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책자 sancheckza Jan 08. 2023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가게

간판과 타이포: 도시 경관의 중요한 얼굴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거닐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게 사진을 찍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도시 사진가라면, 스트릿 사진가라면 거리의 상점들을 외면하기 어렵다. 도시라는 공간에서 가게의 간판은 그 도시 경관의 중요한 얼굴이기도 하다. 피사체로서 매력이 충분한 가게 이미지는 도시를 거니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시각적 자원이다.

촨촨지우바 / 세운상가 / Taehwan Kim

글로벌 도시 서울 거리에서는 이제 다양한 외국어들을 익숙하게 만나볼 수 있다. 사진을 통해 이국적인 느낌을 담고 싶은 사진가라면 거리 상점의 다양한 간판에 주목해 보자. 사진에 정답은 없지만, 가게 정면 사진을 찍을 때는 수직과 수평의 정확도를 고려하면서 촬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피자 파티 투나잇 / 해방촌 / Taehwan Kim
사동면옥 / 인사동 / Taehwan Kim

상점 네온사인에 주목하는 것도 흥미로운 접근이다. 사진은 빛과 그림자를 다루는 이미지 작업이기에, 우리 눈으로 봤을 때보다 사진에 담긴 네온사인이 때때로 더욱 근사하다. 이런 장면을 찍을 땐 명부가 날아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후보정 시 암부와 명부를 잘 조정해 자연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논픽션 / 한남동 / Taehwan Kim

모든 간판은 타이포그래피가 아닌가. 그렇기에 사실 도시의 간판을 기록하는 일은 도시 디자인을 산책하는 일이기도 하다. 도시 곳곳에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의 손길이 녹아있다. 그런 눈으로 도시를 거닐 때면 일상적으로 거닐던 도시가 조금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홈보이 서울 / 종로구 사직로 / Taehwan Kim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음.' 도시의 상점들이 매력적인 근본적인 이유는 여기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이 레스토랑을 처음 발견했을 때도 정말 독보적인 장면이었기에 눈이 활짝 떠졌던 기억이 난다.

고라니 커피클럽 / 서울 남영동 / Taehwan Kim

다양한 언어의 타이포그래피도 피사체로서 흥미롭지만, 상징과 그림에 주목하는 것도 재밌다. '고라니'라는 이름을 가진 카페. 익숙한 픽토그램 표지판에 고라니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겨울에는 윈터 에디션인지 몰라도 산타 양말을 신은 고라니가 뛰어다니는 이미지로 바뀌기도 한다. 배색도 블루에서 그린으로 바뀐다.

KFC / 서울 남영동 / Taehwan Kim

익숙한 KFC 아저씨. KFC를 탄생시킨 커넬 샌더스의 얼굴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지만, 점포마다 간판이나 대표이미지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차이를 발견하는 것도 흥미롭다.

AT EXPRESS / 해방촌 / Taehwan Kim

밤에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가게들이 눈에 더욱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타이포그래피로 해방촌오거리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AT EXPRESS.

UNCUT GEMS SEOUL / 서울 용산동 2가 / Taehwan Kim

이탈리안 커피를 제공하는 카페라고 한다. 간판, 입구, 창이 한데 모인 사진. 맨 오른쪽에 붙어있는 흰 봉투는 앤트러사이트 원두 봉투인 듯하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원두를 입구에 붙여두는 것이 참신하면서도 친절한 디스플레이라고 생각했다.

용산 어린왕자 /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 Taehwan Kim

아파트 단지 입구 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한눈에 들어오는 과감한 간판이 이목을 사로잡았던 곳이다. 그야말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가게'. 어렸을 적 살았던 아파트에도 저렇게 지하로 들어가는 상가 가게가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동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데 '용산 어린왕자'라니... 다음엔 매장 내부도 구경해야겠다.

신영상회 / 남대문로 / Taehwan Kim

깔끔한 타이포그래피. 차곡차곡 빼곡한 물건들. 물류 박스, 상자, 수레. 그리고 필기에 집중하는 사장님 모습까지 한데 담긴 사진이라 좋아한다. 모르긴 몰라도 꽤나 꼼꼼하신 분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융태행 제과점 | 서울 남대문로 | Taehwan Kim

6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북창동 융태행 제과점이다. 처음에는 제과점인 줄 몰랐는데, 월병, 부용고, 쿠키 등을 판매하는 중국과자점이라고 한다. 거리 사진을 찍으면서 알게 된 특색 있는 가게들이 이렇게 많다. 이곳도 다음번에는 안에 들어가서 직접 맛을 보고 싶다.

코너 피자 조인트 / 서울 이태원 / Taehwan Kim

다양한 외국어가 뒤섞인 풍경. 한껏 멋을 낸 그래피티 셔터 도어에 오후에 햇살이 내려앉아 사진에 깊이감이 생겼다. 가장 이태원다운 사진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빛에 따라 다른 느낌을 자아내기 때문에 다시 찍더라도 거리 사진은 늘 다시 찍는 그 순간이 최초의 순간이다.

작가의 이전글 28mm라는 화각을 아십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