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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인 한유화 Jun 27. 2024

1인 가구가 반길 만한 정책은 무엇인가

1인 가구 정책의 목적은 ‘저출산 해결’?

1인 가구는 수적으로 가장 우세한 가구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저출생 고령화’를 초래하는 문제적 현상으로만 지목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나마 시행되는 정책들도 노인계층, 취약계층만을 주로 지원한다는 점도 아쉽다.

1인 가구의 만남을 주선하는 행사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1인 가구가 당면한 사회적, 경제적, 정서적 문제상황들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지원이나 문화적인 해결책들에 집중하기보다는 1인 가구를 다인 가구로 돌아서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행사의 성패를 가늠하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자체가 ‘만남성사율’과 같은 지표에만 치중되어 있는 것이다. 커플들이 얼마나 많이 생겼는지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만남을 유도해서 결혼 문화를 조성하고 저출산을 해결한다는 이 문장 안에 얼마나 많은 고리가 빠져있는지, 얼마나 논리가 부족한 전략인지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결혼을 원하는 1인 가구에게는 이런 활동들이 환영할 만한 일이므로 ‘만남주선행사’가 기여하는 바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진정 1인 가구를 위하는 사업은 없는 걸까? 다른 삶의 형태가 아닌, 1인 가구로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그 자체로서 잘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저출생을 비롯한 사회 문제 상황에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게 만드는 활동은 없는 걸까?

1인 가구를 위한 네트워킹을 유도하는 행사 중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소‘개’팅이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이 행사는 반려동물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자연스럽게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진정성 있는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이러한 행사들이 결과적으로 ‘남녀로 구성된 커플 성사’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씁쓸함이 있다.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여 모집하는 이러한 행사들은 대부분 저출산 대책팀에서 주관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그 소개팅에서 만난 사람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서 ‘출산을 통한 사회 기여’를 하기 위해 투자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어떻겠는가.



제4회 은평구 사회조사 결과 1인 가구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안전’으로 나타났으며, 그 뒤를 따르는 것이 ‘자기 방임’, ‘고립’과 같은 키워드이다. 안전에 대한 필요를 직접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안심 귀가 서비스’나 호신 용품 지원과 같은 실행 방안도 좋지만, 더욱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요소들을 기획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행사들은 의미가 있다. 안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치안을 탄탄히 하는 활동도 중요하지만, 1인 가구가 어떨 때 왜 불안감을 느끼는지에 대해 집중하고 그 깊숙한 필요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자신의 생활 반경 안에서 누군가와 긍정적인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느낄 때 1인 가구는 자신이 현재 가족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삶을 꾸려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다.

은평구에서 ‘1인 가구 소통 안전망’ 앱을 개발하여 안부 확인, 식사 기록, 걷기 활동, 명소탐방 등의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라는 반가운 소식. 프로그램 참여 실적에 따라 포인트가 제공되며, 누적된 포인트는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

인천시는 다른 곳에서 신규로 전입한 청년 1인 가구에게 공구 세트, 생필품 세트를 포함한 ‘환영 상자’를 지원하기도 했다*. 적극적으로 전입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이나, 적어도 1인 가구가 살기 좋은 곳으로 계속 발전할 것 같은 기대감을 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금천구는, 청년 1인 가구의 건강 증진을 위한 ‘건강한 밥상, 베러데이(better day) 소셜 다이닝’ 사업을 운영한다. 혼자 하는 식사에 쓸쓸해하지 않도록 음식 조리법, 재료 고르는 법 등 기초 요리 교실과 소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가족실태조사 결과, 1인 가구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균형 잡힌 식사’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2022년 서울연구원이 실시한 서울시 1인가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의 62.1%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건강한 밥상 모임’ 행사는 청년 1인 가구가 몸과 마음의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는 점에서 여타 행사와 차별화된다. 온라인 소통 채팅방을 만들어 참여자 간 식단을 공유하고 교류를 활성화한다는 점에서 일회성 이벤트에만 머물지 않고 청년 1인 가구의 지속적인 교류를 유도하는 자연스러운 효과가 생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수 별 프로그램이 마무리돼도 청년활동공간 ‘청춘삘딩’ 커뮤니티 지원사업과 연계해 관계망 유지를 지원한다.

일부 정책 기획자들은 1인 가구에 대한 문제에 접근할 때, 마치 다문화가정이나 성소수자들 집단을 대하듯 자신들의 삶과는 무관한 소수자 집단을 대하듯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거의 50%에 육박한 1인 가구는 그야말로 ‘주류’이다. 이 점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유의미한 변화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23.11.28 한겨레 기사 <지자체 5곳 중 1곳, 독자적 ‘1인가구 정책’ 아예 없다> https://naver.me/GeUjM539
*24. 06. 03 데일리팝 기사 <[1인가구 단신] 인천시, 전입 청년 1인 가구에 '환영상자' 外>, https://naver.me/G4Wls2jY
*24. 05. 25 시민일보 기사 <은평구, 주식회사 밀과 ‘1인가구 소통 안전망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식’ 개최>
https://naver.me/5Jpv7CoX
*24. 05. 10 시대일보 기사, <금천구, 1인 가구 청년들 혼밥 말고 소통하며 건밥해요>
https://www.sidaeilbo.co.kr/1125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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