필요해 아담스를 프랑스 파리로 보내 지원을 요청했다. 그런데 대서양을 건너던 그들의 배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Fisterra(이 작은 마을도 순례길의 연장선상에 있다)에 좌초하듯 상륙을 하곤 거가서부터 스페인을 서쪽에서 동쪽 끝까지 걸어 피레네를 넘은 뒤 프랑스로 들어가 결국 파리까지 도달하게 되는데(1779년 6월) 그 여정이 프랑스 순례길과 상당 부분 겹친다고 한다. 물론 그는 산티아고 성당에 들려 감탄이나 감사를 할 겨를도 없었을 것이고 순례길을 거꾸로 갔다는 점에서 순례의 마음은 완죠니 없었던 것 같다.
그 밖에 2009년 아일랜드 대통령 메리 맥칼리스(Mary McAleese), 배우 앤서니 퀸 등등이 거쳐 갔다.
한국인중에는 배우 심혜진 씨가 걸었고 작가 김훈 씨는 자전거를 타고 갔다(야호!).
특이할 만한 것은 2018년 정식으로 크레덴샬을 받은 한국인 순례자는 총 5665명으로 전체 순례자의 1.73%를 차지했고 2019년에는 이 숫자가 급등해 8,224명, 전체의 2.7%를 차지, 190여 개 국가 중 7번째, 아시아에서는 제일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순례자 오피스, The Pilgrim Reception Office of Santiago de Compostela 통계표 참조).
왜 이렇게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지 궁금한데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순례길 걷기를 일종의 레포츠로 여기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그렇지 말아야 한다는 법도 없지만 다만 다른 순례자들에 대한 배려와 경의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 같다. 천년이상 이어지는 인간의 오랜 발자취와 역사, 험난한 자연 앞에 미약한 자아를 발견하는 구도의 길은 마치 군사작전이나 레이스 선수처럼 “달려”가거나 아님 유흥의 장소로 여기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나도 크게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출처: 산티아고 순례자 오피스 홈페이지 https://oficinadelperegrino.com/en/statistics/ 통계. 2019년 190여 국가에서 총 347.578명이 다녀 갔는데 이중 한국인이 8,224명이다 )
French Way 이외에도 포르투갈에서 시작되는 Portuguese Way나 스페인 북부 대서양 연안을 따라가는 Northern Way(Camino de Norte) 등등이 대표적인 루트이며 프랑스의 다른 지방이나 유럽의 훨씬 더 먼 곳에서, 가령 네덜란드 등, 시작되는 루트등 수 없이 많고 또 그런 루투가 반드시 정형화된 것도 아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