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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인 한유화 Oct 23. 2024

‘혼자 살 사주’가 따로 있다?

모든 걸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여야 혼자 살 수 있다?

취미삼아 명리학을 공부한다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내가 태어난 시각을 물어왔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 얼른 엄마에게 연락해 내 출생 시간을 물어보았다. (사실 여러 번 들었던 정보지만 매번 잊어버리곤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출산의 순간을 직접 생생하게 겪은 엄마는 그 시간을 절대 잊지 않으셨다.)

친구는 '사주팔자' 어플리케이션에 내 출생 정보를 입력하고 두근두근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 드라마 속에서 자주 들어봤던 "자네는 사주에 나무 목(木)이 많으니 불(火)을 피하고 물(水)을 가까이 하게!"와 같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결과를 확인한 친구는 놀랍다는 듯 내 사주에 '오행이 다 있다'고 말했다.

"너는 혼자 화수목금토 오행(五行)을 다 가지고 있어서 남(다른 사람)이 필요하지 않아. 혼자 살 사주야!" 친구의 말에 웃음이 났다. ‘혼자 살 사주’라는 말은 농담 같으면서도 왠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었다. 모든 걸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면, 정말 타인의 존재가 필요 없어지는 걸까? 스스로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홀로 살아가는 것이 더 적합한 걸까?





혼자 살아가려면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얼핏 그럴싸하다.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며 집안일, 경제적 문제, 심지어 정서적 문제까지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게 1인 가구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혼자 산다는 것은 반드시 그런 능력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떤 개인이 얼마나 ‘1인 가구로서의 능력’을 갖췄냐 하는 점이 아니라, 그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더 관심을 갖고 집중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자신만의 생활 리듬을 지키며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누군가는 결혼과 가족이라는 전통적 가치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꾸려가고자 하며, 누군가는 혼자 있는 시간이 주는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어 한다. 이는 타인과의 관계나 사회적 의무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삶을 누리고 싶어하는 욕구와 맞닿아 있다. 결혼과 가정이라는 전통적인 목표를 추구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선택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따라서 혼자 사는 것이 단순히 사주 속 '오행'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따라 선택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들은 왜 1인 가구라는 삶을 선택하는 걸까?



낚시와 라이딩을 즐기느라 시간만 나면 집을 비우는 사람, 영화도 전시도 혼자 보러 다니느라 심심할 틈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흔히 ‘저 사람은 계속 혼자 사는 게 잘 맞겠다’라고 말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람들을 보다 보면, 혼자 사는 삶이 단순히 외로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인의 취향과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방식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디자인하며, 선택의 주체가 되어 행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1인 가구의 삶은 스스로 많은 것들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그만큼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고,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혼자 산다는 것은 자신을 지켜보고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시간을 주는 과정이다. 고독 속에서도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오히려 그 시간들이 스스로에게 선물일 수 있다.

혼자 사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나를 사랑하고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준비일지도 모른다.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에게 ‘혼자 살 사주’는 단순한 운명이 아니라, 자신만의 행복을 찾기 위한 능동적인 선택에 가까울 것이다. 이러한 선택은 결국 더 나은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자, 자신에게 맞는 삶을 살아가는 용기 있는 결정이 아닐까.



본 칼럼에 언급된 사주와 관련된 내용들은 어떠한 근거도 없으며 전문가의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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