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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룽룽이 Sep 01. 2024

한국 F4 비자 닷새 만에 성공

하지만 당분간 제대로 쓸 수 없다는 게 함정

"2030년에는 한국에 정착할 수 있겠지?"

내 브런치스토리 첫 글이다.

4월 중순에 발표했던 이 글이 액션 아이템 하나 제대로 담기지 않은 단순한 "느낌 모임" 글이었다면, 오늘 이 글은 이 "6년 프로젝트"시작을 외치면서 당당히 내디딘 첫 발자국이라 생각하고 싶다. 화려한 kick-off meeting이나 세리머니 따윈 없지만.




"대한민국 비자포털"에서 비자 종류를 선택할 때 입국목적을 "관광 등 단기방문"으로 선택하면 제일 쉽게 신청할 수 있는 C-3-9 일반관광 비자가 보인다.


욕심을 조금 더 부려 입국목적을 "재외동포"로, 체류기간을 "91일 이상"으로 선택하면 2024년 8월 기준으로 10가지 종류가 뜬다. 그중 "F4-4-14 대학 졸업자" 신청요건은 "국내·외 전문학사(2년제 이상 대학 졸업자) 이상의 학위를 소지한 자 및 국제교육진흥원 등 정부초청 장학생"이라고 대한민국 비자포털 사이트에 소개되어 있다.


내가 소지했었거나 아직 소지하고 있는 한국 비자는 2013년-2018년 F4-4-14 재외동포 대학 졸업자 비자, 그리고 곧 만기 될 2020년-2024년 C-3-9 일반관광 비자이다.


그렇다면 2024년 8월의 내가 미래를 생각하며 비자를 신청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비자 신청, 그 필요성으로 따지면 내가 현재 굳이 F4를 선택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일반관광 비자로도 충분히 5년이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매번 체류기간도 90일이나 가능하니까. 어차피 한국 정착은 5년 뒤로 잡았으니 지금의 내가 당장 체류기간이 긴 비자를 신청할 필요가 있을까?


신청 난이도로 따지면 일반관광 비자든 F4든 다 비슷하게 쉽다. 첫 F4비자를 이미 2013년에 받은 적이 있고 (아쉽게도 비자가 만기 될 때까지 한국에 들른 적은 고작 한 번, 그것도 비자신청이 필요 없는 제주도 3박 여행이었다), 그 뒤로는 줄줄이 프랑스 OFII(체류증), 발달국 여행 비자들 및 쉥겐 비즈니스 비자들, 덕분에 2020년 한국 단기관광 비자는 제정능력 증명서류가 아닌 OECD 유효비자가 있다는 걸로 받았었으니 서류심사 걱정은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


물론 귀차니즘의 관점으로 보면 F4가 꽤 까다로운 부분이 있긴 하다. F4-4-14는 대학 졸업자 비자인지라 일단 학력증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2013년 신청 때에는 요구하지 않았던 것 같은 폐결핵검사 증명, 무범죄증명 등등이 필요해 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푼과 함께…)


그런데 혹시 한국 정착계획이 앞당겨지기라도 하면 여행비자는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그래도 필요할 때 언제든지 외국인등록증을 신청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F4로 신청을 하는 게 맞겠다 싶어 준비해야 할 서류들을 자세히 체크했다. 이 참에 F4를 받은 뒤 외국인등록증도 만들고, 한국 핸드폰번호도, 은행계좌도 다 만들어버릴까?





서류준비 



8월 초부터 서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사증발급신청서, 표준규격사진, 가족관계 증명서 등 기본적인 서류는 어느 나라 비자를 신청하든 꼭 필요한 서류라 손이 가는 대로 준비하면 되지만 학력증명, 폐결핵검사 증명, 무범죄증명 이 세 가지는 예전에 준비해 본 적이 없는지라 자연스레 샤오훙수를 뒤적였다.


다행히 거의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지금 내가 직접 시간을 팔아야 하는 서류는 폐결핵검사 증명뿐이었다. 상해 지정 병원은 모두 네 곳, 그중 제일 가까운 곳으로 예약했다. 가격은 무려 550 CNY (한국돈 10만 원 이상), 심지어 이 가격이 상해 지정 병원 중에서는 제일 싼 가격이었다. (한국 가격은 상해의 20% 정도라고 나중에 전해 들었다, 대체 왜?)


영국, 캐나다 등 다른 나라 장기체류비자를 신청하는 사람들의 가격은 2,000-3,000 CNY이고 검진 절차도 훨씬 복잡했지만 단순히 폐결핵검사만 받으면 되는 난 10분 안에 모든 절차를 마치고 하루 뒤 건강증명을 받았다.


학력증명은 앱을 깔고 가입을 한 뒤 본인인증 그리고 학력 관련 기본정보들을 입력하면 바로 다운로드 가능한 증명이 발급되었다. 무범죄증명 역시 알리페이 미니프로그램을 통하여 신청한 뒤 1-2일 기다리면 되었다. 최근 10년 출입국기록 증명도 준비하면 좋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기에 함께 신청했다.


서류준비를 끝낸 뒤 언제 비자신청센터로 갈지 결정해야 되는데 다행히 예약할 필요는 없고 월-금 지정된 시간 사이에 들리면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미팅이 적은 금요일 아예 연차를 내는 걸로. (TMI: 1년 연차 20일)





신청과정

 

8월 23일 금요일 맑음 (아직도 찌는 듯한 무더위가 지속되는 상해)


오후 1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다고 해서 12시 50분쯤 센터에 도착했더니 이런, 벌써 내 앞에 30명 정도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금요일에 한가한 편인가 보다. 다행히 1시 정각에 문은 열렸지만 웅성웅성거리는 사람들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대기번호를 뽑기 전 갖고 온 자료들이 요구에 부합되는지 미리 확인을 하는 과정이 있는지라 자연스레 소란스러워지는 모습, 그래도 이게 효율적이라 생각되어 참을만했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었다. 당연히 완벽하게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프로페셔널하게 문전박대를 당했다. 양면으로 출력된 자료들은 다시 준비해야 한다고, 신청서 증명사진도 뜯어낸 뒤 다시 복사해야 된다고 뭔가 디테일하게 말씀해 주셨는데 그 당시엔 이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양면으로 출력된 가족관계 증명서를 다시 프린트하려 구석 프린트 구역으로 갔다. 사용가격은 한 장에 1 CNY (500원+).


그리고 다시 대기번호 뽑으러 갔더니 다른 분께서 내 자료를 더 꼼꼼히 체크하시더니 신청서와 출입국기록 증명, 가족관계 증명서 첫 장 등이 아직도 양면이라 다 단면으로 복사해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아… 이게 아까 다른 직원분께서 말씀해 주 신 신청서 증명사진 뜯어내기… 그 부분이구나. 


회사 프린터가 default로 양면으로 출력되는 것도, 이게 신청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한 나 자신도 살짝 원망하며, "앗, 양면 서류를 안 받는다는 건 ESG스럽지 못한데요?"라는 드립으로 받아치… 려고 했지만 실제로 중국어로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환경에 안 좋지 않나요… 네 바로 다시 준비하겠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말았다. 그 와중에 내 드립을 이해 못 하면 난처해질 상황을 미리 상상하는 소심한 내 모습…


덕분에 세 번째 자료확인을 무난히 통과하고 대기번호를 뽑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일반여행 비자를 선택하는 분들인지 내 F4비자 신청은 대기시간이 거의 필요 없이 바로 창구로 안내되었다. 드디어 진짜로 완벽히 준비된 자료 덕분에 별 탈 없이 진행되는 것 같았다. "혹시, 한국어능력시험 (TOPIK) 성적은 있나요?"라는 말에 "10여 년 전에는 있었는데 이미 유효기간이 훨씬 지났겠죠?" 라며 시험성적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를 물었더니 둘 다 5년 복수비자인데 체류기간이 1년인지 2년인지로 나눠질 수 있다고 했다.


1시 10분부터 1시 40분까지, 분명히 바삐 돌아친 것 같은데 겨우 반시간 안에 모든 수속을 끝마쳤다. 복수비자 비용은 750 CNY, 심지어 5년짜리 일반관광 비자와 가격이 똑같다. 물론 폐결핵검사 가격까지 포함하면 내가 신청했던 그 어느 나라의 비자보다 비싸긴 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알뜰히 사용해야지.





신청결과

 

23일 금요일 오후에 서류를 제출했고, 저녁에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서류심사가 시작되었다고.

27일 수요일, 서류심사가 끝났고 비자결과가 나왔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응? 비자신청센터에서 분명히 9월 3일쯤이 되어야 결과가 나온다고 했는데 무려 일주일이나 앞당겨지는 코리안의 효율에 감탄하며 이틀 뒤 여권 받으러 다시 센터를 찾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1층 도착, 들어가서 여권과 비자를 받고 싸인,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도착, 총 3분이 걸렸다.


지난번 신청했던 비자는 F4든 일반관광 비자든 모두 여권 페이지에 이쁘장하게 붙여져 있었는데 이제는 여권에 흔적조차 남겨지지 않고 전자비자로 발급이 되고 있다. 사이트를 방문하여 직접 프린트하는 형식으로. 여권을 펼쳐 다양한 비자들을 책 읽듯이 훑어보며 행복해했던 내 습관이 슬슬 사라져야 할 것 같다, 전자비자가 점점 더 보편화가 될 거니까.


비자신청을 마친 뒤 친구와 수다를 떨며 외국인등록증, 한국 핸드폰 번호, 은행계좌 등을 만들고 싶다고 얘기했다가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F4로 외국인등록증 신청은 가능한데 발급받기 전까지 한국에 체류하고 있어야 하고 (3-4주 정도), 핸드폰 번호나 은행계좌는 일단 등록증도 있어야 하지만 추가로 한국에 거주한 지 181일이 지났다는 증명이 있어야 가능할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이었다. 


아직 중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내가 반년 이상 한국에서 원격근무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기에 당분간 이런 생각은 접기로 했다. 핸드폰 번호를 받게 되면, 진짜 십여 년 만에 카카오톡 로그인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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