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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인 한유화 Jul 10. 2024

집 없이는 살아도, 위스키 없이는 못 살아

1인 가구의 행복은 ‘취향’이 좌우한다

아주 작은 단칸방에 사는 1인 가구인 그녀.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버는 돈으로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를 버텨내기 역부족이다. 영화 <소공녀>의 주인공은 자신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위스키 한 잔, 담배 한 갑 대신에 지내던 집을 정리하고 짐을 싸서 무작정 거리로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의, 식, 주라고 믿지만, 그녀의 인생관은 달랐다. 그녀는 ‘취향’이 곧 자아를 구성하는 핵심이자 인간의 존엄이라고 믿었다.


1인 가구의 인생관은 저마다 남다르지만 적어도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배우자나 자녀에게 경제적, 시간적 에너지를 들이지 않는 만큼 자신의 자아와 취향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가족을 포기한 것’에 비해서 ‘취향을 누리는 것’은 너무 작은 성취이자 가벼운 욕망인 것처럼 여긴다.





영화에서 관객의 마음과 머리를 가장 깊숙하게 찌르고 들어오는 대사 중 하나는, 주인공의 선택과 태도를 비난하는 주인공의 친구가 “너의 취향은 염치가 없다”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경제적 생존을 더 우선적인 가치로 두면, 취향을 위한 소비는 그야말로 ‘염치없는 행동’으로 보일 수밖에. 하지만 취향이라는 것을 ‘넓은 의미에서의 자아실현’이라고 본다면, 그 취향을 포기하고 희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명백히 폭력적이다.


1인 가구의 장점 중 하나로 ‘자신의 취향과 발전을 위해 비교적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가정의 기금이 여러 사람에게 분산되는 다인 가구에 비해서, 경제활동의 주체와 수혜자가 모두 ‘나 혼자’라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다. 1인 가구는 경제적으로 자신이 벌어들이는 수입을 자신의 필요와 욕구에 맞춰 사용할 수 있다. 다인 가구의 경우 가족 구성원의 필요와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하므로, 자신의 취향에 맞춘 소비가 제한될 수 있다.


과거에는 직업이나 가정에서의 역할로 자신의 1차적인 정체성을 정립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의 청년들은 취향을 통해 개인의 개성과 정체성을 드러내기에 자신만의 취향을 갖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가족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의 자신의 역할과 기여를 통해 정체성을 정립하는 전통적인 방식과는 다르게 혼삶을 사는 1인 가구로서의 개인은 ‘취향’을 향유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과 그에 따른 선택을 드러내고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아침에 일어나서 마시는 커피 한 잔, 저녁에 즐기는 영화나 드라마, 주말에 하는 취미 활동 등 모든 것이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통해 일상의 작은 순간들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youtube에서 눈여겨봐 두었던 새로운 레시피를 시도해 보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요가나 필라테스와 같은 취미를 통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취향에 맞게 자신만의 공간을 꾸밀 수 있다는 것도 1인 가구의 장점이다. 집은 단순히 잠을 자는 장소가 아니라, 휴식과 재충전을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색상으로 벽을 칠하고, 좋아하는 스타일의 가구와 장식을 배치해 보고, 책장을 가득 채운 서재를 만들거나, 스피커와 음향 시스템을 갖춘 음악 감상실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1인 가구는 자신의 생활 방식에 대한 결정권을 완전히 가지고 있기에 집의 인테리어부터 일상생활의 작은 습관을 고려한 동선까지 전적으로 자신이 설계할 수 있다. 누구의 의견도 고려할 필요 없이 오로지 자신의 취향대로 생활할 수 있다.




1인 가구로서 자신의 취향을 존중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타인의 기대나 사회적 압력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일 수 있다. 다양한 활동을 시도해 보고,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자신에게 행복을 주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 몸에 맞는 운동을 시도해 보고, 여러 가지 요리를 해보거나, 다양한 문화 활동을 즐기며 자신만의 취향을 갈고닦는 과정 자체가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취향을 존중하고, 그를 통해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 것이다. 이렇게 혼자인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때 우리는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다.


혼자만의 취향을 오래도록 가꿔온 사람들이 자신만의 취향과 관점 안에만 갇히지 않으려면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취향이 융합되고 변형될 때 그를 통한 배움과 성장은 더 커질 수 있고, 그를 통해 더욱 풍부한 삶을 누릴 수 있다. 혼자이면서도 여럿이 더불어 사는 비법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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