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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Aug 07. 2023

6. 난 바보인가 봐

주부에서 교사로

내가 시험 치는 과목의 임용시험은 8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말이 8과목이지 4년간의 대학 전공과목 전부를 8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한 것이다.

즉, 대학 전공과목 전체가 시험범위인 것이다.


한 과목이라도 전공교재가 2,3권 정도로 대학교 별로 채택하는 것이 다르기에 한 과목당 3권*8과목+a의 책을 공부해야 한다. 거기에 덤으로 각종 자료도 추가된다.


수능은 모르면 찍어서 덤으로 얻는 점수도 있다. 대학교 가서는 각종 자격시험용으로 빠짝, 대강 공부하고 커트라인 넘겨 자격증 따는 공부로 살아왔다. 대신 전공점수는 형편없다. 그래도 대기업 합격하고 잘만 살아왔다.


그런데.

임용시험공부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자격시험과 선발시험은 공부방법이 다르다는 걸 40살에 깨달았다.


선발시험은 모든 걸 공부하고 외우고 써내는 공부가 목표다.


일단 내용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를 못 하면 나중에 양이 많아지고 비슷한 얘기가 나올 때 꼬이기 시작해서 스스로 매듭을 풀 수없게 된다.


두 번째는 외워야 한다. 청킹을 하건, 연상법을 쓰건, 써내려면 외워야 한다. 이해가 안 되던 것도 외우면 이해가 되는 마법은 덤이다.


세 번째는 쓸 수 있어야 한다. 중간을 비워놓고 묻건. 답이라고 생각한 걸 묻고 문제라고 생각한걸 답으로 써야 하건. 두 과목에서 각기 배우고 서로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걸 이어서 묻던. 머릿속에 있는 걸 출제가 원하는 단어를 포함해서 써내야 한다. 그래야 점수를 받기 때문이다.


과거 임용시험을 치러갔을 때 봤던 건데 생각이 나지 않아 엉뚱한 말만 쓰던걸 되풀이할 순 없다.


나에게 주어진건 올해. 1년. 한 번의 시험밖에 기회가 없는 걸 잘 알고 있다.


시행착오를 겪을 기회가 없기에 모든 준비를 하고 가야 한다.


의지와는 무색하게 3,4,5월에 진행되는 전공과목 기본이론반 강의는 나를 끝없는 자기 비하에 빠지게 만들었다.

아이가 어린이집 간 동안 강의를 듣고, 하원시간이 되면 다 듣지 못한 강의를 두고 아이를 돌보는 일과가 시작된다. 카페에 합격수기에는 아이 재우는 동안 누워서 그날 강의를 복습하면 된단다.

눈물이 줄줄 났다. 뭘 들었는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아서이다. 바보. 멍청이. 40줄에 무슨 공부를 하겠다고. 다 굳은 머리에 그게 들어가겠니.


그렇게 3달 내내 울면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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